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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시문학회 추천시
Author
mimi
Date
2017-11-30 22:24
Views
1705
재회
이문형
칠흑보다 더 어둡고
깊은 잠
열두 시간의 단절에 건
빗장을 푼다
열린 햇살 사이로
종달새 한 마리가 긋는
빗금의 날개짓이 눈부시다
부신 빛살마다 깃털 세우고
다시 살아 돌아오는
나의 백조
별나라 여권을 쥐었던
담담한 두 손엔
면죄부처럼 쥐어지는
포도알 만한 종양
비로소
나와 내가 만나는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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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
박앤
오로지 기다리는 일뿐
버려진 폐가 한 채
주위의 작은 움직임도 놓치는 일이 없다
휑하니 들고나는 바람이 오늘은 웬일로
마당 가에서 머뭇거린다
툇마루 아래 철쭉이 고개를 내밀다가 놀란 듯 활짝 피고
틀어진 문짝이 문득 뼈대를 곧추 세우는데
온기가 있어 이 집 어딘가에 온기가 있어!
귀퉁이 내려앉은 지붕도
마당에 박힌 돌들도
모두들 수런거리는데
갑자기 안채 쪽에서 들리는 소리
- 야옹, 야옹
안채 아랫목에 막 새끼를 낳은 들고양이 한 마리
털 까칠한 어미와 눈도 채 못 뜬 새끼 세 마리를
비껴가던 아침 햇살이 들여다본다
집안의 모든 것들이
은밀하게 소곤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