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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에 대하여

Author
janeyoon61
Date
2009-11-11 21:44
Views
10692

 

이미지 대하여                                    

   

                             


1. 이미지

  Image(心
象)란 언어(글)를 통해 구체적이거나 추상적인 관념들을 시적으로 기술하여 어떤 그림이 우리의 뇌리에 그려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마음속에 떠오르는 사물을 감각적․상징적인 영상이나 느낌들을 시로써 형상화시키는 것이 시적 이미지이다.


2. 이미지의 기능

  이
미지는 독자에게 감각적 인상을 불러일으켜 각자 살아오면서 직․간접적으로 체험했던 것들을 되살린다.  추상적인 관념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사물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며, 사물의 인상과 영상을 더욱 산뜻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시의 주제를 암시적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시상의 흐름을 지배하며 강렬한 인상을 주게 된다. 또한 생뚱맞고 창의적인 독창성을 살리면 정서환기의 장치가 되고
동시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드는 아주 긴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독자에게 의미전달을 명확하게 하며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능이 시적 이미지의 가장 큰 장점이다.


  ① 구체성 : 추상적 관념을 구체적 언어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 ‘김연아는 참 이쁘다’는 막연한 개념적 서술보다는 ‘김연아는 얼음 위에 핀 여리지만 강인한 제비꽃이다’라는 표현이 더 구체적이다.


  ② 함축성 : 여러 가지 의미와 느낌을 함축적으로 표현해 준다.

    - ‘새떼처럼 몰려왔다’(정호승, 새)라는 시구에서 새떼는 애도의 물결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고 있음의 의미로 확장시킨다.


  ③ 직접성 : 감각적 경험과 구체적 사물을 나타내는 언어로써 이루어진 이미지는 뚜렷하고 직접적인 인상을 준다.

    - ‘아,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은/ 감나무 때문인가/ 홍시 때문인가/ 울타리 때문인가’(안도현, 이웃집)


3. 이미지의 종류

  크
게 묘사적인 이미지와 감각적인 이미지, 그리고 비유적인 이미지와 상징적인 이미지로 나뉜다. 처음 공부하시는 분은 감각적인
이미지를 적용하는 것이 친근감이 있고 독자에게 다가서는 지름길이다. 왜냐하면 원초적으로 인간은 감성적이기 때문이며, 시적 상황은
대부분 비극(슬픔)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감각적 심상에는 시각적, 청각적, 미각적, 후각적, 근육 감각적, 역동적, 색채적
심상과 이들 심상들이 섞여서 시적 효과를 보여 주는 공감각적 심상이 있다. 이 밖에도 학자에 따라 예시적 이미지와 악마적 이미지
그리고 유추적 이미지 등을 추가하기도 하나, 여기서는 감각적 이미지와 상징적 이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1) 감각적 이미지

   시
각적인 이미지를 주된 이미지로 받아들이기 쉽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오감의 동물이다. 만물의 척도가 아닌가. 잘 아시다시피
오감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다섯 가지 감각이다.  주로 시각, 청각이 중심이 되지만 후각, 미각, 촉각 등이
있고, 심지어는 무게 감각, 운동 감각(대상의 움직임의 지각), 기관 감각(고동, 맥박, 호흡, 소화 따위의 지각), 근육
감각(근육의 긴장의 자각) 등도 이미지로 제시될 수 있다. 더 나가면 역동적 심상, 공감각적 심상까지도 감각적 이미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① 시각적 이미지 : 사물의 모양, 색채, 명암, 움직임 등이 이에 해당된다.


여린 호박잎 몇 장 내려주던 호박넝쿨이 호박덩이 덜렁 들쳐 업고 한 달포 오르던 길을 되내려온다

그 울타리 옆으로

여든은 훌쩍 넘긴성싶은 ㄱ字 할머니를 빈 유모차가 끌어주는데

작년 이맘때쯤 시집간 윗집 순이가 아기를 안고

어머 어머 어머, 할머니 안녕하세요 건강하시지요? 오랜만에 내려왔어요, 그려 그려 그려, 어디 보오자 야가 걔여? 이쁘구먼 누구 닮은 기여

굳게 닫힌 길이 열리던 그때,

울타리에 숨은 구렁이가 개구락지 한 마리를 꾸역꾸역 삼키는 중이고

울 밖으로 얼굴 내민 해바라기는 빤히 내려다보고

말잠자리 두 마리는 흘레붙는지 쥐똥나무에 ŋ字로 붙어있고

씨르씨르 씨르르르륵, 쓰르라미

감나무 가지에서 울음 뚝 그치자마자

소리도 없이

이쪽과 저쪽을 가로지르며 나는 배추흰나비

그 속에

저쪽 골목 끝에서 굴렁쇠를 굴리며 달려오는 소년의 머리칼이 출렁거린 채 멈춰 있다

(졸시, ‘오래된 밑그림’ 전문)


  ② 청각적 이미지 : 소리, 음성, 음향 등이 해당된다.


