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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레지나

Author
mimi
Date
2012-02-27 13:29
Views
11210
Regina Kim2.jpg

 

  * 전남 광주 출신



  * Edinboro University,  회계학 전공



  * University of Baltimore, MBA



  * 워싱턴문학 신인상 수필부문 우수상 수상(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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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당부

아버지, 이름이 뭐예요

집안에 울려 퍼지도록 목소리를 높여 묻지만 전화 저편에선 아무런 대답이 없다.

 “아버지, 제가 누군지 아세요?”

  한동안 침묵이 흐르다가 아버지 곁에 있던 오빠가아버지 이라고 일러주길 차례한 후에야 희미하고 젖어드는 목소리로---이라고 길고 처량하게 말씀하신다.

아버지의  당당하고 훈육적인 목소리는 어디로 갔을까?

오랜세월 공직 생활를 하신 이유인지 아버진 항상 우리 자매들에게 교과서같은 삶을 살라고 강조하셔서 우린 아버지 앞에선하지만 뒤에선 요즘 세상 어찌 그렇게만 살겠냐고 투정을 부리곤 했다그런 삶을 보내신 아버지로 인하여 우린 어린 시절 여러번 불편을 겪었던 기억을 지니고 있는지라 불만스러워했다.

그런 아버지께서30여년 사랑의 열기에 온통 휩싸여 태평양을 한걸음에 넘어뛰려는 고명딸에게 하신 아버지의 당부는 확고하셨다.

한국인임을 잊지 말고, 시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들을 사람답게 키우라 하셨다.

모든부모들이 결혼하여 떠나는 자녀들께 들려주시는 덕담이라 생각할 있지만 미국 남편 따라 조국를 떠나는지라 아버지의 당부가 한동안은  마음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었다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듯이 바쁜 생활과 마음의 여유가 없이 지내는 날들이 계속되면서 자연히 아버지의 당부는 잊고 지내게 되었고 그런지 30여년이 지나 버렸다.

그러다가 몇년 전부터 삶의 흔적이 하나 하나 아버지의 기억속에서 지워져가기 시작하고 아버지의 목소리에 교훈이 실려있지 않자 의식의 밑바닥에서 오늘의 나를 다져주는데 가장 지표가 되었을게 틀림없는 아버지의 당부가 마음가득히 차오르며 이제야 지나온 시간을, 오늘을, 그리고 앞날을 가늠해보는 지혜가 생겼다.

한국인임을 잊지말라 하셨던 당부는 한국말 잘하고 한국 문화 좋아하는 미국 남편과 한국인의 피가 섞여있음을 자랑으로 여기는 아이들을 보면한국이란 이름에 누를 끼치지는 않은 확실한 같다게다가 남편이나 아이들 모두가한국 음식 예찬론 만나는 친구들 모두에게 펼치니 또한 자랑스럽기만 하다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들들이 우리말이 서툴러 , 눈치, 맛과 멋등의 미묘함을 느낄 있도록 도와주지 못한 이다.

시부모님 공경하라는 말씀은 미국 시부모님이기 때문에 너무 쉽게 아버지의 당부가 이행된 싶다일년동안 한집에 살면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시행착오가 있긴 했지만 시부모님 께서 한국을 다녀오신후론 모든게 순조롭고 한국 며느리를 항상 앞장 세우셨다.   결혼 아버지께서 시부모님께 보내신 편지도 우리네 정을 이해하시는데  몫을 단단히 하지 않았나 싶다하지만 매달 시어머님께 용돈 보내드릴 때마다 친정 어머니 살아 생전에 모든걸 오빠들께 맡겨 버리고 용돈 한번 정기적으로 보내드리지 못한 가슴이 아린다.

