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출생
'워싱턴문학신인상수상'
'워싱턴윤동주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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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비
홑겹의 날개로도
제 몸 하나 날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샛강 건너 들길 따라
산허리 너머 연안의 시클라멘을 찾아서
나리는 눈발 한 자락에
그예 더듬이가 서걱거려
털썩, 올리브산 나뭇가지에 내려앉아
오후 두 시의 햇살을 기다린다
녹아든 눈송이
허공에 털어버리고
오그라 붙은 촉수를 펼치면
다시 제 갈 길을 가고 싶어
차가운 숨 가누어 녹일세라
날개 접어 안으로,
안으로 동글리는 철 잃은 겨울 나비
*시클라멘: 지중해 연안에 자라나는 겨울에 피는 꽃
*올리브산: 감람산,예수의 십자가가 서 있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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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함성이 얼음가시 되어
서로를 찔렀다
물개가 유영하듯
링크 위를 돌고도는 아이들
바람을 가르고
날카로운 쇳소리에 몸을 부딪고
빙판 위로 뿌려지는 진홍 선혈
세계를 제패했던 코치의 황금빛 영광도
이 한 판의 승리만이 그 명예를 지켜줄 뿐
거기에,
출발에 선 어린 딸아이가
희번덕이는 칼날을 발에 채우고
쿵쿵대는 심장을 얼음장 위에 꽂고
서 있었다
죽여야 사는 곳은 전장
패배자들에게 줄 위로란
한 여름 뙤약볕에 녹아나는 솜사탕이지
그래도 미련이 남아 있다면
가시 돋친 얼음판을 안아야겠다
타인의 손톱 밑까지 파고들어도
얽히고 설킨 가시의 끝에 깊숙이 닿아도
아프지 않게 그렇게, 있어야 한다
그렇게 공기가 되어서라도 꽉 안아야 한다
차가운 링크 위로 따뜻한 숨을 내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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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덩굴
오이덩굴 한 줄기
밤새 휘청이다
손가락 끝 가늘게 뻗어
햇살이 뚫어놓은 깻잎자락을
꼭, 쥐었다
살아내기 위한 생각
얼마나 간절한가
바람 부는 대로 일렁이다
덥썩 잡히는 희망 하나에
온 힘을 다해 자신을 묶어둔다
얼마나 대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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