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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로

Author
Admin
Date
2009-03-23 13:14
Views
9554

                         
                         배정로.jpg                      

 



                         *
남 울산 출생

                              *국민대 국어 국문학과 졸업

                              *워싱톤 문학상 소설 부문 당선



*****************************************************************************************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쪽 눈을 뜰 수가
없다
. 심장의 박동에 맞추어 통증이 발끝까지 퍼지는 듯 했다. 병원엘
가야 되는 건가
. 어설픈 치료에 몇백불이 우습게 날아갈 텐데… 팔뚝에 못을 쏘았던 김씨는 치료비가 몇천불였다던데…
엄두가 나질 않는다
. 또 당장 내일이 시합날이기도 하고, 아내 혜린의
출산 예정일이 벌써 며칠 지나있는 상황에 아무래도 돈 들어 갈 데가 많을 것이다
. 몸을 굴려 할 수 있는
일은 전부다 했다
. 사이딩에서 목수보조까지 야간작업을 하는 스탁일도 마다 하지 않았다. 한쪽 눈을 다친 것은 보호기구 없이 드릴 작업을 하다가 작은 조각이 눈에 튄 것이다. 처음엔
모래알이 눈흰자위를 스친 느낌이였는데 시간이 지나며 콩알이 콕 박힌 느낌이었다
. 뜨거운 물을 수건에 적셔서
눈위를 누르는 범석의 입에서 끄으 하는 신음이 새어 나온다
.

“괜찮은 거예요

? 한쪽눈이 많이 부은 것 같은데?

어느샌가 아내 혜린이 다가와 눈치를 살피며 묻는다

.

“이 정돈 문제 없어

. 약 먹고 며칠 지나면 낫겠지 뭐. 당신은 좀 어때? 예정일이 너무 많이 지나는거 아닌가? 병원에선 뭐라 그래?

“좀 더 기다려 보자고 주말 보내고 나서

  한번 더 오래요.

의료보험 없이 그것도 불법으로 체류 중인 상태에서의 출산은 여러가지로 힘겨운 것이다

. 아내는 카톨릭재단에서 보험 미가입자,불법체류자를 위해 지원 하는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여러가지 부담은 여전했다
.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에서 워싱턴디시의 병원까지 왕복 세시간 거리를 정기적으로
다녀야 했고 그나마 다녔던 혜린의 일자리는 이런 저런 이유로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 불법체류자란 신분으로도
그럭저럭 살 수 있는 곳이 미국이였지만 태어날 아기에겐 벌써부터 여러가지 시련이 예정된 것 같았다
. 혜린은
범석에게서 물수건을 받아들며 범석의 눈주위를 걱정스레 만져 본다
. 얼음처럼 차가운 손이다. 범석은 눈에 닿는 차가운 혜린의 손길에 잠시나마 눈의 통증을 잊었지만 곧 이어지는 통증으로 몸을 떨었다. 혜린이 가져온 애드빌 진통제 두알에 네알을 더 보태어 입에 털어 넣었다.

  

아내 혜린은 말 수가 적은 여자였다

. 범석이 묻지 않으면 뭐든 먼저 얘기하는 경우가
없었고
, 북한 출신 그러니까 혜린이 탈북자란 걸 알고 난 뒤에도 그녀가 북한에서 영어교사 였다든가 한국에서의
3년 동안 뭘 했다든가 하는 것들을 알게 된 것은 시간이 꽤 지난 뒤였다. 첫 눈에
그녀에게 빠져버린 범석에게 그녀가 가진 객관적인 여러 사실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고 더 알고 싶지도 않았다
. 갸날픈 몸과 낮고 사근한 목소리… 범석이 오로지 더 알고, 갖고 싶은 것은 그것 뿐이였다.
좁은 어깨와 가슴이지만 그녀의 허벅지는 단단했고 살갖은 차가웠지만 매끄럽고 탄력을 잃지 않았다. 어느 늦은 가을밤                                                       


달을 올려보며 부르는 노래가락은 애절했고 그 노랫말은 잊었던 옛 추억들을 불러내는 아련함이 있었다

. 가지가지 김치를 담궈내는 그녀의 음식솜씨 또한 비할 데가 없었다. 첫날밤을 가졌던 휴스톤 어디쯤의
모텔에서 백년을 서로 맹세했고 범석의 가슴에 안겨오던 혜린의 손은 차가웠지만 그가 찿아들어간 그녀의 몸속은 따듯하고 아늑했다
.

