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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회원작품

최연홍

Author
Suan
Date
2010-03-22 20:15
Views
11546
Choi.JPG





  • 충북 영동 출생
  • 연세대, 인디애나대학 졸업
  • 연세대재학중 현대문학으로 등단
  • 1996년 서울 시립대 객원교수
  • 1999년부터 정교수로 가르치다 은퇴
  • 시집으로 <정읍사> <한국행>
    <최연홍의 연가>
                     <아름다운 숨소리>
  • 엣세이집 <섬이 살라지고 있다>
    <떠남으로써 남아있는 사람>
       외 다수
  • 영문시집 <Autumn Vocabularies, Moon of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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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록담.jpg

                   백록담

 

 

하얀 사슴이 물을 마시는

백록담

신선이 함께 살던 전설은

언제나 운무에 감추어져 있었는데

한라산 내 마지막 등반에서

기적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 놓았다

분화구를 꽉 채우던 안개, 안개비가

오후 2시 빗장을 열어 놓았을 때

부끄러움을 타는

선녀,

나는 거기 서 있었다

노루 마실 만큼의 물을 남겨둔 백록담

그렇구나, 안개 속의 선녀와 하얀 사슴과 신선이

함께 살던 비밀이

지금까지 숨겨져 왔고

천상으로 올라갈 것을 안다

나는 백록담을

사슴처럼 맑은 눈으로

내려다본다

그래, 한라산 정상 옆으로

언제나 구름 한 자락이 깔려 있어야

사슴은 물을 마시고

신선은 구름을 밟고

백록담을 내려 올 수 있으리라

백록담은 보랏빛 하얀가시 제주 엉겅퀴로

환해졌다 안개 속에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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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겨울이 없는 나라                                                                                                                                                                               











적도가 지나는 곳에 차린 직장











불꽃이 늘 피어있고











그 옆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남자와 여자





















밖은 겨울이지만











여기는 삼복더위,











기름이 끓고











살코기는 구워지고











불에 데인 손,











칼에 찔리고 베인 손가락





















배고픈 사람들은 기다릴 줄 모른다











예의를 모른다











성급한 고객의 기호에 맞추어











장단을 친다











스테익을 구워내고











감자를 구워내고











쌀라드를 잘라내는











숨 쉴 틈도 없는 공간에서











부부는 연옥의 성자가 된다





















달이 중천에 뜨면











부부는 겨우 집으로 돌아와











쓰러져 잠든다











달이 가고해가 가고











아이들은 어느새 둥지를 떠나고











사랑할 시간도 없이











밤마다 고향으로 가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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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tal 8

  • 2010-06-0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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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a.jpg

     

    폴트갈

    --파두 *(fado)

     

    유럽대륙의 서쪽 끝으로

    해가 지고나면

    폴트갈 여자들은 노래한다

    불란서 사람들이 샹송을 노래하듯

     

    그들의 노래는 우울하고

    어두운 술집에 어울린다

     

    바다로 가서 세계를 얻고

    제국을 건설하다

    사라진 남편과

    아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여자들은

    검은 옷을 입고

    어두운 목소리로 노래한다

     

    그러나 아침 수평선에 떠오르는 배가

    시야에 들어오면

    그들은 숨 죽이고

    바다를 바라본다

     

    스레인은 뒤에 서 있고

    바다는 늘 눈 앞에 출렁이고

    영광은 리오 데 자네이로에

    거대한 흔적으로 남아있고

    슬픔은

    언제나

    해가 지고나면

    파도처럼

    여자의 가슴을 난타한다

     

    풀트갈 언어는

    슬픔을 담고 있다

    검은 빛 같지만

    깊은 바다의 감색 빛으로

    출렁이고 있다

    **아멜리아 로드리게스(Amalia Rodrigues) 의 파두 속에서

     

     

     
    *fado : 폴트갈의 대표적인 민요

    **아멜리아 로드리게스(Amalia Rodrigues) : 폴트갈이 낳은 세계적인 여가수 (1920-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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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ttachment : Sea.jpg


  • 2010-09-0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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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하.jpg 

    빙하만에서

     

     

