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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회원작품
김령
Author
Admin
Date
2009-03-1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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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78
*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
* 자유문학과 문예운동을 통해 작품 활동
* 재외동포문학상 수필부문 우수상
* 한국 수필문학상 수상
* '미주 펜문학상' 수필부문 수상
* 전 '국제펜클럽' 워싱턴위원회 회장
*시집 / 꿈은 동그랗다
*수필집/ 바람이 남긴 것 외 동인지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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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迷路 |
꿈은 동그랗다
여보세요, 당신은 잠잘 때 고사리
깉이 손 꼭 쥐고 잡니까? 아님
곱게 펴고 잡니까 단풍잎 같이
그런데 보세요, 모두 다
동그랗지 않아요 살아있는 것들은
더러는 새벽, 아니 석양에라도 좋아요
다 동그랗게 뜨고 동그랗게 이울어요
해도, 이슬도, 달도, 꽃들도
쥐었다 다시 펴 보는 손금처럼
파뿌리 같은 일상 또 들여다보면
약속도 되지 않은 희망에 언제나
가슴기대고 있는 우리들의 귀로
손가락 사이 흐르는 시간은, 꽃처럼
피었다 지고, 또 피고
보이지 않는 시간을 따라 져 내리는
그리움은 한사코 벙어리지만
그러나 동그랗고 또 동그라서
구르다 멈춥니다
달과 해, 손잡고 나를 돌고
그것으로 내 마음 나도 재우며
또 하루 동그란 새벽 열었습니다
빛나는 해, 동그란 해바라기 씨
하나씩 가슴에 그려주며
어머니의 목소리로
아침은 열려 옵니다, 날마다
꿈은 언제나 수평이 아닌 것 같아요
수직도 물론 아니고요
집 밖으로 나갔던 시계 한 바퀴 돌고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걸요
보세요, 가을,
열매들이 왜 저렇게 다 동그란가를
동그란 새소리로 해 동그라게 깨어나고
동그란 꽃봉오리 속 꽃씨 동그랗게 익어가고
동그란 이슬방울 속 빛 동그랗게 잠자고
아트리에
따스한 둥글레 차 한 잔 들고
화실 의자 속 묻히면
차라리 시 한 편 읽고 싶다
좋은 시 읽고 나면 다시
그리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가까이에서도 손닿지 않았던 것들
한 폭 작은 풍경화에서
더 잘 볼 수 있는 모순,
화가에겐 그래서 가슴 속 뷰 파인더
맑은 창으로 열려있어야 하리라
파란 하늘, 흰 구름 속 자작나무
밑둥은 고요하고 가지는 미동한다
바로 이때
시와 그림이 만나
정확하게 포개지는 순간을 본다
그리다 만 그림 앞에서
편하고 긴 숨 쉰다
오늘은 미완의 그림 위에 덧칠이 싫다
그가 그만 붓을 놓으라 했을 때 놓을 걸
겨울의 끝 햇살 지는 사이
환하게 핀 개나리 눈 속에서
다시 보는 미완의 그림,
미완의 하루
미완의 나
옥수수
1.
금빛 하모니카,
불타는 다리 건너온
팔월의 악보
알알
도레미파솔라시도
줄줄
한
음악이여
삶이여.
2.
옥니
다문 입
잘도 참았구나 이 여자야
뙤약볕, 폭우, 바람의 유혹에도
문 열지 않은
절개여, 침묵이여.
두어라 여자의 땅,
끼어들 새 없는
너의 방
미끄럼 틀
아침 소묘
태어난다는 것은 죽는 일이다
그렇다면 죽는다는 것도
다시 태어나는 것,
서러울 일 아니다
꽃은 져야만 다시 피지 않더냐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자
흙의 말 들으면
아침,
눈물겹게 핀 아젤리아를 보아라
저것을 진달래라 보는 것은 추억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것의 말이더라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보라
죽음 딛고 일어서는 정적,
노을과 새벽 사이의 깊은 고요,
깬 것과 자는 것의 오고가는 자리
들리느냐 숲 속, 꽃 속, 바위틈으로
언젠가도 날고 있을 새들의 깃, 꽃씨들의 말
새 한 마리 꽃 한 송이를 깨우는 이슬,
방울 속 영롱한 햇살로 눈 뜨는 우리
말줄임표로 날아가는 새떼,
마침표 하나 찍고 눈 감는 꽃,
하늘이다 땅이다 삶의 물결이다
오늘도 하루의 무덤 깨고 나와
눈 뜨는 아침!
