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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는 임파테이션impartation, 나누어줌, 넘침!

Author
mimi
Date
2013-09-04 08:11
Views
12974

시詩는 임파테이션impartation, 나누어줌, 넘침!

―김하늘의「향」은 풍성한 향훈의 휘날림, 흘러넘침이다.



 

                                                            

       

 

 

 향    / 김하늘 


 


 


 




  우리에겐 우리가 너무 많아


  서로를 베끼기 바쁜 무국적 고아들


 


  젊음에 충실한 태도로 물고 뜯었지


  변명으로 굶주린 혀가 요란하게 서로를 좀먹고


 


  마이너스 원주율에 동의하는 사이


  모처럼 목소리를 내는 일이 무서워


 


  곱씹어 삼킨 고백들은 어디로든 가서


  누군가의 핑계가 되겠지


 


  관계의 마지막 뼈가 만져지는 시간


 


  한 낮의 두통처럼 나를 두드리고 갔던 너를


  신음하는 비둘기 떼 속에 마냥 버리고 오고 싶어


 


  우리가 우리인 게 힘들 때마다


  한사코 너를 방관할 거야


 


  발가락뼈까지 쓸모를 다 한 사람처럼


  기를 쓰고 잃을 것을 잃기로 한다 




 

 

시는 임파테이션, 감각의 깊은 골을 따라 흘러넘치는 거라니깐,


 

 

 

 

  우리에겐 우리가 너무 많아 


  서로를 베끼기 바쁜 무국적 고아들


 


  젊음에 충실한 태도로 물고 뜯었지




 

 

  다시 말하지만, 시는 임파테이션 나누어줌의 풍성함ㅡ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impartation으로 행과 행, 연과 연의 뚝을 넘어 흘러넘치는 물줄기일 뿐이다.

 

  구스타프 말러를 끝없이 듣는 밤

  음악을 모르면서 대위법을 모르면서 화성학이 뭔지도 모르는 내가 구스타프 말러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자유와 여유로 맘껏 오만해지는 밤

  말러는 이토록 무식하고도 미련한 한 사람의 청취자를 위해

  말로

  말하지 않는다.

  나는 말러가 말로써 말하지 않은 언어를 녹취하거나 색인할 생각이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

  말러는 감상자에게 간섭하기를 사양한다. 사람마다 똑같은 감수성으로 반응하기를,

  원치 않는 것이다.

  고리타분한 느낌을 전파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말러는 귀머거리의 귀에 굳이 언어로

  친절히 설명하거나 해설을 덧붙여 절친해지지 않기로 작심한 것 같다.

 

  악상은 고지식하지 않고 유연하게 어디든 날아다닐 공간을 찾아 구멍을 뚫고

  연주자는 연주자대로 악보를 벗어나 한참 멀리 아주 멀리 외딴 곳으로 배회하다가

  결국은 리듬을 타고 건너뛰어 무절제한 감흥에 빠지는 것 같지만, 아무도 그런 일에

  상관하지 않을 거라는 묵시적 공감대를 확고히 믿는 듯

  가로막 없는 틈을 만들어 흘러가 닿는다.

  귀가 딱딱한 나는 스타카토에 달팽이관을 다쳐 평형감각을 잃고도 허둥대거나 불평하지 않는다.

  그렇다, 나는 저 악절의 음정과 박자가 빽빽하게 응결돼 순 엉터리로 뒤엉키기를 바란다.

  음악은 음악적 질서 밖에서 스스로 무너질 줄도 알아야 예술이기 때문이다.

  언어가 날개를 입어 날아다니는 것이 음악이자 시가 되는 까닭에.

 

  그러므로 시는?

 

  시는 옆구리에 써진다. 갈비뼈 아래 얼기설기 교통 복잡한 시인의 옆구리에 시는 써진다.

  시인은 옆구리둥지 안에 포란한 언어를 따끈따끈할 때 꺼내오기만 하면 된다.

  옆구리가 허전하다.

  너무 많은 시인들이 너무 많은 의미를 독자의 허파꽈리에 몰아넣으려 하기 때문.

  ㅡ괜찮아, 옆구리는 더 많은 언어의 씨를 파종해 마음껏 뚱뚱해질 테니까.

 

 

  곱씹어 삼킨 고백들은 어디로든 가서
  누군가의 핑계가 되겠지
  누군가의 핑계가 되겠지
  누군가의 핑계가 되겠지

 


 


  관계의 마지막 뼈가 만져지는 시간


 


  한 낮의 두통처럼 나를 두드리고 갔던 너를


  신음하는 비둘기 떼 속에 마냥 버리고 오고 싶어





 


  우리가 우리인 게 힘들 때마다


  한사코 너를 방관할 거야




 

  〈관계의 마지막 뼈가 만져지는 시간〉이라고? 뒤이어 ‘한 낮의 두통처럼 나를 두드리고 갔던 너를/신음하는 비둘기 떼 속에 마냥 버리고 오고 싶’다고.

  그래그래, ‘우리가 우리인 게 힘들 때마다/한사코 너를(나를) 방관’해도 좋아, 좋아.

  우리는 말이야, 말하자면 말이야(비밀도 아닌 비밀이지만),


 

  발가락뼈까지 쓸모를 다 한 사람처럼


  기를 쓰고 잃을 것을 잃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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