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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와 배설의 힘/김찬옥 시집

Author
mimi
Date
2011-03-27 20:24
Views
9753

 


― 김찬옥 시집 『물의 지붕』(종려나무)

 

 

허기와 배설의 힘

 

 

                                                                                                                    마경덕 (시인)

 

 

 

  불꽃이 매워
물을 흘리며 지은 밥맛은 어떤 맛일까? 김찬옥은 밥 한 솥 짓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고 한다. 오래 뜸들인 밥, 그녀가 눈물 콧물
흘리며 지어낸 밥을 한 술 뜨니 냉갈냄새가 난다. 부엌천장으로 날아오르던 그을음냄새와 삭정이를 툭툭 분지르던 야윈 무릎이 보인다.
저녁연기 같은 맛, 그래서 더 서럽고 맛있는 밥, 끝내 목이 메어 삼킬 수 없는 밥… 김찬옥의 시들은 강둑에 피었다 지는
냉이꽃이고, 갈퀴에 끌려오는 솔잎이고, 바닥에 엎드린 질경이였다가 피를 토하는 노을이고, 구성진 육자배기였다가, 결국 이것들이
모여서 따뜻한 밥이 된다.

 
김찬옥의 두 번째 시집「물의 지붕」은 끊임없이 ‘먹다’와 ‘배설’로 이어진다. 시인의 의식 속에는 배고픈 유년이 웅크리고 있다.
꽃을 보아도 나무를 보아도 윷놀이를 할 때도 먼저 ‘밥’을 떠올린다. 끝이 보이지 않는 ‘허기’는 절대적 권력을 휘두르던
남성중심사회에서 가부장적 시대를 살아낸 가난한 ‘어머니의 상처’와도 이어진다. 끊임없이 솟는 ‘허기’는 그녀의 상처들이다. 아들을
우선으로 했던 그 시대 셋째 딸로 태어난 시인은 태어나자마자 구석으로 밀쳐졌다. 아버지는 늘 술로 세월을 보내고 술 주전자는
마르지 않았다. 광구석에 똬리를 튼 밀주 항아리와 술 주전자는 슬픔과 절망을 보여주고 있다. 노름에 빠진 아버지와 눈물짓는
어머니를 보며 남자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픈 사춘기의 반항은 새벽기차를 타고 가출을 하고 만다. ‘아버지의 허기’와 ‘어머니의
허기’는 그녀에게 고스란히 이어진다. 그것들은 모두 육신과 영혼을 주리게 한 지독한 허기이다. 그녀에게 시를 쓰는 행위는
‘허기’를 토해내는 일종의 ‘배설’이다. 그녀에게 상처는 시를 낳게 하는 힘일 것이다.

 

 

  제비꽃, 깊은 눈망울을 보다가

  구불텅한 길들이

  아버지의 마르지 않는 술 주전자 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것을 본다

 

  뱀이다!

 

  내 한 살이, 열다섯 살이, 스무 살이…

  뱀이 되어 구불구불 술 주전자 속으로 들어간다

 

  셋째 딸로 태어나 구석으로 밀쳐졌던 핏덩이가

  광 구석에서 똬리를 틀고 있던 밀주항아리가

  노름방에서 쌀 백 섬을 잃고도 허허 웃던 가장의 얼굴이

  걸핏하면 마당으로 내던져진 밥상이

  부뚜막을 흥건하게 적시던 어머니의 눈물이

  남자에게 방아쇠를 당겨대던 사춘기 계집애가

  부모 몰래 고향을 빠져나오던 새벽 기차가

   캄캄한 구멍 속으로 들어간다

 

  저 징그러운,

  뱀!

 

   -「뱀」전문

 

   어릴 적 그녀의 상처는「뱀」으로 치환되었다. 노름방에서 쌀 백 섬을 잃고도 허허 웃던 무능한 가장, 걸핏하면 마당으로 내던져진 밥상, 부뚜막을 적시던 어머니의 눈물, 치가 떨리도록 징그러운 ‘뱀’과 같은 서늘한 기억들이다.