아이들을 사람답게 키우라는 말씀은 어디서 어떻게 정답을 얻을 몰라 남편하고많이 의견을 달리했던 같다 있는대로  이리 가라, 저리가라 손가락질 하려하지 않고 옆에서 같이, 뒤에서 조용히 힘찬 박수 보내주는 남편한테 많이 배웠다칭찬 받고 칭찬하는 익숙치 않아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젠 작은 일에도 최고의 찬사를 보낼 줄도 안다얼마 독일로 유학 떠나는 아들에게 엄마 곁을 떠나서 대서양 건너 독일로 가느냐 물었더니 아들이 아주 현명한 대답을 했다. ‘엄마는 태평양을 건너왔잖아요

아이들 모두 자리 찿아 날고 있도록 이끌어 주는걸 사랍답게 키운거라 인정해 주신다면 이제야 정답에 근접은 같다.

아버지의 당부가 이렇듯 삶의 중심이 되었음을 어찌 이제야  깨닫게 되었는지 부끄러운 마음으로 아버지께 말씀드린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  라는 아버지의 애잔한 목소리가 나를 30 전의 아버지의 고명딸로

되돌려 놓는다.

Total 2

  • 2012-02-29 10:54

                                                                                                                                                                                                                                  



    먹고 살아야지

     방콕에서 보낸  지난10월의 한 나절은 씁쓸함과낭패감그리고  가슴 뿌듯함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롤러코스트를 탄 듯한 날이었다.   타일랜드 북쪽의 도시챵마이에 사는 친구를 방문하는 길에 비행기 시간을 조절하여  방콕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한 것이었다.  짧은 시간이어서 먼 곳은 갈 수가 없어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대 왕궁 (The Grand Palace)  가보기로 했다.  여행 중에는 될 수 있는대로 그 도시의 대중 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편이어서 그 날도 지하철과 보트를 탔는데 마침 그때 방콕은  50여년만의 홍수로 강 물살이 거칠어 보트안에 앉아서도 마음이 불편하였다.  대 왕궁 근처에 도착하여 시장 모퉁이를 이리 저리 돌고 거리의 상인들이 즐비한 비좁은 길들을 지나쳐 가는데 어떤 젊은 청년이 우리를 붙잡으며 지금 왕궁에서는  왕족친척의 결혼식이 거행되고 있어서 2 시간 후에야 입장이 가능하니 가까이에 있는 절에 가 보지 않겠느냐고 반 강압적으로 팔을 잡아 끌었다.   하지만 여행 가이드 책에서 읽은 기억도 있고  여러분들의 충고도 있어서 젊은 청년을 쉽게 물리 칠 수가 있었다.  그리고선 남편과 둘이서 손뼉을 마주치면서 속아 넘어가지 않은걸 자축하였다.

    우린 못 속이지,  우리가 누군데”

     

    얼마쯤 걸으니 이번엔 경찰 제복 비슷한 유니폼을 입은 청년이 정중하게 다가와 얼마 전의 청년과 같은 내용의 얘기를 하면서 2 시간 동안 주위에 있는 관광지를 돌아보면 좋을거라고 제안을 하였다물론 관광객에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으니 조심하라는 충고도 같이 하면서.    두번째 청년이 보여준  진지함과  두 사람에게서 들은 똑같은 내용의 정보제복이 주는 신뢰감 그리고 관광 강요가 아닌 관광 제안등은 우리의 마음을 열게 하고 말았다.   청년은  가까운 곳에 있는 명소 몇 군데를  골라주며 걷기는 먼 거리라며 지나가는 관광용 차 (작은 삼륜차 비슷 함 –태국말로 tuk-tuk)를 세워 가격까지 흥정 해 주었다.   정말 배려가 깊은  청년이었다.

    이쯤해서 남편과 나는 처음에 만났던 청년을 사기꾼으로 몰아부친 우리 자신에게 씁쓸한 기분을 맛 보게 되었고  ” 왜 우린 사람을 믿으려는 마음을 처음부터 닫아놓았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속지않았다고 손뼉쳤던 우리의 모습에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들었다.

    우리 참 못 됐다 사람이 사람을 못믿으면 누굴 믿냐?       .”

