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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뿌리

Author
mimi
Date
2011-05-31 08:44
Views
9964

 



     슬픔의 뿌리 시인 / 도종환



 
도종환 시인의 시집 『슬픔의 뿌리』는  쓸쓸함에 대해 부르는 노래다. 하지만 ‘접시꽃 당신’에서의

절절한 망부가(亡婦歌)처럼
순애보적 센티멘탈이 아니다. 짧은 시보다는 비교적 긴 시가 주를 이룬

이번 시집에서 그는 중년의 고개턱에서 마주친 삶의
원형질로서의 쓸쓸함을 마주보고 있다.


 
“쓸쓸한 지 오래되었다//들 끝의 미루나무 한 그루/내 안에 혼자 서 있은 지/오래되었다//나뭇잎

무수히 떨리는 소리로/낯선
산기슭 떠도는 지/오래되었다//(중략)서산 너머로 달이 지듯/소리 없이

사랑도 저물면서//풍경의 안에서고 밖에서고/쓸쓸한 지
오래되었다”(‘쓸쓸한 풍경’)


 
그가 느끼는 쓸쓸함은 세상에 대한 사랑과 연민,자신의 삶에 대한 끊임없는 반성,사물에 대한 속깊은

관심과 애정에서 비롯된다.
쓸쓸함의 배면에 투영된 사랑은 개인의 일로 그치지 않고 “혁명의 꿈을 접은

지는 오래되었지만”(‘나뭇잎 꿈)이나 “슬픔의 뿌리를
찾으러 가는 발걸음이 오래지 않아 끝나고/

새벽하늘처럼 빛나는 시간은 반드시 오리라”(‘자귀나무꽃을 찾아서’)에서처럼 역사의식으로
발전한다

 

 

  쓸쓸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랑의 아픔

 
지금까지의 시집에서도 보여주었듯이, 도종환 시의 바탕에 일관되게 흐르는 정서적 기조는 "사람의

마음을 너그럽게
만드는"(「우체통」) '사랑'이다. 그러나 예사 사랑이 아니다. "청춘의 가장 빛나던 시절"

과 "가장 소중한 것들 아낌없이 다
바쳐/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들 끝에서」)며, 하기 어려운 "이별과

오랜 아픔을 거치면서 알아가는"(「자귀나무꽃을 찾아서」)
"물빛처럼 맑고 투명하고 선한"(「나리소」)

사랑이다.그리하여 시인은 "가장 높은 곳에 있을 때/가장 고요해지는 사랑이 깊은
사랑"이며, "한 사람을

사랑하는 동안 마음이 가장 깊고/착해지지 않으면 진짜 사랑이 아니다"(「나리소」)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사랑'은 "어두운 하늘과 새별 별빛 사이를 헤매는" "고통스러운 마음 뿐", "살면서 가장 힘들게"

하고 "살면서
가장 シ緞�" 하는 것이라서, 이 시집을 온통 감싸고 있는 '쓸쓸함'의 분위기를 이끄는 '슬픔'

을 동반한다. 그리하여 그에게는
"세상이 쓸쓸하여 들판에 꽃이 피"고, "사랑하는 이의/이름을 유리창에

썼다간 지우고/허전하고 허전하여 뜰에 나와 노래를
부"르지만, "천권의 책을 읽어도 쓸쓸한 일에서

벗어날 수 없어" "산다는 게 생각할 수록 슬픈 일"(「쓸쓸한 세상」)이 된다.
하기야 "쓰러지지 않으며

가는 인생이 어디 있겠"으며, 눈보라 진눈깨비 없는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아름다운 길」)
  그러나 그의 사랑은 결코 낭만주의의 끝자락 같은 우울의 변주가 아니다. 오히려 치열한 그의

의식세계를 필터로 해 걸러진 정련(精鍊)의 미학 같은 것이다.


