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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훈

강원도 강릉 출생
중앙대학교 졸업
한국일보 40회 미주본사 문예공모전 시부문 당선
제28회 문학세계 공모전 시부문 당선
제25회 워싱턴문학 신인문학상 소설부문 가작
홀리데이
집을 나왔다. 차를 몰고 US 29번 도로를 20분쯤 서쪽으로 달리면 US 15번 도로가 나온다. 다시 남쪽으로 10여분을 가면 버지니아 55번 도로를 만나고 스트라스버그 로드를 따라 산길로 십 여분을 달렸다 마침 라디오에서 ‘비지스’의 ‘홀리데이’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산길의 곡선을 따라서 핸들을 감았다 풀었다를 반복하며 손목에 힘을 빼다가 갑자기 탈주범 지강현 인질극과 함께 이신혜 생각이 났다
산길을 벋어나 캐나다까지 뻗어있는 81번 도로에 접어드니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차들의 속도가 제한속도 70 마일을 지키고 가는 것은 바보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냥 이 길을 따라 캐나다까지 가 볼까 하는 생각과 함께 갑자기 내 자신이 지강현이 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가던 컨테이너 차량 두 대가 처음엔 장난을 하듯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더니 두 대가 나란히 두 개의 차선을 점령하여 막아버리고 다른 차들의 진행을 방해하며 경쟁을 그칠 줄 모르고 가고 있다. 갑자기 저들 뒤를 따라가기가 싫어 졌다. 나는 81번을 포기하고 작은 도로로 돌아섰다. 윈처스터 산 길로 접어들어서 얼마 가지 않아 불현듯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1998년식으로 이미 이 십만 마일을 넘긴 포드 엣지가 산속에서 고장이라도 나면 큰 일이라는 걱정이 들자 갑자기 온몸이 오그라드는 느낌이다. 얼른 네비게에션을 켜서 집을 누르고 가까운 곳을 찾아서 버지니아 7번 도로에 들어섰다. 이 십 여분을 달려 오니 오른쪽으로 챈틀리 아울렛 쇼핑센터가 눈에 들어 온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유일한 군대 친구 호규에게 전화해서 술이나 한 잔 해볼까 생각을 했다가 마음을 바꾸었다. 자동차 데시방에 찍힌 초록색 시계가 가르치는 시간이 이미 자정을 조금 지나고 있었다. 호규를 미국에서 만났을 때 이미 그는 꿈을 이룬 미국인이 되어 있었다. 제법 규모가 되는 레스토랑을 세 개나 운영하며 이곳에서 새로 만난 열 세 살 연하의 예쁘고 세련된 젊은 여자와 살고 있었다. 호규는 한국에서 고등학교 영어 선생을 하다가 1995년에 아내와 이혼을 하고 누이가 살고 있는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영어를 잘한 덕에 누님이 운영하던 일식 집에서 스시맨으로 몇 년 고생 하다가 누님이 하던 가계를 인수 하고 십 년 만에 비슷한 가계를 세 개나 만든 사업 수단 좋고 능력이 있는 친구다. 호규가 제일 잘 하는 것은 부지런 하고 남들보다 열심히 노력 하는 것이다. 군대 동기인 호규를 처음 이곳에서 만난 것은 특전사 전우회 모임에서 였다.
