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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시문학회 추천시
Author
문학
Date
2018-04-11 16:04
Views
1358
<3월의 추천시>
휘파람을 불다
김양숙
아이는 휘파람을 연습하고 있다.
콩나물 국 한 그릇
밥 말아 얼른 해치우고
다시 입을 오물거린다.
“그거 배워 뭐 할래?” 묻는 나를
동그란 눈으로 쳐다본다.
“놔 둬라, 배워 쓸데 있겠지”
맵게 무친 콩나물을 안주 삼아
소주 잔을 드시다
설거지 통 너머로 눈이 마주치자
아버지는 밥 한 술 뜨신다.
어쩌면 시린 겨울 저녁마다
어릴 적 배워둔 휘파람을 불어대며
우리는 살아왔는지 모른다.
식은 콩나물 국밥 가슴에 꽉 막혀도
차마 목구멍 위로는 뱉어내지 못하는,
눈물 한 웅큼 목에 걸린 낮은 골목길에서
내 아이도 휘파람 소리를 기억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쓰린 목구멍 사이로 피처럼 눈물처럼
휘파람을 쏟아내며 노래 하나 피워낼지 모를 일이다.
혹은 골목 끝자락 어디쯤에서
빛나는 지구를 깨닫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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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정이를 줍다
강혜옥
겨울 한 철이 휩쓸고 간 내 뜨락에
여기저기
크고 작은 나뭇가지들이 떨어져 있다
제법 굵게 자라다 삭아 떨어진 것도 있고
잎새 달린 채
바람에 꺾여 마르는 것도 있다
먼 여행길에서 돌아와
내 생의 잔해 같은
삭정이들을 주워 모으다
한 아름 가슴에 안고
나무숲 너머 푸른 하늘을 본다
내가 품은 것 중 삭정이가 아닌 것들도
있는 것일까
오늘은 모여진 가지들을 쌓아놓고
모닥불을 피우자
슬픈 노래 속에 타고 남은 재들을 거름 삼아
새봄에는 나무를 다시 심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