 

 
아빠!아빠! 두꺼운 외투 머리끝까지 둘러쓰고 중랑천 맨홀 뚜껑 앞에 앉아 뭐 하세요? 대낮부터 삼삼오오 둘러앉아 떡을 치세요?
화투짝이 쩍쩍 달라붙는 소리를 들은 과수댁 아줌마가 그 곁에서 안주를 만들며 떡 고물을 주워 먹고 있군요

 

  -「사쿠라 떡집」부분

 

 
사쿠라(벚꽃)는 화투짝에 피었다. 꽃샘바람 부는 중랑천 둑에 앉아 외투를 둘러쓰고 화투짝만 들여다보는 아버지, 그 곁에서 술을
팔고 개평을 뜯고 떡 고물을 챙기는 과수댁,「사쿠라 떡집」은 어릴 적 시인의 눈에 비친 아버지의 모습이다. 끝없이 세상을 헤매야
했던 아버지의 허기는 무엇이었을까? 욕망의 허기는 ‘노름’이라는 행위로 나타난다. 과수댁은 사내들 곁에서 안주를 만들며 떡고물을
주워 먹고 있다. ‘떡’이 아닌 ‘떡고물’은 먹어도 쉽게 배를 채울 수 없는 것이다. 그것 역시 채워지지 않는 과수댁의
‘허기’이다. 가족을 팽개치고 세상 재미에 빠진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은「수탉」에서도 드러난다. 그러나 김찬옥은 쉽게 흥분하지
않는다. 슬픔을 제어하는 힘이 시편 곳곳에 묻어있다. 잡기(雜技에 빠진 아버지에 대한 미움은「눈물로 지은 날개」에서 애증으로
바뀌고 있다. 어머니의 ’사랑‘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길이란 때로 작두날처럼 설수도 있는 것이라며

  편안한 길은 항상 발아래 있다고 했다

 

  사춘기가 끝날 무렵

  아버지는 작두타기를 그만두고

  꽃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갔다

  상여에 핀 꽃들이 눈송이처럼 녹아

  내 발 아래 와서 묻혔다

 

  -「눈물로 지은 날개」부분

 

 
아버지가 입버릇처럼 말했던 편안한 길은 발아래 있는 길, 곧 죽음이었다. 죽어서야 비로소 편안한 휴식에 든다는 것이었으니 작두날
같은 생이 얼마나 고달팠는지는 짐작할만하다. 사춘기가 끝날 무렵 아버지는 작두타기를 그만두고 눈물로 지은 날개옷을 입고 훨훨
날아갔다. 술과 노름에 젖은 세월은 끝내 아버지를 삼키고 말았다. 그러나 허기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살아야하는 홀어머니, 가장이 된 어머니 밑에서 배부른 날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허기를 채워줄 ‘밥’은 그녀의 의식 속에 자리를
잡고 있다.

 

 

  꽃샘가지를 툭툭 분질러 밥을 지었나

  벚나무들이 옷 한 벌 걸칠 사이도 없이

  수북하게 담긴 밥 다라이를 이고 와

  안양천 뚝방에서 밥을 푼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하얀 김

  소리 없이 부풀어 오른 고봉밥

 

  젖 때를 놓친 어미가

  젖무덤을 풀어 헤쳐 아기의 입에 꼭지를 밀어 넣듯

  벚꽃가지 아래

  얼어붙은 냉이, 쑥, 민들레, 꽃다지, 제비꽃들을 불러

  따뜻한 밥 한 그릇씩 먹이고 있다

  작은 풀꽃들이 올망졸망 모여앉아 밥을 먹는다

  축 늘어진 벚꽃 가지 위로

  풀꽃들의 꽃트림이 파랗게 피어오른다

 

  -꽃밥의 의미」전문

 

 
옷 한 벌 걸치지 못한 벚나무들이 마른 삭정이를 분지르듯 꽃샘가지를 분질러 서둘러 꽃밥을 짓는다. 안양천 벚나무는 고봉밥처럼
부풀어 가지마다 수북하게 꽃밥이 익어간다. 젖 때를 놓친 어미가 젖무덤을 풀어 젖을 먹이듯 꽃샘추위에 떨고 있는 냉이, 쑥,
민들레, 꽃다지, 제비꽃에게 따순 밥을 떠먹이는 벚나무들. 파랗게 꽃트림이 피어오르는 봄날, 시인은 일을 마치고 뒤늦게 젖이 퉁퉁
불어 돌아온 어머니를 만난다. 종일 배고파 보채던 아이는 젖을 물고 잠이 들었다. ‘밥’은 곧 목숨이요, 삶이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먹는 것이 우선이라 수북한 꽃숭어리도 ‘밥’인 것이다.