호규를 세번째 만나던날 비엔나에 있는 호규가 운영하는 일식집으로 우리 부부를 초대했다
그 날은 일요일 이었다. 교회 예배에 참석하고 약속 시간에 맞추려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다 조금 이른 시간에 호규의 식당에 도착 했다. 입구에 마련된 안내 석에 서있던 쌍거플 수술 자국이 선명한 젊은 여자에게 사장님을 만나러 왔다고 하자 젊은 여자는 쌍거플한 눈으로 우리 부부를 잠시 흩어 보더니 조금 의외라는 표정으로 억지 미소를 짓고 잠시 기다려 달라는 말을 남기고 식당 안쪽에서 손님과 이야기 중인, 얼핏 보아 매니저인 듯한 중년 여자에게 우리의 방문을 알리는 듯 했다. 우리를 한 번 힐끗 쳐다 본 그녀는 멀리서 목 인사로 우리를 맞이했다. 상당한 거리에다가 조명이 어두운 탓인지 정확한 모습은 아니라도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왔다. 어디서 봤지? 현재의 모든 생각을 정지 시키고 과거로 기억을 더듬었다. 우리 쪽으로 돌아온 쌍거플의 젊은 여자가 우리를 식당 안쪽에 가장 아늑해 보이는 자리로 안내해 주어서 아내와 내가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나의 기억은 이십 여 년 전으로 돌아가서 그 녀의 기억을 끄집어 내려 했다. 마침 손님과 이야기가 끝났는지 우리를 향해 가까이 오며 환한 모습으로 인사를 하려던 그 녀의 표정이 정지를 하다가 얼른 고개를 돌리며 당황해 하는 모습에 순간 나는 그녀가 이신혜 라는 것을 직감 했다. 그녀는 이미 중년을 지나 갱년기로 넘어가는 모습의 대부분의 아줌마 들이 그렇듯이 어느 정도 살이 불어난 모습과 눈가의 잔 주름이 내가 기억하던 젊은 시절 그녀의 모습에서 많이 멀어져 있었지만 어느 정도 도도하고 무심한 듯한 표정은 의심의 여지 없이 그 녀를 내 기억의 중심에 있게 하였다. 조금 당황해 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내 행동과는 달리 침착한 아내는 마침 우리 자리로 다가오는 호규를 보며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 하세요, 식당이 엄청 크고 정말 멋있어요”
“어서 오십시요…… 아이 뭐 별거 아닙니다. 이런걸 세 개나 하니 내가 얼마나 힘이 들겠어요”
누가 물어 보지도 않은 자랑 질을 자랑이 아니듯이 하는 호규의 말이 귀에 거슬렸으나 그런 것들은 지금 내게서 판단을 유보 하게 하였다.
“야! 어마 어마 하네…… 호규 너 대단하다. 그리고 부럽다 호규야”
허공에다 한 마디 의례적인 인사를 던지듯이 하고는 내 시선은 신혜가 있을 듯한 주방 입구 쪽으로 향하고 있다. 우리가 온다고 미리 지시를 해 놓았는지 처음 우리를 안내 하던 쌍거플 수술한 젊은 여자가 물을 따라주고 야채 샐러드와 미소 된장국, 일인용으로 작은 계란 찜을 식탁에 가지런히 놓고 쌍거플한 눈으로 눈웃음을 살짝 짓고는 호규에게 목례를 하고 갔다. 샐러드가 신선해 보이고 된장국의 냄새도 그렇고 쑥갓 입사귀로 장식을 한 계란 찜의 모양도 꽤 고급스러워 보였다.
신혜는 청년시절 내가 지키려고 노력 했고 가슴으로 사랑했던 여자다. 그녀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 명보극장 옆에 있는 화실에서 근무를 하였고 그 때의 시간이 내가 간직하고 있는 그녀와의 추억 전부이다. 명보극장 옆 명보다방은 그녀가 매일 오후 세시에 들러서 음악을 듣고 커피를 마시던 곳이다. 다방 DJ이는 그녀와 약속이라도 된 듯이 그녀가 다방에 들어서서 커피를 시키고 마실 때쯤에서는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들려 주었고 나는 마음속으로 DJ가 신혜를 좋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 그 당시 나는 광교와 을지로 입구 사이에 있는 광고 회사에 근무 하고 있었다. 그녀의 화실과는 걸어서 이 십분 정도의 거리인 관계로 시간이 허락 되는대로 명지다방을 찾고는 했다. 원래 신혜에게는 종림이라는 남자 친구가 있다. 종림이는 내 고등학교 동창이며 나와 매우 가까운 친구다. 종림이는 집안 좋고 부유한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모든 일에 당당하고 자신감이 있는 친구이다.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키가 크고 사이클 국가대표 상비군을 하고 있었다. 머지 않아 아버지의 사업체를 물려 받아 회사를 운영 할 예정이었고 친구 모두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런 그를 감히 내가 대적해서 그에게서 그녀를 빼앗기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것들은 내 마음의 결정을 무너뜨리는데 장애가 될 수 없었다. 사실 신혜는 종림과 연인 관계라고 유지 하고는 있었지만 그것은 종림의 일방적 생각일 뿐이지 신혜는 친구인 우리들 모두에게 친구 이상으로 편하게 상대해 주는 그런 여자였다. 다행히 그녀의 화실과 나의 직장이 가까운 거리에 있는 관계로 나에게는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가끔 점심도 같이 먹고 술도 한잔 할 수 있는 그런 관계로 발전되어 있었다.