1번 한우람 정다혜

2번 동사무소 앞 황매화

3번 경비실 옆 철쭉

4번 반 지하 방 창문 얼룩


폭우 그친 이튿날

북한산 밑 쌍문1동 교실 반짝반짝

햇빛 선생님 출석 부른다


덥수룩한 어둑발이 쳐들어온다 마루 끝에 앉은 아버지 신을 벗어 턴다 소가 울지 않는다 옆집 도마질 소리 수돗가 펌프 소리


미지근한 수돗물 낮은 부뚜막 하수 냄새 외가의 쪽마루 고양이, 청승맞게 울던 서울 냄새

멀미 노란 눈 속으로 고요히 골목 연탄 냄새


깊게 깊게 맑은

폭우 그친 다음 날

한우람 정다혜


뜸부기 소쩍새

세상 만물 대답한다

반짝 반짝

담벼락의 벽보도 내 마음의 얼룩도 (이태선, ‘출석부른다’ 전문)


 ③ 후각․미각적 이미지 : 이 두 심상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맛과 냄새가 대체로 혼합되어 감지되기 때문이다. ⇒ 냄새, 향기


떡잎 갓 벗어난 아기열무들 사이로

서릿발 들어선다

퉁퉁 불은 엄마 젖을 맘껏 먹어야 할

그 어린것들에게 몸을 낮춘다

여린 이파리를 들추자

흐느끼느라 말을 잇지 못하는 열무


누가 놓고 갔는지 천국영아원 골목엔

아기 혼자 포대기에 안긴 채 울고

열무씨앗처럼 또박또박 눌러쓴 편지

아이를 잘 키워주세요 제발 부탁합니다

연락처도 없이 사라진 아기엄마는

철도 모르고 열무씨를 묻었던

내 속 같았을까


돌아가는 모퉁이엔 온통 대못만 박혔으리

다시 그 젖은 사랑을 그리워할 저녁

꽁보리밥에 여린 열무를 썩썩 비벼먹으며

고추장 같은 한숨을 떨어뜨릴까


너무 늦게 심은 열무밭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졸시, ‘열무밭에서’ 전문)


  ④ 촉각적 이미지 : 피부 감각적 심상과 전신 감각적 심상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촉각적 심상은 신체의 부분들과 결합되어 근육 감각적 심상을 형성하기도 한다.


예리하지 않고서는 견뎌낼 수 없는 오기였다

가장 약한 것이 가장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밤마다 처마 밑에서 울던 회초리였다

거꾸로 매달려 세상을 볼 수밖에 없던 날카로운 송곳이었다

냉혹하게 자신을 다스릴수록 단단해지던 회한이었다

언제 떨어질까 위태롭다고들 했지만

그런 말들을 겨냥한 소리 없는 절규였다


복수하지 마세요

그 복수의 화살이 조만간 내게로 와 다시 꽂힙니다


절 마당엔 노스님이 가리키던 동백꽃 하나 투욱, 지고

이쯤에서 풀자 내 탓이다 목이 마르다


처마 끝에서 지상까지의 거리를 재는

낙숫물 소리


결국엔 물이었다

한 바가지 들이켜지 않겠는가 (졸시, ‘고드름’ 전문)


  ⑤ 역동적 이미지 : 격렬한 시어와 동작적인 용언을 활용한다.


꽃은 피다

삼천리 강산에 피 아닌 꽃이

어디 있으리

이 땅 위에 꽃 아닌 사람

어디 있으리

설령 이름이 있어도 불러주는 이가 없는 꽃들이

더 많았으리

낙엽도 색색이 꽃길을 만들어 밟을 때마다

내 몸을 헝크는데

지는 잎도 꽃이듯이

피를 흘려보지 않은 사람

어디 있으리

피 아닌 꽃들이

어디 있으리 (졸시, ‘꽃길을 걸으며’ 전문)


  ⑥ 공감각적 이미지 : 한 종류의 감각을 다른 종류의 감각으로 전이시켜 표현하는 것이다. 공감각적 이미지는 감각적 인상을 개성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다.


새들도 흔적을 남긴다

꽃이 피면 꽃길을 내고

꽃이 지면 그 길을 물고 앉는다

길은 길이나 갈 수 없는 길,

지상으로 끌어내린 새들의 길을

징검다리 건너듯

포롱 포롱 따라가다가

밥그릇을 들고 위로만 치닫던 길

바람에게 차인 길을 트고

밤마다 뭇별 무릎에 뉘였던

수많은 내 발자국들, 단청을 입힐 때마다

새 한 마리 날아왔다 날아가고

몇날며칠 뒤쫓다가

내 발자국보다 몇 십 배나 작은 새 발자국을 보고

비로소 되돌아보던 길,

사라진 길들은 저마다 깊은 모퉁이에서 숨을 쉰다

또 다른 새가 나를 밟고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새 발자국 하나 지우고 내 발자국 하나 지우는데

길 하나를 물고 내려오다 다시 하늘로 치닫는 새

한사코 매달리는 나를

희부연 공중에다 사정없이 흩뿌린다 (졸시, ‘새에게 밟히다’ 전문)


 2) 상징적 이미지

  쉽게 이야기해서 독자자 가지고 있는 관념을 연상시키는 기능을 가지는 이미지이다.