 미시시피의 들판을 떠도는 코요테와도 같았던 범석의 떠돌이 삶 속으로 내밀었던 혜린의 하얗고 차가운 손,
미국 국경을 넘으려고 대기 중인 사람들을 만나던 티후아나 어느 식당 구석자리에서 범석에게 지불해야 하는 달러뭉치를 잃어버렸다고
파래진 입술로 범석에게 매달리던 그 손을 범석은 마주 잡았던 것이다
.

                                                             


 텍사스,휴스턴,산안토니오를 거쳐
북 버지니아에 정착하기 전까지 범석의 직업은 코요테였다
. 코요테란 늑대과의 들짐승, 특히 북미와 중미 들판의 늑대들을 부르는 명칭이지만 불법으로 미국경을 넘어 밀입국하는 사람들의 안내인, 이른바 브로커겸 가이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코요테라고 불렀다. 멕시코 쪽 사람들은 범석을 ‘시바르’라고
불렀는데 까만 발 뒤꿈치라는 뜻이 있다곤 하지만 범석의 ‘씨바…씨바…’하는 입버릇을 흉내낸 말이기도 했고 티와나에서 한번 큰싸움이 있었을 때 범석이
‘씨발’을 외치며 딴딴한 네명의 건달을 때려눕힌 것을 사무실 사람들이 본 후부터였다
. 싸움에 져본 적이 없는
범석이였고 빠른 몸과 눈썰미로 베테랑 코요테의 인정을 받았었다
. 1년전 그 때 그렇게 범석이 코요테의 떠돌이
삶중에 어느 국경선 어느 들판 위에 쓰러져 눕게 될지 모를 그때에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한 것은 혜린이었지만 간절히 그 손에 매달린 것은 오히려
범석이였는 지도 모른다
.

 “무슨 소리요. 돈이 없다니요. 사무실과 얘기 다 끝난거
아닙니까
?”

 “저도 모르겠어요. 확실히 있었어요. 분명 이 가방에 넣고 제가 허리에 차고 한 순간도 떼어 놓지 않았었는데분명이요.
어떡하지요 이제 어떻게… ” 여자는 목이 매여 말을 잇지 못했다.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사무실에서 수금할 돈은 벌써 해 갔을테고 현장에서 범석에게 본인들이
지급할 돈만 내면 그 뿐이다
. 이 여자는 범석에게 지불할 돈만 없어진 게 아니라 아예 빈털터리란 얘길 하고
있는 것이다
.

 “국경만 넘게 해주세요.아니,국경 근처까지만 데려다 줄 수 있나요?”

울음이 곧 터질듯한 말끝에서 북한 억양이 묻어나온다.사무실에선 별 얘기 없었는데이 여자도 탈북자다 싶은 생각에 난감했다. 어차피 국경 근처에서 멕시칸 가이드에게 넘기기로
되어 있었는데
수입을 좀 줄이더라도 멕시칸 애들                                                             


과 연결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예닐곱 명이 도보로 국경을 별일 없이
넘어 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다
. 국경수비대가 문제가 아니라 국경 주변을 훑고 다니는 패거리들이 있기
때문이다
. 두세명이 칼을 들이댄다든지 와르르 몰려 숨어있다가 야구방망이에 쇠파이프를 들고 나온다든가 한두명이
총을 겨눈다든가 국경을 넘는 밀입국자들을 타겟으로 강도 짓을 일삼는다
. 법에 호소할 수 없는 밀입국자들의
신분도 그러하거니와 무엇보다 일반 도적질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벌이가 좋고 손 쉬웠던 것이다
. 그 패거리들이
멕시코 경찰과 줄이 닿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여하튼 속옷까지 탈탈 털고 난 후에 멕시코 경찰에 넘긴다
. 범석도 두어차례 멕시코 국경 마을 보호소에서 경찰에 체포되어 재판을 기다리는 한국인 밀입국자들을 수소문 끝에 빼내온 적이 있다.
보호소는 그야말로 시골 닭장보다 못한 가건물이였다. 시멘트 바닥에 양사방이 쇠창살로
막혀만 있는 곳이다
. 국경 근처에서 강도들에게 털리고 거의 알거지로 경찰에 넘겨진 사람들이였다.
합의금을 못낸 사람들은 생사 확인조차 할 수 없는 현지법을 따라 수감 생활을 계속하게 될 것이었고 그 중 몇 명을 범석이
빼낸 적이 있었다
. 그런 저런 와중이지만 코요테는 총을 사용해선 안된다. 칼도 가급적 안된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맨몸을 이용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안전했다.
국경 수비대에 걸린다거나 도적패에 걸린다든가 어느쪽이든 무기를 지닌 사람은 그만큼 큰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짧은 순간에 휙휙 여러 그림이 범석의 머리를 스쳐가고 바로 그 길을 지금 이 여자가 데려다 달라고 하는 것이다.
분명 북한 여자다. 코요테들 사이에 북한탈북자들에 대한 소문이 좋지 않다.
탈북자들은 미국경을 건너면 곧바로 미국경수비대를 자기발로 찿아간다든가 나 여깄으니 얼른 데려가시오 하고 양사방에 광고를
하기 시작한다고들 한다
. 멋모르는 가이드에겐 기가 막힐 노릇이다. 루트
하나를 잃어 버리는데서 일이 끝나지를 않는다
. 무지한 탈북자들은 하나같이 삼사십만불 가량의 정착금을 미국정부가
제공할 것을 기대한다
. 정치적인 망명이 어떻고 하면서 말이다. 몇달
전 범석이 속한 루트를 이용했던 북한특수부대 간부였다는 남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 한국정부가 제공하는 정착금이
바닥나자 미국으로 망명하면 몇십만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동료 탈북자의 사기에 넘어가서 남아있던 몇천만원을 고스란히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비용으로
날리게 된 것이다
. 그는 미국경수비대를 자기발로 걸어 들어갔었다.  