    바다 위에 떠 있는 빙하,

    한 덩어리가 힘없이 떨이지고 있다

    뚝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

    사형 당한 죄수 같다

    가을 사과나무에서 떨어지고 있는 사과가 아니다

     

    아무도 오지 않는 바다에서

    누가 총을 쏘았단 말인가

     

    회색 구름은 산허리에 낮게 깔려있고

    바다는 아침부터 어두워지고 있다

     

    나는 힘없이 무너지고 있는 빙하의 죽음을 바라보고 있다                  

     

    우울한 바다, , 구름, 정적,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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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ttachment : 빙하.jpg


  • 2010-11-20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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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도.jpg

     

    이어도

     

     

    잔잔한 바다는 이어도를 보여주지 않고

    오직 거친 바다만 이어도를 보여준다

    10미터 파고가 5미터의 이어도를 보여준다

     

    모슬포에서 가파도, 마라도를 지나

    먼 바다로 나가는 길목에

    이어도가 있다

     

    이어도를 지나면

    반은 돌아왔고

    반은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올 수 없는 배는

    남지나해, 인도양을 건너 대서양으로 갔고

    멀고 먼 나라로 귀화해버렸다

     

    말이 통하지 않는 적도의 땅에서

    배는 바다 밑으로 떨어지는

    해와 함께 사라졌다가

     

    이틑날

    새로운 해와 함께

    바다위로 솟아올라

    푸른 하늘위로 사라졌다

    밤하늘 별이 되었다

     

    그래서 바다와 하늘의 면적은 같았고

    푸른 색을 공유하고 있다

     

    이어도는 먼 바다로 가는 관문이었다

     

    반을 알고

    반은 모르고

    지난

    관문

     

    그렇게 고전의 바다는 말하고 있다

    잔잔한 바다는 아무 것도 말하지 않지만

    거친 바다는

    이어도가 돌아오지 않는 제주어부들의

    서러운 비망록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도 고향을 떠나려 하지 않지만

    폭풍의 *바당은 고향을 잃어버리게 한다

    거기 어디쯤 이어도가 있다

     

     

     *바당 - 제주도 방언, 제주 사람들은 바다를 마당으로 보았다.
                
    그래서 바다마당을 줄여서 바당 이라고 쓰고 발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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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ttachment : 이어도.jpg


  • 2010-12-3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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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a grass2.jpg

    제주도 1

     


    멀리 떨어져 있어서

    외롭지만

    외로워서

    좋은

    ,

    그 섬의 가을 바다 옆에는

    언제나

    갈대가 꽃처럼 나부끼고 있다

     

    갈대밭 속에는

    유배지의 언어들이

    바람에 서걱이고 있다

    아라

    아라 아라리요

     

    난파된 외국 배의

    선원도

    거기 어디 숨어

    숨 쉬고 있다

     

    세속에서 

    멀리 떨어져 나와

    바람을 먹고 사는

    사람들

    가끔 바다에서 건져 올린

    전복, 다금바리를 먹고 사는

    사람들

     

    외로움에 기대어

    바다 밑으로 지는

    거대한 해를 바라보며

    사는 

    사람들

     

    그래서 따뜻한 사람들이

    서로 보듬어 안고

    살아가는

     

    나는 뭍으로 나가는

    배를 타지 않고

    바다로 나가는

    꿈을 꾼다

    오늘 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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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ttachment : Sea grass2.jpg


  • 2010-12-3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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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le2.jpg

     

    제주도 2

     

     

    어디에나

    바다는 마당처럼 펼쳐져 있고

    어디에서나 

    한라산이 하늘처럼 보인다

     

    바다는 너무 많은 어부들을

    돌아오지 못하는 이어도로 유인했고

    여자들의 눈물과 회한이

    바닷물을 시퍼렇게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바람이 많고

    여자가 많다

    지아비와 아들을 잃은

    슬픔의 여자가 많다

     

    우울한 바닷가에

    갈대가 

    깃발처럼 나부끼고 있다

     

    어디에나

    바다는 

    마당처럼 널려있고

    어디에서나

    한라산은

    하늘처럼 보인다

     

    그 사이에

    비어있는 오름이

    신라 왕릉처럼

    370 여 기 누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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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ttachment : Ole2.jpg