신혜에게서 연락이 왔다. 바람이 스산하게 불며 금방이라도 비를 내릴 것 같은 어느 날 퇴근 시간 무렵이다. 그냥 술이 먹고 싶은데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너를 선택 했다는, 하지 말아도 될 말을 서슴없이 하는 그녀가 약간은 원망스러웠지만 선택 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에 밀린 일들을 뒤로 미루고 단숨에 술집으로 향했다. ‘골뱅이와 홍합의 만남’ 이라는 조금 특이한 이름의, 골뱅이와 맥주를 파는 을지로 백 병원 뒷골목의 허름한 집에서다. 그 날 골뱅이와 홍합이 섞인 안주를 먹으면서 나는 골뱅이와 홍합, 그 둘의 생김이 아주 이상적이라는 조금은 야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여섯 시부터 마시기 시작한 사 홉들이 크라운맥주를 다섯 병을 비우고 나오니 밖엔 이미 어둠이 짖게 깔렸고 비가 주적주적 내리고 있었다. 인쇄 골목을 막 빠져 나와 버스 정류장을 향해 가는 도중 제법 취기가 오른듯한 신혜가 나에게 물었다.
“문호야”
“응…… 말해”
그녀가 조금은 심각한 어조로 부르기에 나도 조금 심각하게 대답을 했다.
“너 저 길 건너 빨간색과 파란색의 간판 보이지……”
신혜가 오른 손에 우산을 들고 왼손으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는 나를 붙잡으며 말했다.
“응 그래 보여”
그녀의 그런 행동이 약간은 당황스러워 천천히 대답했다.
“너…… 간판을 크게 한번 읽어봐, 아주 크게, 두 개다”
신혜는 묘한 웃음으로 표정을 바꾸고 다그치듯 나에게 말했다.
“홍 보 지 물 포 청 자 지 물 포”
비도 오고 약간 으슥한 모퉁이 앞 검은 전신주에 억지로 붙어 있는 듯한 방범등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간판에 내가 얼굴에 미간을 찌프리며 더듬더듬 읽었다. 그 때 까지도 나는 그냥 두 개의 지물포가 나란히 붙어 있는 것만을 생각했다. 신혜가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굽혀가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쳐다볼 정도로 크게 웃었다. 한참을 웃고 난 그녀가 아직도 입가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내게 물었다.
“아직도 그 뜻을 모르겠니”
“문호 너 생각 보다 머리가 나쁜 건지 순수한 건지……”
무슨 상황 인지를 몰라 한동안 어리둥절해 있는 나에게 신혜가 말했다.
“다시 한 번 천천히 읽어봐……”
그 때서야 신혜가 큰 소리로 읽어 보라는 뜻이 이해가 됐다. 그 순간 나는 웃음 보다는 신혜의 새로운 모습에 약간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웃음이 났다.
“빨간 거시기, 파란 거시기, 둘이서 나란히 있는 게 재미 있지 않니?”
재미 있어 하기 보다는 황당해 하는 나의 모습이 더 재미 있다는 듯 신혜가 나에게 다시 물었다. 어쩌면 억지로라도 재미있어 하라는 그녀의 강요가 담긴 표정과 재미있어해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어 억지 웃음을 웃으면서 둘은 나란히 버스 정류소로 향했다.
“괜찮겠어……?”
“응 나 괜찮아……”
“그냥 택시 타고 가지 그래……?”
그 때 마침 사당동행 버스가 왔다. 늦은 시간인지 버스 안에는 빈 자리가 많아 보였다.
“문호야 오늘 즐거웠다. 잘 가고 또 연락 하자”
나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신혜가 버스에 올라 탔다. 버스가 떠나려는 순간 나는 급하게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안에는 빈 자리는 많은데 묘하게도 한 자리에 한 사람씩 앉아 있어서 둘이 함께 앉을 자리가 없었다. 우리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버스 손잡이에 의지해서 버스가 흔들리는 데로 몸을 지탱 하고 있었다.