아가씨! 북한에서 왔죠?”

범석은 어서 그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결론부터 얘기 해야한다.

사무실에다 얘기 해둘테니 걔네들이랑 연락해봐요. 어차피 비행기표는 왕복으로 끊어
왔을테고
…”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이어서 말했다.

힘들어요. 잃어버린 돈 찿는 것도, 미국
국경 넘는 것도
  다 마찬가지로 만만한 일이 아니예요. 그렇다고
또 넘어 가 봐야 아가씨 같은 경우엔 별 볼일이 없단 말입니다
. 한국서 듣고 온 얘긴 다 잊어버리는 것이
나아요
.”

“…”

그녀는 할 말을 잊은듯 고개를 떨군 채 밤주먹으로 소매끝만 자꾸 당겨 내린다

나 지금 가진 돈 이게 전부예요. 여기선 백달러로 일주일은 버틸 수 있을 겁니다.”

많이 누그러진 말투였지만 범석은 서둘렀다.

백달러 지폐를 내려놓고 일어서는 범석의 팔을 여인은 붙들었다.

도와주세요도와주세요. 아저씨!”

범석의 팔과 손을 잡은 여인의 손은 무척 차가웠고 화장기 없는 갸름한 얼굴이 떨고 있었다. 곤경에 빠져 다급한 그녀의 차가운 손짓에 오히려 범석은 가슴이 훅하니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해 할 수 없었다. 힘든 길이 될 터였고 일은 복잡해질 것이었다. 최소한 그 상황은 여성을 느낄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어쩌면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며 혼자
앉은 동양인 여자를 찿아 두리번 거리다 그녀를 처음 본 그 순간부터 범석은 그녀와 함께 달아나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 그 모든 들판과 계곡과 산과 강을 건너 그들 둘이 허락되는 새로운 세상으로 달아나자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그날밤 범석은 새로운 숙소를 그녀에게 정해주고 나와 혼자 늦도록 술을 마셨다. 그해
9월 티후아나의 밤공기는 아직 더웠고 그 밤거리에서 범석은 벼랑 끝에서 달그림자에 울부짖는 한마리 늑대인양 가슴이 터지는
고함을 지르고 싶었다
.   

                           


 식사를 준비하는 만삭인 혜린을 범석이 뒤로 안았다. 범석에겐 혜린의 모든
것이 예쁘고 좋았다


북한 여자들은 광대뼈 나오고 눈이 쭉 찢어지고 뭐 그래야 되는 거 아니야? …북한
여자들은 죄다 싸움 잘하고 억세고
나 당신 만나기 전까지 그렇게 생각했었어. 정말이야

그런 말이 어딨어요. 얼른 밥이나 먹어요.”

혜린의 음식 솜씨는 범석의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깔끔하고 정갈하지만 깊이 있는
맛이다
. 그녀와 함께 살기 시작한 후 범석의 감동은 끊이지 않았다. 그녀와의 살가운 잠자리가 그랬고사춘기 때의 자위의 대상에서부터 시큼한 멕시칸 여인의 허벅지
사이에 까지 그 모든 애정의 행위들이 오로지 그녀
, 혜린을 기다리는 전희에 불과했다. 피부색과 인종, 국경을 뛰어 넘는 글로벌                                               


시대라지만 몸 섞고 마음 섞는 사랑의 짝은 그렇지가 않은 것이었다. 또 어느날은
쇼핑몰의 피아노 판매코너에서 대단한 연주 솜씨로 사람들에 둘러싸인 것도 혜린이었다
. 조금은 상기된 얼굴로
나 시끄러웠어요
? 그랬죠? 하는 혜린을 보며 충만한 사랑의 감정으로
가슴이 두근거려 어쩔 줄을 몰랐던 범석이였다
.

