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옆차기

 
 

캘리포니아에서 버지니아로 입양된

대추나무

8년 만에 열매 열렸네

 

아무데서나 잘 자란다는

소문만 믿고

뒤뜰에 심었는데

 

서러움 당하는

거인들 세상의 난쟁이

멀리 돌아가는 해와 바람

삼복 더위에 갈증만 나고

 

태권소년처럼

팔다리만 쭉~ 뻗어

나무 그늘 벗어나려

몸부림치고 있어

 

큰 길가 앞마당에서

벼락맞은 벗 꽃나무 자리로

옮겨온 후

탐스런 열매 열렸네

 

지나가던 미국 총각 혼잣말하고 간다

저 대추나무 2단 옆차기 하고 있어!

와~, 태권도 블랙 벨트 소년처럼

오늘 밤에 달이 뜨겠지

 

 

 

그 사람은 이런 대공황 중에

큰 집을 샀다고 행복해 했다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휴일 없는 30년

 

집값이 반 토막 났다고

증권이 깡통 되었다고

빅 쓰리가 휘청거린다고

 

원자탄이 터져도 꺼지지 않을 것 같던

미국이 휘청거리고 있다

한중일, 유럽도 몸살을 앓고 있다

 

그래도

오늘 밤에도 달이 뜨겠지

내일 아침엔 동쪽에서 해도 뜨겠지

나는 무슨 말인지 모른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세상의 일이다

그건 별 세계의 일이다

 

수백억 빚을 지고도

자가용 비행기 타고 다니는 사람들, 꼴불견이다

인디언 원주민

 

  

내추럴 브릿지*에

비가 내린다

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들

짝 지어 과거 속으로 걸어가고 있다

 

인디언들은 측량기가 없어

자기 방이 얼마나 넓은지 측량할 줄 모르고

등기부에 올릴 줄도 몰랐다

 

활을 쏘며 사냥 하다가

건국의 조상들이 쏜 총소리에

혼비백산하여 굴속으로 숨었다

 

오랜 세월 뒤

움막에서 모닥불 피워놓고

옛날이야기를 들려준다

 

방문객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하얀 머리카락 검은 우산에 감추고

과거 속으로 들어간다

페어팩스 경과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과 킹 조지 3세가

인디언 원주민들의 산천을 팔고 사는 1774년

 

밤이면 신비한 다리 밑에서

첫째 날부터 엿새 날까지 천지를 창조하고

일곱째 날에 휴식을 취한 드라마가 펼쳐진다

 

미국 전직 대통령들 유령이 모여

얘기하고 있는

내추럴 브릿지*에는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나도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

 *내추럴 브릿지(Natural Bridge):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교량 – 타운 이름, 미국 버지니아 주에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와 함께 세계 2대 불가사의 중 하나

석양                                                                               

- 킬리만자로에서

눈 덮인 킬리만자로 서쪽

언덕 넘어 태양은

코끼리 가족을 초대하고 있다

 

풀밭에서 놀던

어미 코끼리 천천히 돌아가고

애기 코끼리 따라가고 있다

 

태양은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며

붉은 발자국 남기고

산을 넘고 있다

 

저녁 어둠은 서서히

지상으로 내려와

산을 넘는 태양의 모습을

쓸어내고 있다

 

코끼리 가는 길로

그림자도 따라간다

태양은 어미 코끼리를 끌고 가고

어미 코끼리는 아기 코끼리를 끌고 간다

 

내일은 더 밝은 태양이 뜰 것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