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졸업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장작 전문가과정
2017 미주한국일보로 등단
2017 워싱턴문학 신인문학상 시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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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종가 집 50년 묵은 간장 같은 집을 나가 당신 늘상 산에 다니시던 배낭에 단출하게 짐 꾸려
산으로 들어가신 아버지
지리산 어느 기슭 토굴 속에서
날것과 생것 한 웅 큼씩 연명하시다가
타들어가는 검은 폐를 끌어안고 밤 새
가르랑거리며 목구멍을 타넘지 못하는
生과 死의 그 진득한 가래를 더는 뱉어낼 수 없어
아직은 마지막이 아닐 거라고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라며
희망은 남겨두고
몸 만 요양병원으로 들어가신 날
추석 전 날
돼지꼬쟁이 한 점 생각 난다시더니
그예 눈 감으셨다
허공에 흩뿌리다 상복에 살짝 묻혀온 아버지
또다시 소각장 불길 속으로 보내고
혼자 문턱을 넘어 왔다
망자가 타 넘지 못하는
아버지 쓰시던 그 빈 방에 앉아
그날의 돼지꼬쟁이에 가슴을 찔려
나, 마른 피를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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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택배 한 박스가 왔다
테이프를 뜯고 속 종이를 들어 올리자
수천의 눈동자가 나를 보고 웃고 있다
마룻바닥에 신문지 한 장 펴고
다듬기 시작하니 금세
쌓여가는 똥은 산이 되고
잘린 머리는 무덤이 된다
해풍에 바싹 마른 몸이 고된 여정에 지쳐
남해바다 속 푸르렀던 시절이 그립고
한생이 고단했던 노모는
선산의 볕 좋은 무덤 곁으로 가고 싶다
머리 따고 배 가르니 거기 새까만 내장
새카맣게 타들어간 오장육부만 같아
두 손 가득 퍼 담아 받아드는 남해 향기
엄마 냄새
뼈만 남아 투명해진 손으로
성긴 머리칼을 쓸어내리면
방바닥 소복이 쌓이는 은비늘
휘어지고 구부러진 등뼈는 녹슨 지 오래다
헤벌어진 입가엔 마른버짐이 꽃처럼 피어 있고
꾸덕꾸덕한 밥풀 하나 붙어 있는 푹 꺼진 볼
퀭한 눈으로 나를 보며 웃는다
남해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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