    

나 어제 꿈 꿨는데거 뭐 태몽이란거 아닌가 몰라. 큰 물고기 한마리가 펄떡거리며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데 말야꿈속에서도 그렇게 맘이 편할 수가
없더라구


범석이 두 손을 나란히 쭈욱 밀어보이며 말했다.

근데밝은 햇살 아래서 물고기 한마리가 얕은 물살을 쏴아 거슬러 가는데말야.
그 느낌이 너무 생생한 거 있지. 내가 그 물고기 바로 위에서 내려다 보면서 따라가는
것 같은데
근데 마치 내가 물고기가 된 거 처럼 너무 생생히 느껴지는 거야 등으로 쬐이는 햇볕도 그렇고 몸으로
스치는 물살의 느낌도 그렇고 어릴 때 고향 저수지서 헤엄치던 때 처럼 마음이 마냥 푸근하니 좋더라구
그렇게
좋긴 디게 좋은데 말야
. 몸이 나른한 것이 자꾸 눈물이 나는거야. 기분이
너무 좋은데 눈에선 눈물이 나는 거 있자나 왜
.”

자기도 참! 눈물 나는 태몽이 어딨어요? 요즘 너무 힘들어서 그런가봐요. 안꾸던 꿈도 꾸고 말예요아참, 아까 오후에 도현씨 온다고 전화 왔던데 내일 시합 있어요?”

혜린은 몸을 돌려 범석의 눈을 걱정스레 바라보며 말했다. 시합이라는 표현이 범석에게
어색하게 들리지만 혜린은 매번 시합이라고 표현 했다
.

시합은 무슨몸이나 좀 푸는 거지
받은 값은 해줘야지


날짜를 좀 미루든지..  당신 그 눈으로 괜찮겠어요?”

내 걱정은 말고 혹시 내가 없는 새에 뭔일 있으면 도현이 셀폰으로 전화해 알았지? 괜히 꾸물거리지 말고 말이야. 나도 금방 끝내 버리고 올거니까

난 이제 당신 그런 시합 안했으면 좋겠어요.”

걱정 말래두 참아직까진 한방이면 끝이라구 곰탱이 같은 놈들은 말야


범석이 혜린에게 주먹을 불끈 들어 보였다. 떠돌던 범석이 북버지니아에 정착하게 된
것은 그 한방의 주먹 때문이기도 했다
. 도현을 만나고 태권도장의 대리싸움꾼으로 돈벌이가 시작되고 여기 저기서
범석을 찿는 사람들이 생기게 된 것이다
. 사람들은 범석을 더 이상 코요테나 시바르로 부르지 않았다.
울프여기 사람들이 범석을 부르는 이름이다. 미스터 울프.

 프랭크가
운영하는 태권도장은 세곳이다
. 매나사스와 패어팩스 그리고 엘리콧시티에 있다. 그 중에 매나사스는 프랭크가 직접 운영하고 나머지 두 곳은 한국인 사범을 따로 두고 있다. 물론 매니저는 프랭크의 대학 후배들이다. 대부분의 태권도장이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반면 프랭크가
운영하는 태권도장은 북버지니아에서 유일하게 미국인이 운영하는 태권도장인 셈이다 정확히 말하면 태권도 검도 합기도를 같이 가르치는 곳이며 여기서는

마샬 아트 센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뛰어난
마케팅으로 도장은 개업 후 오래지 않아 성업을 이루었고 태권도 협회나 검도협회와의 일도 순조로웠다
. 무엇보다
카운티 가브먼트에서 전폭적으로 밀어주었기 때문이다
.각각의 도장에는 한국인 사범외에 스페니쉬 그리고 인도 사람
하나와 베트남인 한명도 사범으로 일한다
. 프랭크의 도장은 기존의 무도를 가르치는데 그치지 않고 레크리에이션을
가미했다
. 아이들은 재미있어 했고 레크리에이션 테크닉과 회원들과의 굿 커뮤니케이션이 사범들에게 첫번째로 요구되는
자격조건이 되었다
.   

헤이 도현! 나 프랭크야. 내일 시합 땜에
전화 했어
.울프는 문제 없는 거지?저번 처럼 늦지 말고 이번엔 좀 일찍
나와서 몸도 좀 풀고 하라 그래
! 그리고 이번엔 꼭 좀 우리 도장 도복 좀 입고 나와 달라고 하고

, 그렇지 않아도 이따 저녁에 만날거예요. 염려마세요.”