 

 

  해바라기 밭에

  참새가 떼로 날아들었다

 

  날카로운 부리로

  해바라기 익은 씨앗들을 파먹었다

 

  검은 눈깔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빈 거적만 남은 해바라기

  지팡이 하나만 남은 해바라기

 

  고개를 꺾고

  온종일 땅바닥을 더듬고 있다

 

  -「해바라기」전문

 

 
김찬옥의 ‘모성’은 끝없는 희생이다. 날카로운 부리로 어미를 다 파먹은 자식들은 모두 품을 떠나고 눈 어둡고 귀 어두운 어미는
지팡이 하나를 붙잡고 산다. 이제나저제나 자식 오기를 고대하느라 허리가 꺾여 온종일 땅바닥을 더듬고 있다. 오직 자식만 바라보고
살다 늙은 노인은 ‘자식바라기’인 것이다.「게딱지 안에 걸린 그믐달」에서도 역시 ‘먹다’와 ‘먹히다’로 나뉘어진다.

 

  꽃게 철이라고

  어머니가 물 좋은 꽃게를 보내주었습니다

 

  알이 꽉 찬 꽃게의 속을 파먹다

  나는 보았습니다

  게딱지 안에

  어머니의 휜 허리가

  그믐달로 걸려있었습니다

 

  -「게딱지 안에 걸린 그믐달」전문

 

 

  누가 다 발라 먹었을까

  잔가시들만 남았다

 

  살점 하나 붙어 있지 않은

  커다란 생선뼈!

 

  그 푸르던 눈알, 누가 다 파먹었을까

  시린 바람만 잔뜩 고여있다

 

  -「겨울 나무」전문

 

 

  아파트 화단 구석에

 

  구부정한 노인이 앉아있다

 

  쪼글쪼글한 껍질 속에 씨 하나 품고

 

  단물이 쏙 빠져 말라비틀어졌다

 

  흥건하게 돌던 푸른 즙이 다 보타버린

 

  저 환!

  -「대추」전문

 

 
제철에 어머니가 보내온 알이 찬 꽃게 속을 파먹다보니 휜 허리 하나가 걸려있다.「게딱지 안에 걸린 그믐달」에서도 ‘능동’과
‘피동’의 고리로 이어져 있다. 자식은 ‘능동’적이고 부모는‘ 피동’적이라는 관계가 성립된다. 어느덧 그믐달처럼 저문 어머니는 늘
‘피동’ 이었다. 남편에게 자식에게 모두 ‘먹히는’ 대상이었다. 하지만 겨울나무처럼 앙상한 어머니는 ‘먹히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근심에 쪼글쪼글 보타버린 어머니, 희생마저도 당연히 받아들인 것이다. 나라도 개인도 어려웠던 시절, 가난은 불행으로
이어졌다. 여인들은 너나없이 지난한 살림살이에 힘겨워 푸념처럼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습관적으로 튀어나온
말이 ‘죽겠다’였다. ‘죽겠다’고 울상을 지으면서도 죽지 않는 이 땅의 어머니들. 입으로 火를 ‘배설’ 함으로서 가슴에 쌓인
한을 풀곤 했다. 그 ‘죽겠다’는 ‘좋은’ 일이 생겨도 여전히 ‘죽겠다’였다. 반복된 행위가 습관을 만들 듯 ‘죽겠다’는 여전히
시인에게도 따라다닌다.