  고통 속에서도 새살이 돋는 희망의 안쪽

 
그러나 시인은 그러한 "상처와 아픔도 아름다운 삶의 일부"(「꽃 지는 날」)로 받아들이며 "가없이 넓고

크고 자유로운 세계에
대한 꿈"보다는 "작고 따뜻한 물소리에서/다시 출발해야"(「그리운 강」)겠다는

가녀린 소망을 놓아버리지 않는다. "할 수만 있다면
한적한 강 마을로 돌아가/외로워서 여유롭고

평화로워서 쓸쓸한 집 한 채 짓고/맑고 때묻지 않은 청년으로 돌아가고 싶"(「그리운
강」)어한다.

 
그것은 또 개인의 일로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퍼런 정신"과 "가파른 정신"(「천지」)을 가다듬으며

"새로운 세상이
온다면/한순간에 세상을 바꾸고 사람을 바꾸었으면 싶다"(「나뭇잎 꿈」)는 역사의식으로

발전한다. "혁명의 꿈을 접은 지는
오래되었지만"(「나뭇잎 꿈」) "슬픔의 뿌리를 찾으러 가는 발걸음이

오래지 않아 끝나고" "새벽하늘처럼 빛나는 시간은 반드시
오리라"(「자귀나무꽃을 찾아서」) 믿는 것이다.


 
그리하여 "희망의 바깥은 없다/새로운 것은 언제나 낡은 것들 속에서/싹튼다 얼고 시들어서 흙빛이 된

겨울 이파리/속에서 씀바귀 새
잎은 자란다/희망도 그렇게 쓰디쓴 향으로/제 속에서 자라는 것이다

지금/인간의 얼굴을 한 희망은 온다"(「희망의 바깥은
없다」)라고 노래하면서 희망의 안쪽을 바라보는

것이다.
  사랑과 연민, 스스로에 대한 반성적 사유라는 시인의 체질이 이번 시집에도 그대로 배어있다. 중년의

삶이 치르는 근원적 쓸쓸함을 노래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녀린 희망을 발견하려 한다.

  ‘이 세상이 쓸쓸하여 들판에 꽃이 핍니다/ 하늘도 허전하여 허공에 새들을 날립니다/ 이 세상이

쓸쓸하여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유리창에 썼다간 지우고/ 허전하고 허전하여 뜰에 나와 노래를

부릅니다…’(쓸쓸한 세상)
 
쓸쓸함은 시집 전체의 확연한 정조이지만 ‘낯선 곳을 떠도는 눈발처럼 허망하고 시리고 쓸쓸한

것들도 저희끼리 모여 단단해지며
나뭇가지를 꺾던 기억이 떠오르고 낯선 곳에도 언제나 낯선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길이 있다는 걸’(양안치고개를 넘으며) 말하면서
시인 특유의 긍정과 희망의 자세로

돌아온다. 그에게 쓸쓸함은 비극성으로 발전하기보다 생의 조건으로 승인되며 희망으로 거듭난다.
 
이렇듯 시집 전반에 걸처 나타나는 다채로운 이미지들은 대중적 인지도와 친화력을 높이는 힘이 된다.

대상에 대한 사랑과 연민,
자신의 삶에 대한 끊임없는 반성, 그리고 사물에 대한 속깊은 관심과

애정이야말로 도종환 시의 원형질이며, 그래서 공감의 폭이 한층
더 넓고 깊어지는게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이번 시집은 그간에 보여주었던 시세계를 한층 심화시킨 것으로서 보다 높은 진정성을

획득하고 있다. 비록 '쓸쓸함(슬픔)'을 노래하고는 있지만 사사로운 감상에 빠져들거나 좌절을

토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믿음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여려보이지만,

그것이 곧 '쓸쓸한 세상'을 버티는 가장 큰 힘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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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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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인

 

1954
년 충북 청주에서출생. 충북대 국어교육학과 및 同 대학원 졸업. 1984년《분단시대》를 통해

작품활동 시작. 저서로는 시집으로
『두미마을에서』, 『접시꽃 당신』,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당신은 누구십니까』『사람의
마릉에 꽃이 진다』

『부드러운 직선』『슬픔의 뿌리』등이 있고, 산문집 『지금은 묻어둔 그리움』

『그대 가슴에 뜨는 나뭇잎배』『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모과』

『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 등과 동화『바다유리』등이 있음. 1997년 제7회
민족예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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