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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봄꽃을 낚는 어부

Author
mimi
Date
2011-03-16 23:02
Views
18285















 

      나는 봄꽃을 낚는 어부

 

      도시에서 만나는 봄꽃들

 

                  btn_memo_send.gif 국은정(vin78)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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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뀔 때마다 싱숭생숭 마음이 가는 길에는 방향이 없다. 자꾸 창문 밖을
기웃대는 고개 탓에 가만히 앉아서 진득하게 책을 읽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렇다고 내게 주어진 일을 팽개치고 어딘가 멀리 떠날
용기도 없다. 이럴 때 내 손은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향한다. 가까운 동네 어귀라도 어슬렁거려 보자는 심산이다. 봄이 오고부터
이렇게 불쑥 거리를 나선 것이 벌써 몇 번째인가.

봄은 도시의 구석구석까지 찾아와 있었다. 골목 여기저기 화사한
봄꽃들이 보이고, 겨우내 죽어 있는 것처럼 보이던 동네 공터에선 파릇파릇 시금치와 애기배추들이 자라고 있다. 겨울바람보다 부드럽고
순해진 아기 살결을 닮은 봄바람이 얼굴에 스칠 때마다 뭐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다. 한껏 물이 오른 나뭇가지에서는 엄지손톱만한
새순들이 세상을 향해 삐죽삐죽 도움닫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 봄은 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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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목련의 자태, 조지훈의 '승무'라는 시의 한 구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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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승천할 것만 같은 목련꽃

 




도심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봄꽃은 새하얀 목련이었다. '나무에서 피는 꽃'이라는 이름답게 나뭇가지 끝에 연꽃의 자태를 닮은 모습이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올라 갈 것만 같다. 그런 목련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면 조지훈 님의 시 '승무'의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그러나 분명 여러 해의 봄이 반복되어 알게 된 것은 꽃의 승천이 아니라 꽃의
처절한 낙화였다. 어느 목련 나무 밑에선 벌써 몸을 버린 목련꽃잎들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봄이 아름답지만
서럽게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향수의 원료로 쓰인다는 목련꽃의 향기는 그래서 더 진하게 코끝을 울린다.

비탈진
산동네에 이르니 숨이 턱까지 찬다. 판자촌 고개를 넘어갈 때 샛노란 개나리꽃이 따스한 봄햇살을 부지런히 끌어당기고 있었다.
아직까지 '판자촌'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도시의 빈민가로 알려진 동네에는 유난히 화분이 많이 눈에 띈다. 봄을 조금 더 애타게
기다려본 사람들은 안다. 봄이 사람들 가슴 속에서보다 겨우내 무심코 지나치던 나뭇가지 끝에서 '어느새' 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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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자촌 어느 집 울타리에 핀 진달래, 그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 착각을 불러왔다.

 




어느 집에선 옥상에선 누군가 만들어 놓은 바람개비들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그 바람개비 도는 집 바로 아래에 연분홍 새색시를 떠올리게 만드는 진달래꽃이 울타리 넘어 환하게 피어 있었다.

진달래꽃은 "당신이 기다리던 봄이 왔어요!"하며 그 집 창문을 몰래 두드렸을지도 모른다. 나도 누군가의 창문을 두드릴 수 있는 진달래의 마음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비탈진 산동네를 내려왔다.

며칠 전 봄비가 왔을 때도 카메라 가방 하나 들고 봄을 찾아 나선 적이 있었다. 가까운 공원 한 편에서 노란 산수유꽃이 봄비에 젖어 있었다. 그 처연한 산수유꽃의 모습이 내가 올해 들어 도시에서 만난 봄의 첫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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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봄의 첫얼굴로 기억된 산수유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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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가 가둔 산수유꽃




 


노란 산수유꽃이 시들기 시작하면서 다투어 피어나는 봄꽃들이 여간 기특하지가 않다. 봄이 왔다고 알리는 개나리, 목련, 매화,
진달래의 화사한 몸부림을 카메라에 담을 때마다 나는 도시의 봄꽃을 낚아 올리는 어부가 된 것만 같이 뿌듯하다. 언젠가 세상을
놀라게 할 월척을 낚고 말겠다는 뚝심을 숨겨둔 채 오늘도 난 봄꽃을 낚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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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어귀에 핀 매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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