이슬은
나의 시
멍들고 물기없는 살점이라도
씹으면 단물나는 단감,
내 고향보다
먼 이스라엘서 왔구나
고향처럼 덥석 안고 왔는데
혀 위에 백태 끼는 이 떫음,
2천년 전 지은 죄 아직 남았는가
홀홀 벗겨
양지바른 창가 열 낮과 밤 널어
하얀 분 속 살구빛 단 살점,
이게 곶감이구나
참고 기다리면,
떫은 것도 달게 되는지 몰랐다
떫어서 그냥 버렸던 친구,
옛날, 그 옛날
날개
하늘 사이 새들이
바람무늬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외롭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유연한 춤,
죽지 속 머리 파묻는 일도
눈물 감추려는 몸짓일지 모른다는 생각은
우리들의 꿈길도 고단한 때문일 것입니다
스스로 길을 내며
고독 물고 오르는 부리,
그리고 더러의 정박은
새에게도 목숨 무겁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날마다 오르고 내려오는 비상과 강하
그 길이 새들에게는
우리들의 걸음 같은 길일지도 모릅니다
지성의 내비게이션
작가 박완서씨가 작년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유산으로 기금을 조성, 인문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계속
연구하려는 사람을 해마다 선정해서 지원하겠다고 한다 .작가의 생각이 그러리라 생각되기도 하지만
거금은 아니어도 옳게 쓰여지고 있는 돈도 세상에 있다는 게 가슴을 편하게 해준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정부는 올해를 '국민 독서의 해'로 정했다고 한다. 독서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사치와
삶의 여유를 의미하는 걸로 무의식 속에 입력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대지진과 쓰나미로
참사를 겪은 일본의 피해자들이 옷과 식료품 다음으로 많이 원했던 것이 책이었다는 소식은 잠시 충격과
자성으로 입이 다물어지게 한다.
올
독서의 해를 위해 한국의 문화부가 당초 책정한 예산은 75억 원이었는데 한달이 지나간 이 시간 추진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은
상태이며, 예산은 18억 원으로 축소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게 하려고 곳곳에서 잊을만하면 한번씩 큰 행사를 하는 것도 좋지만
나라의 형편이 여의치 못하면 국민 스스로가 책을 찾아 읽는 것을 생활화 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다.
세
상은 무서운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살아남으려는 생존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그러다보니 공학, 경영, 의학, 법학 등 실용적인
학문이 득세하고 인간 삶의 의미나 가치를 다루는 학문은 빛을 잃어가고 있다. 가치를 묻기보다 효용을 묻는 사람들로 사회가
구성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세
상이란 한편이 승하면 다른 편의 힘도 키워야 한다. 우리의 현실처럼 부에의 집착과 경쟁의 힘이 승하면 도덕과 배려의 힘을 키워야
하고, 디지털의 힘이 강하면 아날로그의 힘도 키워야 한다. 온고지신도 그런 의미가 되리라. 그래야 세상의 균형이 잡히고 잘 굴러갈
수 있다. 그 균형을 잡아주는 힘이 어디서 오는가. 그 답 중에 하나가 인문학이다.
인
간존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문학, 시간과 공간을 넘어 인간의 과거를 돌아보면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가 들어 있는 역사,
안개처럼 흐릿한 현실을 구체적으로 파악 분석할 수 있게 하고 앞으로의 시간까지 내다볼 수 있는 개념과 논리를 쥐어주는 철학,
이렇듯 문, 사, 철속에는 상상력과 포용력 판단력이 들어 있다. 마침내 인문학은 우리의 삶을 품격 있게 하는 것이다. 박완서씨도
그걸 생각했던 것이리라.
"매일 매일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는 세상이다. 그것은 추문이다. 이에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위대한 소설은? 그러나 문학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문학은 인간을 다른 것과 구별 짓는 드문 행위
가운데 하나다. 인간이 다양한 고등 포유류와 구별되는 것은 문학을 통해서이다. 문학은 그 죽음에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 세상 어딘가에 문학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한 어린이의 죽음이 도살장에서의 어떤
동물의 죽음보다 더 중요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50년 전 사르트르가 한 말이다.
그
렇다 .문학에 얼마나 치열한 책임이 주어져 있는지를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글을 쓴다고 나서는 세상이기도 하다.
21세기는 하드웨어가 아닌 콘텐츠의 시대다. 콘텐츠를 채울 스토리와 상상력, 그리고 꿈은 인문학에서 나온다 .소통이 문제라는
아우성이 지구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해와 관용 공감의 능력을 길러주는 것도 인문학이다. 월가의 유능한 CEO와 분석가를 가장 많이 배출한 세인트 존스 대학,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고전 100권을 읽게 할만큼 인문교육을 한다. 우리도 인문학과
현대를 접목하는 교육을 설정 실시해야 할 문제 시급하다. 인문학의 쇠퇴가 빚어내고 있는 추한 모습 매일 매일 우리 눈앞 가리고 있지않은가. 인문학은 지성의 내비게이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