프랭크의 도장은 화려하고 쇼맨쉽이 강한 도복으로도 유명했다. 검은색 옷에 등에는
크게 미국국기를 박았고 양팔엔 금장이 둘러 쳐 있고
범석을 위해 프랭크가 벌써부터 준비 했었지만 매번
범석은 맨처음 도현에게서 받았던 하얀 도복을 입었다
.

혹시 몰라서 우리 지점에 있는 사범들 다 오라고 해 놨어. 도현도 알거야 제임스
한이랑 곤잘레스
, 호세걔네들 말이야. 나야 당연히 울프를 믿지만 이번에 도전 해오는 쪽이 보통이 아니라고 협회에서 연락도 오고해서어치피 우리 사범들도 긴장들을 좀 해야되고 말이야

사범 한명의 거의 한달치 급여를 울프에게 줘야하는 프랭크로서는 울프의 상태가 당연히 궁금하겠지만 그것보다도 만에 하나
울프가 깨지면 도장의 그랜드매스터인 프랭크가 곧바로 그들을 상대해야하고 예의를 갖춘 대련이면 몰라도 막 치고 받는 겨루기는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     


걱정마세요. 그것보다 울프에게 전에 약속한 건 어쩔거예요?”

무슨 약속? 돈 얘기라면 염려말고

울프에게 도장 하나 맡겨 줄 거라 했었던 거 기억안나요?매니저로 말예요

돈 워리 어바웃 뎃, 도현!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니까 도현은 그냥 말만 잘 전달해줘
. 사실 내겐 울프 같은 사람들 보다 도현이 더욱 필요한 사람이야.
영어와 한국어에 능통한 매니저가 필요한 거 도현도 알자나

프랭크는 친절하고 붙임성도 좋고 발도 넓은 편이라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미국인이지만 다수의 백인들이 그러하듯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사고방식과 동시에 간사함이 있다
.

아무튼 프랭크! 울프와의 약속을 잊지마세요

슈어,슈어! 울프의 발차기는 최고야 최고.
난 강한 사람이 필요하고 울프보다 강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 걱정마 도현!”

하지만 도현은 알고 있다. 프랭크는 범석을 좋아하지 않는다. 드러내서 얘기하진 않지만 막싸움을 하는 범석의 스타일을 인정하지 않거니와 본인 자신에게 범석이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

 도현이
범석을 처음 만난 것은 근 일년 전쯤의 페어옥스 쇼핑몰 주차타워에서였다
. 썸머타임이 끝난 오후
6시경이었지만 주위는 어두웠다. 토요일 오후라 주차장은 당연히 차들로 꽉 차 있었고
반면
, 오가는 차나 사람들은 적은 시간이였다. 주차 위치가 헷갈려 두리번
거리며 차를 찾던 도현은 두 레인 건너편에 서성이는 사람들을 무심히 봤다
. 흑인 남자가 세명 히스패닉 서너명그리고 동양인이 한명아니, 두명이였다.
동양인 여자 한명이 히스패닉들과 함께 어정쩡하게 서있어서 처음엔 못보고 흑인들이 둘러싼 동양인 남자만 봤던 것이다.
주차하다가 시비가 생겼나 아니면 같은 일행인가 했지만 도현은 금새 알 수 있었다. 강도였다. 흑인하나가 동양인 남자의 가슴을 밀쳐대고 있었고 동양인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지만
고개를 꼿꼿히 든 채로 대여섯 걸음 떨어진 동양인 여자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 어두운 천정 불빛
사이로 언뜻 동양인 여자의 목에 겨누어진 칼날을 본 순간 도현은 몸을 숙였다
. 몸을 숙인 채 잠시 생각했다.
권총을 가지고 있을까? 아직 그들은 도현을 보지 못했다. 한국인 이민2세인 도현은 어릴적부터 태권도를 익혔고 버지니아주 고등부 태권도 챔피언을 하기도
했었다
. 이후에도 수련은 꾸준히 해왔다. 하지만 미국에서 마약에 취해
강도로 돌변한 이들과 부딪히는 것은 위험하다
. 도현에게도 역시 마찬가지로 신중한 상황이다.
권총이 있을까잊혀지지 않는 안타까운 지난 기억을 굳이 들추고 싶지 않았다.
도현은 이런 상황에서 평범한 미국인들의 대처상황을 잘 알고 있다. 조용히 빠져나와서
경찰에 신고하고 필요한 경우 증인으로 진술하고
그러나 눈앞의 그 상황은 요란스레 등장하는 경찰들의 보고서를
위해 시간을 허비할 상황이 아니었다
. 도현 자신이 저 동양인 둘을 위해 무언가를 당장 해야 하는 것이다.
도현은 숙였던 몸을 일으켰고 가능한한 천천히 자연스럽게 그들을 향해 걸었다. 도현쪽에서는
여자가 있는 쪽이 가깝다
.