“그냥 아무 자리에나 앉아라”
나의 배려 섞인 말에도 신혜는 못들은 척하며 버스 손잡이가 조금은 버겁다는 듯이 어깨에 가방을
두른 체 안경을 벗어서 자기 블라우스 소매 자락에다 빗물을 닦아냈다.
“왜 그냥 가지 그래……”
신혜가 의아해 하며 조금 불편한 표정으로 나를 흘긴 쳐다 보며 말했다.
“응 시청 앞에서 갈아타면 돼”
그때 나는 원효로 3가 용문시장 부근에 살고 있었다. 버스가 을지로 입구 정류장에 도착하자 여러 사람이 내리고 빈 자리가 여기 저기 생겼다. 그 중, 내리는 문에서 가장 가까운 창가 쪽에 신혜가 앉고 나는 그냥 서 있었다.
“너도 앉아……”
창가 쪽으로 몸을 밀치며 내가 앉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주면서 다정하게 말했다.
“응 괜찮아, 다음이 시청 앞 인데 그냥 서서 갈 깨……”
약간 쌀쌀한 날씨에 히터를 틀었는지 버스 안의 열기에 약간의 취기가 몰려 왔다. 버스가 시청 앞에 도착하고 몇 사람이 내리고 또 몇 사람이 탓다. 그러나 나는 내리지 않았다. 버스는 비 내리는 한강대로를 종점을 향해 질주해 나갔다. 서울역을 지나고 남영동 금성극장 앞을 지날 때 잠깐 망설였지만 나는 내리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로 마음 먹었다. 원효로로 가려면 이곳에서 갈아타야 하지만 잠든 그녀를 두고 그냥 내리기가 망설여 졌다. 삼각지를 지나서 한강대교를 지날 무렵 신혜가 눈을 떴다. 그리고는 이내 옆에 서있는 나를 확인 하고는 그녀 특유의 놀란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뭐야 너…… 왜 안 내렸어?”
“응 그냥…… 너 바래다 주고 택시 타고 가면 돼”
“피~ 근데 김문호 너는 왜 모든 것을 그냥 이라고 하니”
신혜가 이름 앞에 성을 붙여서 부를 때는 그녀가 조금 진지할 때 하는 버릇이다.
버스는 어느덧 동작동 국립묘지 부근을 지나고 있었다. 중 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십 년을 함께한 나에게는 아주 낮 익은 곳이다. 비계 마루턱을 넘을 때에는 버스 안에 사람이 신혜와 나를 포함해서 여섯 명으로 줄었다. 그 때서야 나는 잔뜩 몸을 움츠려서 신혜 옆자리에 앉았다. 그런 내 행동이 어색 했는지 의도적으로 신혜가 내 쪽으로 몸을 기댄다.
“왜 겁나냐? 종림이가 무서워? 바보같이……”
순간 나는 조금 당황 했지만 그녀의 머리 곁에서 묻어 나오는 사과 향의 샴푸 내음에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포근해 졌다.
신혜네 집은 사당동 버스 종점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빨간색 대문 이층집 이라고 했다. 이층에서 내려다 보면 넓은 공터가 있는데 겨울이면 임시 스케이트 장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신혜는 무슨 이유에서 인지는 몰라도 집 근처로의 접근은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고생했다…… 이제 빨리 가라, 고맙다 문호야”
버스에서 내리자 신혜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응 그래…… 비도 오고 늦었는데 집 앞까지 바래다 줄게.”
“괜찮아…… 그냥 여기서 택시 타고 가”
신혜가 마침 지나가는 택시를 세웠다. 신혜가 택시의 뒷 문을 열어 나를 떠다밀 듯 집어 넣었다.
그 이후에도 명보다방에서 가끔 신혜를 만났다. 그 즈음에 종림과는 절교를 한 상태로 편안한 관계에서, 때로는 칼국수도 함께 먹었고 돈까스랑 부대 찌게도 먹으면서 가끔 ‘골뱅이와 홍합’ 집에서 술도 한잔하는, 애인 사이는 아니지만 친구보다는 친한 애매한 관계가 유지 되고 있었고 그런 관계에 나는 만족 했다. 그렇게 일년 이라는 시간이 지나 가고 다시 가을이 왔다.