  • 2011-07-01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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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lmon.jpg

      

    알라스카 시편 1

     

    알라스카



    미국인들은 금을 찾아서 알라스카로 달려갔고

    고래들은 여름별장을 찾아서 알라스카로 수영해왔고

    연어들은 깨끗한 고향을 찾아서 알라스카로 왔다

     

    나는 푸른 고독을 찾기 위하여 알라스카로 왔다

    푸른 다이아몬드 보다 더 푸른 고독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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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ttachment : salmon.jpg


  • 2013-03-1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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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0120812230532]pbk603_edit.jpg

    빈집 2

     

     

    내 시골 집 빈집에는 사실 소벌이 함께 살았지

    소 여물 먹이는 거소년 시절에 할아버지 곁에서 지켜봤지

    작두에 소여물을 베어 소죽도 할머니랑 끓였고

    그 불에다 고구마 감자 풋콩 구워 먹었어

    김이 펄펄 나는 소죽도 엎을 것 같이 작은

    허리를 구브리고 퍼다 주기도 했지

    외양간을 지나 벌통이 있었어

    밭쪽으로 상추가 자라던 곳 자두나무 있던 자리말야

    그래그리고 밖으로 칙간이 있었지 배나무 사이로

     

    그 빈집에는 지금 현대사회가 버린 농경사회가 그대로 있어

    들고양이쥐와 함께 오줌을 싸고 살고 있어

    대문 옆엔 두더지가 지렁이 지나간 자리 모양

    길을 파고 지나갔더군 안타까운 일이어서

    동료 건축학과 교수를 데리고 가

    개발해서 돈이 되면 고쳐 쓰라 해도

    관광지가 아니어서 팬션도 안 된다는 거야

    동생들과 매제를 데려가도 뾰족한 수가 없어

     

    팔아 버리면 그만이겠지만그걸 어떻게 팔겠어

    최씨 집안의 장손으로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닌 거 같아서 말야 고민이야

    은행나무와 그 아래 초등학교 때

    비 오는 날 머윗대 덮고 뛰어 들어가던

    기와 담 위에 앉아 있는 이끼만이

    내 안타까움을 바라보는 거 같아

     

    그래도 그 속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살아 숨쉬고 있더라구

    말 없는 세상의 이끼

    그러나 숨쉬고 있는 이끼

    마당 가득

    빨간

    별꽃

    호박 꼬자리 걷으러

    들리는 숙모님께 넝쿨로 자랑하고 있고

    윙윙거리던 벌통들은 없어졌어도

    세상엔 기억이라는 거 그래기억이란

    아름다운 세상이 있어

    사람과 가축이 함께 살았던 지금은 빈집

    평화스럽게행복하게

    사람과 소벌이 함께 산 집

    이효석만큼은 아니라도 문학박물관을 짓고 싶어

    그 빈집에 아니 지금은 언제나

    원고지 한 뭉치 들고 들어가

    혼자 별을 친구로 삼고 싶은 군불에

    군고구마 구워 먹고 싶은

    나의 빈집

    가지 못하는 나의 빈집

     

    외양간이 제일 먼저 무너졌고

    연자방아간이 쓰러졌고

    그리고 칙간이 사라졌어

    그래도 내 추억 속에는 그대로 서 있어

    미안해나의 빈집

     

    한국에 남아있는 내 집 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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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3-1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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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rongo-und-vogelinsel.jpg

    이어도 2
     
    돌아오지 않는 배와 어부들은
    모두 이어도에 정박하고 있다
     
    바다의 끝에 이어도가 있고
    거기에 제주섬 사람들의 내세,
    꿈꾸는 이상향이 있다
     
    꿈은 바다 수면에 찰랑거리는 파랑이 되고
    갈매기 되어 물고기들을 모으고
    어장을 만든다
     
    지도위에 없는
    오직 하나뿐인 섬,
    오직 제주 사남들만이
    마음속에 간직한 비밀의 섬,
    그래서 아무도 훔쳐갈 수 없는 섬
     
    돌아오지 않는 배와
    어부들은 모두 지금 이어도에 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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