 

 

 
아침에 눈 비비며 졸려죽겠다 설거지하다 컵이 깨져 신경질나 죽겠다 점심이 늦어져 배고파죽겠다 밥 한 그릇에 누룽지까지 먹고
배불러죽겠다 컴퓨터 앞에 앉아 나른해죽겠다 잘 나가는 모시인, 얄미워죽겠다 생각지 않은 보너스, 좋아 죽겠다 표도 안 나는
집안일, 지겨워죽겠다 착한 내 새끼, 이뻐 죽겠다 가을 오후, 고독해 죽겠다 때도 없이 날아드는 세금고지서, 무서워죽겠다 밤늦도록
전화 한 통 없는 남편 미워 죽겠다 퀸사이즈 침대, 썰렁해 죽겠다

 - 「죽겠다,」전문

 

 
죽을 만큼 힘들었던 그 시절, 가난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밑이 빠진 것들은 줄줄 새기 마련이어서 다급한 일이 닥치면
‘똥끝’이 타들어간다고 했다. 겨우 한 숨 돌리나싶으면 어느 틈에 불씨는 되살아나 가난한 살림에 기어이 구멍을 내고 마는
것이었다.

 

 

  한증막 안에 들어서자 모래시계가 거꾸로 서있다

 

  밑 빠진 똥구멍으로

  모래가 줄줄 샌다

 

  모래시계를 툭 밀어 자빠뜨리자

  줄줄 새던 모래가

  소리 없이 고인다

 

  비계덩이 같은 물컹한 시간이

  뱃살처럼 축 늘어진다

  온 몸에 구멍이란 구멍을 다 열고

  물구나무를 서본다

 

  뱃살은 늘 소리 없이 고인다

 

  -「이상한 시계」전문

 

 
물구나무 시계도 ‘삼키’는 것과 ‘뱉는’ 것으로 ‘먹고’ '싸는‘것을 보여준다. 옛말에 형편이 어려우면 ’입‘을 줄이라고도
했다. 양식이 귀했던 시절에는 그만큼 먹는 ’입‘이 무서웠던 것이다. 모래시계의 개미허리가 자주 끼니를 거른 어머니의 허리라면
비계덩이 같은 물컹한 시간과 늘어진 뱃살은 먹거리가 넘쳐 비만해진 요즘 사람들이 아닌가. 구멍을 막지 못하면 가난은 소리없이
찾아오는 법, 낭비하는 버릇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격이다. 김찬옥은 직접 말하지 않고 에둘러 말함으로 이미지를 확장시킨다.
그녀의 시는 여러 갈래로 읽히지만 중심이 되는 가지를 통해 결국 하나로 다시 뭉친다. 그녀의 시가 쫄깃쫄깃 맛이 나는 이유는
즉물적인 상상력으로 시의 맛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양파를 까다가 뜬금없이

 
“이자는 뭐니뭐니 혀도 눈물에 붙는 이자만큼 비싼 것이 없어야. 야야, 우뜸거리에 살던 숙희 엄니 아냐? 그 여편네 서방
무능하다고 어린새끼 다 버리고 집나가 평생 소식도 없더니, 지난달 서울 사는 역구지떡네 딸이 봉사활동이다냐 뭐다냐 그런 걸
나갔는디, 근디 알고 본께 그 여편네라고 안혀. 불도 안 땐 단칸방에서 꼬챙이처럼 말라 날마다 눈물 바람만 허고 산다고 허드라. 지
살자고 지속에서 나온 새끼한티 눈물 되로 주고 떠나더니, 늘그막이 눈물을 말로 퍼내고 있잖여. 시상엔 그 어떤 것도 공짜가
없당께. 그 중여서도 자식한티 준 눈물만큼 이자가 높은 것은 없어야. 나도 니 아버지 일찍 보내고 너희 다섯 남매 넘들만큼
빤듯허게 가르치지 못혀서 그것이 늘 걸렸어야. 넘들한티 눈물놀이는 안허고 살었지만 늘그막이 공부방에 틀어박혀 있는 너를 보면
오목가슴이 쓰려야.”

 

  어머니는 꼬깃꼬깃 모아둔 몇 십 만원의 눈물주머니를 등록금에 보태쓰라며

  “이렇게라도 빚을 청산혀야만 먼 길 가볍게 갈 수 있을 것 같어야.”