어이 거기 너! 이쪽엔 볼일 없을 테니 절루 꺼져!”

얘네들이 우리차를 긁고 도망가려는거 확인 중이니까 넌 꺼지라구!”

헤이 유! 너 영어 못하냐?못알아들어?”

 히스패닉 한명이 동양인 여자의 목에 겨눴던 칼을 도현의 등장으로 슬그머니 주머니로 숨기는 그 순간이였다.
바로 그 순간! 도현은 일찍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장면을 목격했다.
휘어진 대나무가 튕기듯 동양인 남자의 발차기가 머리 하나 만큼이나 더 큰 흑인의 안면을 차올렸고 큭 소리와 함께 거꾸러지는
동시에 곁에 있던 두명은 각각 공중과 바닥으로 나가 떨어지고 그들의 짧은 외마디 비명이 사라지기도 전에
  어느새 두어발짝 떨어져 있는 주차장 기둥을 발로 차고 내려서며 여자를 애워쌓던 두명을 내려 찍었다. 어 하며 뒷걸음치는 두명을 뒷차기와 두발 당성차기로 제압하고 자세를 고쳐 잡으며 동양인 남자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가
씨발이였다. 합세한 도현이 여자를 등지며
막아선 것을 확인한 남자의 몸놀림은 그야말로 전광석화 그것이었다
. 몸을 일으켜 덤벼드는 몇몇을 사정없이 몰아쳤다.
칼을 빼든 쪽도 다를 것이 없었다. 다시 덤벼들 엄두를 못낼 때까지 계속 치고 차고
찍었다
. 그가 바로 울프라 불리는 한국인 강범석이였다.

 태권도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 그러나 그런 만큼 사소한 분쟁이나 시비가 태권도장을 끼고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너도 나도 태권도란 이름으로  도장을 오픈하고 가라테로 혹은 마샬아트로
오픈 하는 사람도 있었다
. 중재를 해야하는 협회라는 중앙단체도 이권에 의해 나눠졌다. 딱히 회의석상에서 삿대질을 해가며 침을 튀기지 않아도, 술판에서 시비끝에 주먹다짐을 하지 않아도
공공연히 인정되는 대련이나 도장깨기 등으로 충분히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고 상대를 굴복 시킬 수 있는 것이 또한 태권도였다
.동네 건달들의 자기 과시의 타겟이 되기도 하고 검도나 쿵후 등 또 다른 무도의 도전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 와중에 태권도 협회 쪽에 가입하고 도장을 운영하는 그랜드매스터들 사이에서 비공식도장
지킴이
로 알려진 인물이 바로 강범석이었다. 협회와의 연결을 도현이
해준 것이다
. 그 일만으론 생계유지가 힘들어 평소에는 막노동판으로 일을 나갔다. 불법체류자들이 꾸준히 할 수 있는 직업은 막노동판에도 그리 많지가 않았다. 범석이 일거리를
잡을 수 있는 곳은 한국사람들이 맡아하는 공사 현장이나 집수리
, 마루공사 등의 일이였지만 그나마도 일을 주는
사람과 다툼이 있거나 몇 달치의 임금을 떼이거나 하는 일이 빈번했다
. 범석의 불 같은 성격 때문이기도 했지만
불법 체류자들을 고용해서 부당하게 일을 부려먹는 한국인 업주들의 얄팍한 속셈 때문이기도 했다
. 범석이 프랭크
도장의 겨루기만 대신해주는 전담 대리 싸움꾼이 된 것도 한국도장에서 대리 싸움을 해주고 난 후 돈문제로 다툼이 몇차례 있고 난 후였다
.
대부분의 성실하고 사려 깊은 태권도장의 관장들과 다르게 몇몇 한국인은 거짓과 협박으로 범석을 이용하려고만 했던 것이다.


                                                             


센터빌에서 매나사스 범석형의 집까지는 20여분이면 충분히 도착할 것이다.
가로등이 없는 왕복 2차선 29번 도로는 깜깜했다.
사슴 한마리가 도로 위를 막아 서 있어 차의 속도를 줄이고 길게 경적을 한번 울렸다. 사슴은 물끄러미 차쪽을 바라보고 섰다가 경적 소리에 펄쩍 뛰어 오던 길을 돌아간다. 29
도로 상에서 자동차가 사슴을 치는 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이 이 근방일 것이다
. 도로 한 가운데
멈춰 서 있는 사슴을 미처 알아보지 못한 승용차가 빠른 속도로 사슴을 치었고 그 사슴이 앞유리를 깨고 들어가 운전자가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
대부분의 경우 상처입어 몸이 빠르지 못하고 약해진 사슴들이 자동차에 치여 죽게 된다.