신혜에게서 또 다시 연락이 왔다. 그날도 역시 비는 내리지 않지만 금방이라도 내릴 것 같이 하늘은 머리 위에 구름을 가득 이고서 화난 얼굴로 잔뜩 찌프리고 있었고 바람이 떨어진 낙 옆을 이 골목 저 골목으로 실어 나르던 그런 날이었다. 신혜는 항상 그런 날에만 연락을 한다. 그리고는 자기에게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너이기에 연락을 했다는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빠뜨리지 않고 하는 것도 똑같다. 오늘도 역시 만남은 ‘골뱅이와 홍합’ 집에서다얘기는 주로 신혜가 하고 나는 들어 주는 편이다. 언제나처럼 골뱅이와 홍합 세트 메뉴에 크라운맥주 5병을 마시고서 어둠이 퍼지기 시작하던 6시경에 들어갔다가 10시가 거의 될 무렵에 술집을 나왔다. 오늘도 백 병원의 철재 울타리를 끼고 돌아서 청자지물포와 홍보지물포 앞 가로등이 희미한 불 빛을 내뿜고 있는 인쇄 골목을지나 버스 정류장을 향해서 신혜가 조금 앞서고 나는 한 발작 뒤에서 그녀의 발걸음을 세듯이 걸어 갔다.
“문호야”
바람에 흐트러진 머릿결을 한 손으로 움켜잡고 고개만 살짝 돌려서 신혜가 불렀다. 나는 대답대신 그 녀를 쳐다보며 눈으로 대답했다.
“오늘 한잔 더하고 헤어지자. 너한테 할 말도 있고......”
신혜의 목소리에 약간의 취기와 함께 차가운 바람에 추위를 느끼는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늦지 않을까? 나는 괜찮지만……”
시계를 들여다보며 조금 걱정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만 괜찮으면 나는 괜찮아.”
신혜가 갑자기 나의 팔짱을 끼며 내게 기대듯 말했다.
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는 술 냄새가 과일냄새로 변하여 내게 다가왔다. 명동 성당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잔뜩 움츠려서 작아진 몸을 나에게 지탱하듯 걷는 그녀가 아주 작게 느껴져서 내 코트 주머니 속에 넣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앙극장의 빨간 네온사인 불 빛이 선명하게 보이는 지점까지 왔을 때, 길 건너편에 장수통닭 집과 장충동 족발집이 있고 그 옆에 곰이 그려진 OB베어 간판이 눈에 들어 왔다.
“추운데 저 집으로 들어 가자”
신혜가 끼고 있던 팔에 힘을 주며 끌어당기듯 나를 이끌었다. 술집 안에는 꽤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마침 TV 에서는 삼성 라이온스와 OB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막 끝났는지 양팀 선수가 덕아웃을 나와서 모자를 벗고 관중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었고, 취객들은 경기 결과를 가지고 나름대로의 관전평에 열 들을 올리고 있었다.
“문호야”
배가 조금 나오고 OB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사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날라다 준 두 번째 500cc 맥주 컵을 버겁다는 듯이 양손으로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잔을 내려 놓으면서 입술 양쪽에 거품을 잔뜩 묻힌 체 나를 불렀다. 나는 대답대신 얼른 네프킨을 뽑아서 그녀의 손에 쥐어주면서 똑 바로 그녀를 쳐다 보았다.
“문호야 임마”
건네 받은 네프킨을 한 손에 구겨 쥐고 다른 한 손으로 주먹을 살짝 쥔 체 엄지 손가락 등 부분으로 거품을 닦아내며 약간 목청을 돋워서 다시 불렀다. 취기가 오르는 듯 목소리가 조금 느려지며 떨림이 있다.
“응 말해 나 듣고 있어”
“김문호야”
신혜가 이름 앞에 성을 붙여서 불렀다. 신혜가 진지해 졌다는 신호다.
“너 바보니, 아니 너 바보지?”
“너는 왜 매사에 자기 주장이 없니......? 넌 회사에서도 그렇게 해?”
몇 초간 침묵하던 그녀가 목소리를 낮추어 천천히 물었다.
“왜…… 좋은 것은 좋다, 싫은 것은 싫다고 말을 안 해, 그게 바보가 하는 짓 아니야......? 그리고 너는 말끝마다 그냥 이라고 대답 하는데 그 말을 듣는 사람은 무시 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하는 것 몰라?”
약간 혀가 꼬부라지는 것을 억지로 돌려 놓으려는 듯 입술을 혀로 침을 묻혀 가면서 침착하게 말했다.
