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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남부선/임창현의 평론
임창현의 평론 ************************************* 동해 남부선 -손순미- 모든 것이 발열하는 청춘이었다 벌겋게 달궈진 석쇠 위를 고등어 같은 열차를 타고 달려갔다 창문으로 바다가 상영될 때마다 우리들에게 엎드리는 세상이 보였다 비린내가 폴폴 나던 시절이었다 웃고 떠드는 것만이 청춘이었다 그것이 아픔의 변증법이란 걸 말하고 싶지 않았다 노곤한 햇볕을 수혈 받으며 놀다가 졸다가 바람이 칸나 무덤을 맴도는 사이 고등어 붉은 칸을 열고 한 마리의 그가 뛰어내렸다 미친듯이 날뛰는 청춘의 완성은 요절이었다 ---------------------------------------------------------------------------------- 등단한지 오랜 손순미가 낸 첫 시집 '칸나의 저녁'에 나오는 '동해 남부선'. 절망을 안개 빛 페이소스로 노래했던 기형도의 뒷모습 보는 것 같다. 펄떡펄떡 살아서 튀는 고등어 등 같은 시, 웃고 떠드는 것만이 청춘이었던 비린내 풀풀 나던 시절, 창문으로 바다가 상영될 때마다 우리에게 엎드리는 세상, 그런데 시인의 '우리에게'에는 '들'이 붙어있다. 필시 두 사람이 타고 바다 쳪구리 가르며 간 동해남부선 어디쯤이었을 것이다. 차창 밖으론 세상이 엎드려 주었고 두 사람도 그렇게 어디선가 엎드려 있었을 것이다. 거기 그들의 냄새도 고등어처럼 비렸을, 사랑하는 냄새도 비린 것이니까. 노곤한 햇볕을 수혈 받으며 놀다가, 졸다가, 그렇게 둘이 가다 한 마리가 뛰어내렸다는 처참한 청춘의 완성, 요절. 동해남부선은 사랑하기 좋은 아름다운 여로다. 벌겋게 달궈진 석쇠와 그 위 얹힌 고등어 같은 두 사람, 그 열차 칸의 기억. 뜨겁게 아름다웠던 추억인데 사랑 끝 어쩐지 슬픈 빛이다. 나도 뛰어내리지 않은 내 여자 데리고 가야겠다. 바다가 보이는 그 창가 파도 너울처럼 흰 머리 서로 바라보고 싶다. 사랑 더 멀리 간 수평선 하늘 끝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