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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현의 평론-비애의 태생/이기철
임창현의 평론 ****************** 비애의 태생 / 이기철 슬픔은 누가 떨어뜨리고 간 노트 한 장이다 펼치면 비애 한 장이 읽혀진다 슬픔이 제 얼굴을 몰라 서성이는 페이지마다 누군가 딛고 간 시간이 담겨 있다 비애가 오는 거리는 지구의 끝처럼 미지여서 나의 몸 속 깊은 오지에 비애를 심어놓고 떠난 사람 있다 수척한 나무의 팔처럼 내 팔이 그의 여린 가슴을 안는다 슬픔의 태생지는 어디일까 하루에 한 번 이별을 경험한 나무여 내가 신고 온 시간의 신발들이 무덤으로 쌓인다 겨울의 발자국 소리를 듣는 나무 곁에서 나는 마음을 맡겨 오랫동안 비애의 종류를 생각했다 슬픔이 송진 냄새를 낸다 나는 비로소 비애를 사랑하기로 했다 ------------------------------------------------------------------- 해마다 세모가 되면 환희보다는 비애가 앞서 다가온다. 물안개 속 옷깃 모르게 젖어오는 물기처럼 소리도 없이 비애를 사랑하기 까지는 얼마만한 시간이 걸릴까. 얼마큼 먼길 걸어야 할까. 얼마나 깊은 슬픔으로 숨 쉬어야 닿을까. 슬픔은 누가 떨어뜨리고 가는 한 장의 종이인가. 그러나 펼치면 비애는 한 권으로 읽혀지리라. 거리엔 누군가 딛고 간 시간이 담겨있다. 그가 오는 거리는 지구 끝처럼 미지여서 수척한 나무의 팔처럼 가느단 내 팔이 그의 가슴을 안을 수 있을까 나의 몸속에도 깊은 비애 심어놓고 간 사람있었다. 겨울의 발자국 소리를 듣는 나무 곁에서 하루에 한 번 이별을 경험한 나무에게 슬픔의 태생지를 묻는다. 우리는 그 비애를 사랑할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에게 늘 물으며 사는 것이다. 비애여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