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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전복하는 무의식적 상상력

Author
mimi
Date
2009-10-22 10:44
Views
9851

 

일상을 전복하는 무의식적 상상력


1


상성은 단순한 일상의 반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거대한 산업사회를 배경으로 형성된 도시적 특징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에서
일상성과 현대성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오늘날 우리 사회 시대정신의 양측면이라는 앙리 르페브르의 지적은 타당하다 할 수 있다.


상성은 현대인들이 가장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이면서도 또한 그것에서 벗어날까 두려워하는 것이기도 하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으로 현대인의 삶은 지쳐있다. 현대인이 느끼는 권태와 피로는 과거 농경사회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느끼는 일상의 그것과는 다른
것이다. 산업사회에서의 일상은 인간에게 속도를 강요한다. 지루함의 연속이면서도 그 일상의 속도를 늦추거나 멈출 수 없다.
멈춘다는 것은 일상을 벗어나는 것이고 일상을 벗어나는 것은 곧 사회적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거대한 산업사회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상의 테두리를 벗어난다는 것은 곧 현대인으로서의 삶에 소속되지 못하는 낙오자, 실패자의 길을
걷는 것이다. 거대 사회의 흐름에서 소외된 인간으로 남게되리라는 두려움, 이것이 끊임없이 일상을 탈피하고자 하는 욕망의 한 편에
존재하는 공포이다.

르페브르는 혁명을 축제의 성격으로 파악하고 일상성의 문제를 혁명이라는 측면에서 정의하고 있다. 혁명은 단순히 경제적․정치적․이데올로기적 측면만으로 정의될 것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일상의 종식이라는 측면에서 정의되어야 할 것이다.라는 진술에서 보듯이 그가 말하는 혁명은 축제의 해방감, 곧 일상의 전복을 의미한다.

시인들이 일상을 전복하는 방법은 언어를 통해서이다. 그들의 언어는 무의식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일상의 단절을 시도한다. 이 글에서 주목하는 시들은 무의식적 상상력을 통한 일상의 전복, 혁명을 시도하는 시들이다.


2


상성은 산업사회의 특징이다. 거대 산업사회는 필연적으로 도시화를 가져오기에 일상성의 장소는 결국 도시가 된다. 도시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은 일상의 반복일 수밖에 없다.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같은 업무를 반복하며 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일과가
반복되는 지루하고 권태로운 일상 속에 던져진 것이 현대인들이다.

유형진은 이러한 일상의 권태에서 벗어나는 탈주를 현실이 아닌 곳으로 향하는 것으로 시도하고 있다.

  


끄럼 타기 좋아하는 m은 오늘도 늦잠을 잤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엔 양치질도 대충하고 아침밥도 거른 채 냄새나는 지하철에
몸을 실어야 한다 m이 타고 다니는 지하철은 지렁이구멍보다 습하고 우울하다 도시의 어둠은 모두 그 지하철에서 나온다 그렇게
음습하고 침울한 교통수단을 만들어 이용해야 할 정도로 불쌍해진 사람들 틈에 끼여 8절로 접은 조간신문을 들고 있는 m. 양쪽
어깨는 m보다 더 축 늘어진 어깨를 가진 다른 m들이 m이 보고 있는 조간을 함께 본다


… 중략 …



니터에 남국의 아가씨는 여전히 웃고 있다 미끄럼 타기 좋아하는 m은 아가씨와 함께 물 미끄럼을 타고 내려가고 있다 미끄럼의 끝은
어디인가 계속 내려가는 m. 아가씨는 사라지고 m은 계속 미끄럼을 탄다 어릴적 다니던 초등학교 운동장이다 운동장엔 금빛 모래가
깔려 있다 금빛 모래밭을 뒹굴며 놀다 미끄럼 계단을 오르는 m. 무릎이 까져 붉은 핏방울이 방울방울하다 모래가 묻어 반짝거리는
핏방울. 미끄럼 타기 좋아하는 m은 집에 가면 엄마한테 혼난다

― 유형진, 「미끄럼 타기 좋아하는 m」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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