“그래……? 나는 그냥 기분 상하라고 하는 소리는 아닌데…… 오히려 상대를 배려해서 조심스럽게 하는 거야, 이상하게 들렸어……?”
나는 껍질을 깐 땅콩과 껍질이 붙어 있는 땅콩을 양쪽으로 분리 해놓고 조금 억울 하다는 듯이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려고 노력하며, 오히려 그렇게 받아드리는 상대방이 옳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거웃거리면서 아직 절반 가까이 남아 있는 맥주잔을 들어 단숨에 마셔 버렸다. 둘 사이에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문호야, 야 임마 문호야…… 너, 나 어때……? 한번 가지고 싶지 않니? 그냥 이라고 말하지 말고 당당하고 솔직하게 말해봐라.”
고개를 숙여 탁자 끝 모서리를 초점 없이 바라 보던 신혜가 오른 손으로 머리를 뒤로 젖히며 나를 물끄러미 쳐다 보다가 그냥 머리를 탁자 위에 기대며 눈을 감았다. 얼른 그녀 쪽으로 몸을 돌려 그녀를 부축 하려 하였으나 그 때 나는 그녀의 말에 충격을 받았고 떨고 있어서 작고 왜소한 체격이기는 해도 그녀의 허물어진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가 버거웠다.
“신혜 취했구나, 그만 일어나야겠다. 그만 가자.”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려 툭툭 치며 한 손으로 그녀의 핸드백과 우산을 챙겨 들고 재촉하듯 밖으로 나왔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있었다. 길 건너 중앙극장 에서는 방금 마지막 상영이 끝났는지 극장 앞 택시 정류장에 길게 줄이 지어져 있다. 그 줄의 맨 뒤에 서서 우산을 받쳐든 체 왼손으로 그녀의 등을 감싸며 팔을 붙잡고 있어서 내 어깨에 신혜의 가슴이 느껴지며 맞대어진 사이 마다 따스한 체온이 전해 왔다. 신혜는 추위를 느끼는지 작은 몸을 더욱 움츠려 내게 달라 붙듯이 매달렸다. 택시 뒷 자석 중간에 내가 앉고 창가로 신혜를 앉혔다. 히터가 들어와서 차 안은 따듯 했다. 한 손으로 소중한 물건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내 팔을 꼭 붙잡고 내 어깨에 기댄 체 신혜는 얕은 잠이 들어 있었다. 내 어깨에 기댄 신혜가 토하고 싶은지 두 세 번 입술을 오물거리기는 했지만 용케도 참으며 새근새근 잠들어 있고 나도 그녀의 머리 쪽으로 고개를 떨구고 졸고 있었다.
“손님, 사당동 버스 종점 다 왔습니다.
기사 아저씨의 부드럽지만 강렬한 목소리에 눈을 떴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다.
“죄송한데 집 앞까지 태워주시면 안될까요?”
“아니야 여기서 내릴 거야”
신혜가 단호히 말했다. 그녀의 말투가 워낙 단호해서 나는 택시비를 지불하고 우리는 택시에서 내렸다. 택시는 우리를 토해놓고 시간이 돈이라는 듯 급하게 출발을 해 버렸다.
“집까지 바래다 줄게……”
나는 재빨리 우산을 펴서 신혜에게 쓰여 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대답 대신 한 동안 내 얼굴을 쳐다보던 신혜가 다시 팔짱을 끼며 아무 말없이 나를 이끌었다. 자정 무렵이라 종점 부근의 상가들은 몇몇 주점을 제외 하고는 대부분 어둠으로 묻혀있고 사람의 발길은 가끔 지나가는 취객들이 보일 뿐, 가을비 내리는 사당동 버스 종점의 풍경은 을씨년 하기만 하다. 택시에서 내려 이백여 미터를 올 때까지 우리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그냥 앞만 보고 걸었다.
“문호야, 우리 여기서 자고 가자.”
급작스러운 제안에 내 발걸음이 멈칫 했지만 이미 그녀는 한 손으로 나의 손을 굳게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에머럴드 모텔의 문을 밀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떴다. 나는 옷도 벗지 않은 체, 침대 밑에서 침대 커버를 덮고 자고 있었고 침대 위에는 그녀가 없다. 한동안 거울이 사방으로 달린 방안을 휘둘러 보다가 급하게 밖으로 나왔다.