예취기刈取機로 풀을 베고 있는 경부고속도로 대전터널 근처 열어놓은 차창 속으로 소나무 한 그루 시속 100km로 달린다 등에 업힌 어린 소나무도 100km로 달린다 외할아버지 산소도 100km로 달린다


의자를 젖히고 눈을 감는데



널에서 십 여리 떨어진 곳에 구덩이 하나 크게 파진다 철사로 꽁꽁 묶인 외할아버지, 영수 할아버지 석분이 할아버지 줄잡아
동네어르신 삼삽여 분 뒤쪽에서, 따당 따다앙 지축이 흔들리고 후다다닥 여기저기서 새들 튀는 소리, 산소들 내려앉는 소리


이유도 모른 채 싹둑싹둑 모가지를 잘리는 풀들, 풀 비린내


왜 저리도 상큼하다냐

왜 저리도 말 한마디 없다냐 (졸시, ‘6월’ 전문)



4. 이미지의 형성 방법

  구체적인 사실을 전개하여 이미지를 형성하는 묘사방법, 비유적 표현에 의한 방법, 상징에 의한 방법 등이 있으나 비유적 표현이 대표적이다.



 ① 묘사에 의한 이미지 형성

  묘사 또는 감각적인 수식어의 구사를 통하여 사물의 영상을 직접 드러나게 하는 심상을 말한다.


눈이 엄청나군

손등에 앉는 눈발을

후 하고 불어본다

웅성대던 숫눈들 속에 반쯤 묻혀있는

다람쥐 한 마리


아직은 따뜻하다

저쪽 팽나무가지 위의 동박새

목소리마저 쉬었다


눈은 그칠 줄 모르고


누가 굶겨 죽였을까

폭설일까 떠난 어미 때문일까

다시 눈 속에 묻은 다음

고요히 두 손을 모아본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외딴 집에서

독거 할머니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그로부터 사나흘 지난 후였다 (졸시, ‘폭설’ 전문)


 ② 비유에 의한 이미지 형성

  직유법, 은유법, 대유법, 의인법 등의 수사적 표현 방법에 의해 형성되는 심상이다. 대유나 의인법의 예를 들어보고자 한다.


누군가가 바위에 패대기치자마자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던 위험표지판도 뽑혔을 것이다

이쯤이다 싶어 내려놓고 평온을 되찾던 깔딱숨도

그것으로 끝장이었을 것이다

사지를 쭉 뻗은 채 바싹 말라 죽은 개구리를 보고

스스로 묻느니

커다란 굴착기펀치 한방을 비켜났고

도끼날 같은 살의도 수없이 피하였으니 그만

방심했단 말이냐

환해라 저 수많은 빛살들

아래쪽 방죽에서 조곤조곤 흐르는 물빛들

친구여 가끔 우리는

아니라고 부정했던 것들로부터 고문당하고 있느니

사건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절대로 얘기하지 말라

소나기 한 차례 지나간 논배미에서

개골개골, 증언이라도 한다는 듯

손에 손손 촛불을 들고 몰려들었다 (졸시, ‘개구리’ 전문)


5. 덧붙이는 말

  결
과적으로 시에 있어서의 이미지는 신선함, 강렬함을 안겨주는 동시에 적당한 긴장감과 환기를 조성시켜주는 등의 입체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참신하며 구체적인 현실에 얹어진 감각적인 시라면 더 좋은 이미지의 시가 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부려왔던 편안한 일상어를 사용하되 정확한 말을 고르며 모호한 말이나 장식적인 말을 배척하고 명확한 이미지 제공과
긴장성을 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이미지 너머의 보이지 않는 것조차도 그려내는데 성공하여야 할 것이다. 더 욕심을
낸다면 시인의 상상력과 직간접체험이 흡수된 시적장치를 도입하여 이미지화하면 더욱 깊은 맛을 우려낸 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이미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독자들에게 생소하면서도 낯선 경험을 경험해보게 해줄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미지가
잘못 전달되면 시적 모호성과 다의성, 해체성, 무의미성(난해성) 등을 수반하기도 한다. 화자를 매개체로 한 의도적
의미(의도성)와 작품 속에 실제로 표현된 실제적 의미, 독자가 해석한 의미 등의 3가지 측면을 지극히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또 여기에 있으므로, 우리 <함시>와 함께하는 시인들은 시적 긴장감을 한시라도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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