     

    몇 군데 관광 시켜준 후 왕궁 입장 시간에 맞춰 같은 장소로 데려다 주기로  한다기에 제복의 청년에게 감사의 인사를 나누고 차에 올랐다이 차는 주로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마차와 비슷한데 말 대신 모터를 사용하며 타일래드에서는 Tuk-Tuk 이라고 불렸다. Tuk-tuk은 차가 달리면서 내는 소리에서 따온 이름이라는데 기사와 승객 2-3 명을태우고 좁은 길도 달릴 수가 있어서  관광용 차로 사용하나  서울에서 택시타는 것 보다 더 아슬아슬해서내손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두 다리는 꽈배기처럼 꼬여 있었다.  게다가 옆문이 없는지라 양 옆에서 비가 들이치기 시작하였고 우린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른 채 기사의 운전 곡예에 원치 않은 동반자로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랜드 캐년을 헬리콥터로 관광할 때보다 더 두려움에 떨었던 것 같았다.

    한 동안의 가슴 두근거림이 계속된 후 우리는 Happy Buddha가 계신다는 절에 도착되었다.

    두손을 모아 공손히 맞이하는 안내자의 설명을 들으며 절을 돌아본 후 공양도 하고 나오려는데 안내자가 대왕궁에 갔다 오는 길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왕궁에서는  결혼식 중이어서 잠시 이곳에 먼저 들렀다고 했더니 안내자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어지더니곧  화제를 바꾸었다.   그와 동시에 나의 머리 속에서도 순간적인 불빛이 스쳐지나갔다.

    아니 이럴 수가 있나?  그럼 그 제복의 청년은 어떻고그 제복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더구나 두손 공손히 모아  제복의 청년에게 몇번의 감사인사를 드린 우린 뭔가?

    이런 낭패감이라니 …………

    “ 사람 믿을 게 아니라니까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화가 잔뜩 난 우리는 기사에게 돌아가자고 퉁명스럽게 얘기했더니  보석상과 양복점에 꼭 들려야된다고하였다두군데를 들르지 않으면 기름을 공짜로 넣을 수 있는 쿠폰을 얻을 수 없다는 말이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이런 장사속 관광을 싫어하기에  단체 여행를 피해서 개인으로 여행하는데 그래도 속았다는 분함을 이기지 못해 투덜거라는 나에게 남편이 조용히 하는 말이  이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지.” 했다.   그래 이사람들도 먹고 살아야지하지만 나를 속여서 먹고 살아서는 안 되지.  그럼 다른 사람은 속여도 된다는 얘긴데 …………..그거 또한 말이 안되지.

    이쯤해서 난 마음을 돌리기로 작정하고 기사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고 그의 운전 실력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칭찬 하였다.  이어 아이들 이야기가 나왔고 물론 제한 된 언어이긴 했지만 대화는 태국 경제상태로 이어졌다.   기사의 성의 있는 관광 설명과 우리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공통분모를 찾은지라 속았다는 분함은 서서히 없어지고 오히려 기사를 격려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보석상과 양복점을 거쳐 두시간 후에 우릴 제자리에 내려주는 기사께 책정된 금액외에 얼마를 더 내밀며 감사의 인사를 나누고나니 왠지 모르게 내가슴에서 따스한 정감이 펴져나오고 있었다

    우여곡절끝에  대왕궁의 입구에 도착하여 입장권을 사면서 난 마음의 갈등을 느꼈다.  왕궁이 결혼식때문에 오전에 문을 닫았느냐고 물어 볼까 말까하는 일로 말이다.   결과는 뻔하겠지만그때쯤의 우리는 이미 마음이 열려진 후인지라 판매원 에게 물었더니  대왕궁은 일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연다고 했다.  남편에게  허탈하나 의미있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우리 모두 먹고 살아야지.”

     


  • 2022-08-10 13:52

    * 전남 광주 출신
    * Edinboro University, 회계학 전공
    * University of Baltimore, MBA
    * 워싱턴문학 신인상 수필부문 우수상 수상(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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