얼마 후, 서울에 첫 눈 치고 꽤 많은 양의 눈이 내리던 날에 그녀에게서 편지가 왔다.
‘문호야!
김문호, 너 괜찮은 사람이야, 네가 나를 지켜준다는 의미도, 내 아픔의 일 부분을 걷어주겠다던 너의 마음과, 가슴으로만 사랑하겠다는 너의 진실을 이제 나는 믿을 거야, 그냥 이라고 버릇처럼 말하는 그 말의 뜻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구나, 너는 좋은 사람이야…… 그리고 잊지 않을게, 고마워 김문호! 신혜가’
그 날 이후 명보극장 옆 명보다방 에서도 그녀를 더 이상 만날 수가 없었다. 그녀가 다니던 화실에서도 더 이상 그녀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해 겨울은 몹시 추웠다. 나는 사당동의 임시 스케이트장 주위를 서성이는 날이 많았지만 그곳에서도 역시 그녀를 만날 수는 없었다. 봄이 왔다. 여의도 윤중로에 벗 꽃이 만개하던 날에, 나는 미련 없이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네팔의 안나프르나 산 길을 혼자서 걷고 있었다. 아픔은 아픔으로 치료 한다는 누군가의 말을 되새기며 앞사람의 발자국을 내 발자국으로 덮으면서 그렇게 걷고 있었다.
“안녕 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반갑습니다.”
조금 마른 체형에 무테 안경을 쓰고 머리에서부터 발 끝까지 명품으로 휘감고, ‘나 돈 있는 여자야’ 라고 말하듯이 호규의 아내가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가득 머금고 다가 왔다. 된장 스프를 맛보려던 아내가 황급히 일본식 사기 숟가락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잘 지내셨어요?”
아내가 멋쩍은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잡으며 그녀의 질문에 순서만 다르게 똑 같은 대답을 했다. 나는 그 때 화장실에 다녀 오는 중이었다. 꽤 먼 거리에서 그 광경을 지켜 보면서 호규 아내의 젊고 세련된 모습에 비해 초라하고 궁색해 보이는 아내의 모습이 뭔가 비굴함이 보여지는 듯 해서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이거 주방장 특별 추천 메뉴예요. 오늘 새로 개발한 건데 들어 보시고 평가해 주세요.”
조금 전 쌍거플 수술의 웨이츄레스가 가지고 온 음식을 아내 앞으로 옮겨 놓으면서 일부러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얼 듯 보아도 5캐럿은 될듯한 다이야 반지가 내 눈에 들어 왔다.
“안녕하세요”
“네에 안녕하셨어요. 오랜만에 뵙네요.”
“그래 새 집 사서 들어가니 어떠냐……? 집 들이 해야지……?
어색한 분위기를 깨듯이 때마침 호규가 내 등을 툭툭 치며 물었다.
“집 들이는 무슨…… 코딱지 만한 쿈도인데, 오래된 집이라 수리 할 때도 많고 손을 많이 봐야 돼.”
나는 조금 움츠리며 초라하게 대답 했다.
호규를 만나고 얼마 되지 않아서 호규는 자랑하듯 우리를 집으로 초대 했다. 버지니아에서 새롭게 각광 받고 신흥부자들이 많이 산다는 동내의 넓은 정원을 가진 호규의 집은 한눈에도 그의 성공을 짐작하게 할 수 있었다. 집안 구석구석 값나가는 가구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고 벽면 여기 저기에는 잘 차려 입고 근엄하고 품위 있는 얼굴로 연출된 부부의 사진과 아들 딸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황금색 고급 액자 틀에 끼워져서 영화에서 본, 영국 왕실의 작위를 얻은 사람의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특전사에 근무 할 때 낙하 훈련 중, 호규가 비행기 생명줄에 매달려 낙하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낙하지점을 놓쳐서 비행기가 선회를 하고 훈련에 혼란을 일으켜서 여단 영창 생활을 하며 그의 이름 비슷하게 호구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리스버그의 히바찌 라는 상호의 부페 식당은 호규의 아내가 맡아서 하고 알링턴에 있는 베트남 식당은 호규의 처제가 메니저로 관리를 하며 이곳 일식당은 미세스 리가 책임자로 일하며 호규가 세 곳을 돌아다니며 종합적으로 운영을 한다는 말 중에서 미세스 리가 신혜를 지칭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까 호규씨네 식당에서 미세스 리 라는 여자 당신 아는 여자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운전대를 잡은 아내가 한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갑자기 물었다.