도현은 범석에게 곧 도착할 거라고 전화했다. 내일 시합 얘기도 해야겠지만 오늘은
다음달에 한국으로 떠나게 되었단 얘길 할 것이다
. 회사의 한국지사 발령을 받았다. 지사 사무실은 서울에 있겠지만 중국을 통해 북한도 다녀야 하는 업무이다. 워싱턴 본사 회의실에서
있었던 업무 브리핑에서 담당이사는 북한에 대해 무역 개념이 전혀 없는
비즈니스의 불모지라고 표현했고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마켓이 될 것임을 점쳤다. 그런 미국인들에게 도현과
같은 어메리칸 코리언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였던 것이다


한국에 대해서도 북한에 대해서도 잘은 알지 못했지만 또 지금은 어떤 이해 관계로 남북이 대처하고 있는 것인지도 잘 모르지만
남북쪽 모두의 코리언인 범석과 혜린이 도현에게 보여지는 조국이였고 동포였다
. 적어도 이 집에서는 그랬고 너무나
행복해 뵈는 둘의 모습이 남북한 모든 남녀의 당연한 만남으로 여겨졌다


우리 조카님은 언제 볼 수 있는 거예요? 이름은 정했나요?”

당연하지요. , 사내아이면
강산으로 하고 여자아이면강들
어때요?”

우와~ 쿠울! 멋진데요. 누가 지은 이름이예요?”

이 사람이 지어서 얘기하길래 내가 좋다고 했지 뭐. 애 아비의 이름부터 애이름까지
얘 몇 더 놓으면 산천 초목이 다 나오겠네
. 안 그래? 돌 석에 강에
들에 산에
하핫 참나!”

한쪽 눈이 부은 얼굴로 범석이 웃었다.

미국 이름도 지어야는데아직 못지었어요. 삼촌에게 부탁하려구요. 좋은 이름 없을까요? 삼촌!”

혜린은 도현을 늘 삼촌이라고 부른다. 처음에 도현은 조금 어색했었지만 한국 사람들은
많이들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 이웃은 사촌이고 가깝게 지내는 남자는 삼촌 여자는 이모모두가 그렇게 친척이였다.

그냥 부르기 쉬운 걸로 지어 줘. 이 사람은 태어날 애가 미국 시민권 받는 게
무슨 대단한 상 받는 모양으로 이름도 거창해야 하는 줄 알어
가지고 온 프랭크의 도복을 내일 시합에 꼭
입으란 말을 하지 못했다
. 또 당분간 못 볼 일이 생겼단 말도 하지 않았다. 범석의 부은 눈이 아무래도 맘에 걸렸고 만삭인 형수의 얼굴빛도 너무 창백했다. 내내 애써 밝은
얘기를 나눴지만 마음 한쪽이 무거웠다
. 남으로든 북으로든 정작 돌아가야 하는 사람은 도현이 아니라 그들 부부가
아닐까
.

손님을 보낼 때면 늘 집앞까지 나서는 범석형 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돌아오는 29
도로는 한적했다
. 깜깜한 숲과 전쟁 유적지인 들판과 꽃이 놓여 있을 군인들의 묘비를 지나치며 의식적으로 속도를
줄여 운전했다
. 가고 오는 외길 왕복 2차선 29번 도로그 길 한가운데 멈춰선 다친 사슴의 무거운 발걸음과 두려운 눈빛을 금방이라도 마주칠
것 같단 생각을 했다
.

 북버지니아의
가을 공기는 한국을 많이 닮아 있다
. 어디선가 낙엽 태우는 냄새가 섞여든 듯하고 꿉꿉한 덤풀 냄새에 어디선가는
가마솥에 밥 짓는 연기가 오를 것도 같은 풍경이 있다
. 언제부터인가 기억에 이름 붙히기를 멈춰버린 신체의
감각기관은 과거와 현재를 편한대로 착착 과거로만 연결시키며 더 이상의 미래에 새로운 냄새는 없다고 고집한다
. 집을 나서는 범석의 얼굴로 훅 불어오는 바람결에서 범석은 고향집 뒷마당 대나무 숲 냄새를 맡았다. 촤르르르대나무 숲을 헤치던 바람이 얼굴에 훅 부딪칠라치면 누군가 자신에게 어여 가자 가자
잡아끄는 듯 해서 범석은 으스스한 한기에 몸을 떨곤 했다
. 북버지니아의 이 가을 아침까지 따라온 그 대나무
숲은 이제 범석을 어디로 가자 하는 것인가
.