  - 「시상에서 최고 비싼 이자 」

 

 
「시상에서 최고 비싼 이자」는 어머니의 자식사랑이 한껏 묻어있다. ‘댁’이라는 칭호는 영호남의 구수한 방언, 이름대신 살다 온
지명 뒤에 붙던 ‘댁’은 ‘떡’이다. 떡이란 말에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맛있는 ‘떡’이 연상된다. 사랑에 허기지고 욕망에 허기진
여인들은 모두 ‘떡’이라는 차진 이름을 지니고 살았다. ‘지상에서 최고 비싼 이자’는 ‘눈물 이자’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비싼
이자는 ‘자식 눈물에 붙는 이자’이다. 어머니는 남들처럼 자식에게 다 해주지 못한 것들에 대한 이자를 눈물주머니에 꼬깃꼬깃
모아두셨다. 이렇게라도 빚을 청산해야만 한다고 하신다. 자식을 위해 평생을 바친 촌로의 모성이 얼마나 곱고 아름다운지 짐작하게
한다. 남편도 자식도 힘이 될 수 없던 시절, 상처를 안고 살았던 여인들은 누구에게 의지해 살았을까? 의지할 곳 없는 어머니는
절에 가서 부처 앞에 남편과 자식을 위해 수없이 빌고 빌었을 것이다.

 

 

  목탁소리 울려퍼지는 산사에 가을비가 내린다

 

  구절초꽃처럼 향기롭게 일어나라고 가을비가 내린다

 

  수렁에 주저앉은 집채만 한 연잎들 일어나라고 가을비가 내린다

 

  다알리아꽃처럼 탐스럽게 피어나라고 가을비가 내린다

 

  쩍 벌어진 밤송이에 적막이 깃들라고 가을비가 내린다

 

  법당에 엎드려 울고 있는 한 여인을 위해 가을비가 내린다

 

  처마 끝에 매달린 목어들 지느러미에 가을비가 내린다

 

  그리움이 바닥난 빈 찻잔에 가을비가 내린다

 

  돌부처 머리 위에 가을비가 내린다

 

  -「빗방울 독경」전문

 

 
수렁에 주저앉은 집채만한 연잎들마저 어서 일어나라고 어머니는 절을 하신다. 빗방울은 홀로 독경 중인데 법당에 무릎 꿇고 절을
올린다. 불공을 드리는 그 시간은 시름을 잊는 시간, 절은 유일한 피난처이기도 했을 것이다. 김찬옥의 佛心은 어머니에게서 물
흐르듯 이어졌을 것이다. 도심의 찜질방에서 만난 흙부처들도 모두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에게 종교는 지친 심신을 편히 쉴 수 있는
어머니 품과 같은 것이다.

 

 
아까시 꽃송이를 주먹밥처럼 싸들고 십리가 넘는 학교를 걸어다닌 여학생, 아까시 꽃잎을 한톨한톨 뜯어 먹으며 꼼방거리 생여집을
넘어 배고픈다리를 넘던 여학생은 어느덧 어머니가 되어 간밤의 허기를 달래듯 변기 위에서 신문을 보는 것으로 아침식사가 시작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맷돌이 되어 먹고 싸는 일을 동시에 한다는 그녀는 여전히 배가 고프고 허기가 진다. 끝이 없는 허기는 그녀를
일어서게 하고 어머니의 절대적인 사랑이 시를 쓰게 한다.
‘먹
다’라는 행위를 통해 김찬옥은 ‘궁핍’ 속에서도 따뜻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에게 지붕이 되어준 어머니, 눈물로 기둥을
세운 집 한 채를 들여다보면 상처의 힘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김찬옥의 시에서 중요한 코드인 ‘母性’은 시의 뼈대를 이루게 하는
파워포인트 (Power Point), 그녀의 허기는 모성이라는 사랑으로 채워지고 ‘시’라는 행위로 배설, 치유된다. 
 눈물로 지은 밥, 부지깽이로 불을 다독이며 오래 뜸을 들인 밥 한 솥이 맛나고 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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