“응 누구……?”
시치미를 떼고 모른 척 했지만 내 말투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내 스스로 알고 있었다.
“테이블에 앉았을 때 우리한테 와서 인사하던 한국여자 몰라?”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아내는 다그치듯 내게 물어 왔다.
“글쎄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정확히 못 봐서 모르겠는데.”
“근데 당신 왜 당황해 했어”
아내는 취조를 하는 형사처럼 나를 향해 좁혀온다.
“당황은 무슨……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
나는 어절부리듯, 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아내도 더 이상의 대화 끝은 싸움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입가에 묘한 웃음을 짓고는 아무 말 않고 자동차의 속도를 올림으로서 자기 자신의 상태를 나에게 전달한다.
나는 지금 삼개월째 실직 상태로 집에 있다..
나는 쇼파에서 벌떡 일어나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다. 일단은 무조건 그녀를 만나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호규네 레스토랑으로 급하게 차를 몰고 갔다. 차를 주차장 구석에다 세우고 차 안에서 식당 안을 들여다 보니 아직 늦은 손님 몇 명이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고 있고 종업원들은 퇴근 준비를 위한 정리에 정신 없이 바빠 보인다. 삼 십 여분을 기다린 후에야 마지막 술 손님들이 가고 카운터 앞의 전등을 남기고 매장 안의 불이 모두 꺼졌다. 몇 명의 직원들이 자기 차에 올라 각자의 집으로 향하고도 한참이 지난 후에야 호규와 그녀가 가계에서 나왔다.
“고생 하셨습니다. 목요일에 뵙게요”
호규가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고 주차장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된 신형 벤츠에 시동을 걸고 급하게 떠나버리고 주차장 구석 자리에 서있는 조금 낡은 일제 차량에 그녀가 올라탔다. 나의 심장이 갑자기 뛰기 시작 했다. 주차장 불 빛에 혹시 눈에 띨 것 같아 몸을 잔뜩 움츠리고 그녀를 주시 했다. 신혜가 시동을 걸고 잠시 고개를 자동차 시트에 기댄 다음 두 손으로 머리를 한번 감싸고는 어디엔가 전화를 건다. 잠시 동안 조금은 심각하게 통화를 끝내고 그녀가 출발을 했다. 뒤를 따랐다. 123 도로로 접어들어 속도를 올리며 달리다 66번으로 갈아탄 그녀가 센터빌 방향으로 움직였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무서운 속도로 질주 하는 차량 사이로 그녀도 무섭게 달리고 있다. 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뒤를 쫓았고 신혜의 차가 29번 도로를 만나는 곳에서 오른쪽 깜박이를 키고 속도를 줄이며 차선을 변경 하였다. 하지만 나는 달리던 속도를 그냥 유지하고 29번을 통과하여 66번 도로를 그냥 달려 나갔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다. 66번 도로가 끝나고 81번을 만났다. 왼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오른손으로 전화기에 비밀번호를 풀고 유트브에서 ‘비지스’를 쳤다. 전화기 창에 나타난 여러 개의 음악 중에서 ‘홀리데이’를 눌렀다. 피아노의 선율과 함께 시작하는 잘생긴 베리깁과 못생긴 로빈깁 형제의 선이 가는 목소리가 내 마음을 흔든다.
‘당신은 휴일 같은 사람 입니다. 정말 그런 사람 입니다. 그건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꼭두각시처럼 행동해서 당신을 웃게 할 수 있다면 그 때 그러지 않고 비난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우스운 개임, 항상 같을 거라고는 믿지 마세요. 내가 방금 한 말도 생각나지 않는 걸요. 내 머리 위에 부드러운 베개를 얹어 주세요. 많은 사람들은 알아요 왜 내가 아직도 눈이 멀었는지를 다른 사람이 나라면 그건 정말 무정 하다고 말할 거예요.
집으로 돌아왔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벌거벗은 체 아내는 자고 있고 아내의 코고는 소리와 현관 입구에 서있는 괘종 시계의 초침 돌아가는 소리가 묘한 엇박자를 만들어 내며 그렇게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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