프랭크의 도장은 깨끗하고 넓다. 도장이라기보다 헬스클럽이라는 게 낫겠다고 범석은
생각한다
. 프랭크와 문앞에서 덤덤한 인사를 나누었다. 오늘따라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며 휘이 둘러본다
. 가지 각색의 머리칼과 눈동자들이 범석을 쳐다본다. 도장 한쪽 벽면을 장식한 만국기가 어색해 보였다. 누구를 위해 싸워야 하는 것인가.
그 얼마간의 돈 때문에 싸워야 한다는 사실에 서글픔이 밀려온다. 아침부터 불난 듯
화끈거리던 한쪽 눈이 아예 보이질 않는다
. 범석은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처음 입는 프랭크의 도복이 버석거렸고 벽면 거울에 비치는 등짝의 미국기가 자꾸 구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짧은 스포츠 머리에 키는 좀 작다. 단단한 몸에 발이 날렵해 보인다.
무슨 생각인지 스텝만 밟고 범석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치고 들어 오질 않는다. 이마에 언뜻 칼자국인가 싶은 굵은 주름이 깊다. 두어 발치 거리를 두고 천천히 돌면서 틈을
노린다
. 범석이 오히려 초조해졌다. 언제서부턴가 지켜보는 사람들 틈에서
공격을 재촉하는 함성이 시작되었다
. 몇차례의 치고 받음이 오갔다범석의 발차기는 강했지만 상대의 등에 얹혔고 균형을 잃고 넘어진 범
                                                     


석을 상대는 놓치지 않고 정확히 가격했다. 범석의 도복을 거칠게 잡아 끌며 치고
들어오는 상대를 범석이 끌어 안았다
. 눈앞이 흐렸다. 통증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지만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 계속 밀쳐내려는 상대를 놓치지 않으려고 범석이 매달렸지만 결국은
방향을 잃고 무방비로 내 몰렸다
. 계속되는 주먹과 발길질을 당하며 범석은 상대에게 매달리려고 애썼지만 상대의
적의를 수그러뜨리기에는 매달림이 차라리 드러누움 보다 못했다
. 도장안의 사람들은 거의 다 자리에서 일어섰고
한결같은 잔인한 짐승의 함성을 내질렀다
. 범석도 상대도 지켜보는 사람들도 모두 놀랠만큼 크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범석이 쓰러졌다
. 모든 감각이 일시에 멈춰 버렸다. 냄새만 남은
듯 쓰러진 범석은 코를 벌름 거렸다
. 대나무 숲의 바람이 불어온 듯 범석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싸움은 끝났다. 어디선가 애기 울음 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고 프랭크와 도장안에 모였던
사람들은 무언가 제각기 새로운 각오들을 수근거렸다
.

 

남남북녀 뭐 그런 말 있자나. 나 정말 억세게 운이 좋은가봐 당신 같은 여자를
다 만나고
. 우리나라 통일 빨리 되야 하는데 그래야 우리 장인어른, 장모님 찿아뵙고 큰절도 드리고 그러지큰소리로 말하고 싶었지만 숨이 차올라 소리는 나오질
않는다
. 안타깝게 내려다보는 얼굴이 혜린인가 싶더니 금새 사라지고 그 자리에 도현이 서있다.
혜린을 찿아 고개를 돌려보려 했지만 움직일 수가 없다. 눈 앞이 흐려지며 촛점을
맞출 수가 없다


형님 내말 들리세요? 형수님 걱정은 마세요. 산모와 아기 둘다 건강하대요. 축하해요 형님! 예쁜 딸이랩니다.”
도현은 같은 말을 두어 번 반복했다. 입술을 조금 움직이는가 싶던 범석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 서글픔인가 기쁨인가. 도현은 생각했다. 끝인가 다시 시작인가.  

 

태몽이 맞았어 여보그 꿈 말야. 엄청
큰 물고기
. 팔뚝 보다 더 큰 고기였어. 펄쩍펄쩍 뛰어오르며 강물을
오르는데 고향으로 가는 길인 거였어
. 알 수 있겠더라구. 거 왜 명절이면
고향 가는 기분 있자나
. 딱 그 기분이야. 어머니아버지, 보고싶었던 사람들 죄다 모여 있을 그 든든한 느낌...!”

범석의 말은 입안에서만 맴돌았다. 감은 눈 위로 혜린의 차가운 손길을 잠시 느꼈다
싶었지만 범석은 이내 다시 햇살을 등에 받는 물고기의 꿈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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