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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추천 수필 - 전화 한 통화/송윤정

Author
문학
Date
2017-10-05 07:41
Views
1381


전화 한 통화 / 송윤정



남편과 나는 사십 대의 무료함을 이기지 못해 몇 해 전 작은 사업체를
하나 등록했다
. 부부는 일심동체란 말이 있지만, 미국 세법상 공동세무보고를 하는 부부라도
한 사업체에 등록되어 있으면 파트너가 되어 파트너쉽 소득 보고양식인
1065를 별도로 보고해야 한다.
1065 양식에서 계산된 사업체 소득의 반씩을 지분이 반반으로 등록된 남편과 나의 개인 종합소득세 양식인
1040에 포함해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결국, 부부 공동보고를 하는 우리로선 활동이나 소득도 별로 없는 사업체 하나로 세무보고 일만 늘어난 셈이다.



여름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니 국세청에서 편지가 날아와 있었다. 잘못한 게 없어도 운전할 때 경찰차를 마주칠 때처럼 국세청에서 온 편지는 가슴을 덜컹 내려 앉혔다. 편지를 열어보니 1065 양식을 늦게 보고했으니 불성실과세 벌금을 내라는 고지서였다.
매해 꼬박 꼬빡 소득세 마감 전에 신고를 해왔는데 이게 무슨 소린가 하며 파일을 찾아보니, 개인소득세 신고 마감일은 매해 4 15일이지만,
1065 양식 신고일은 한 달 앞선 3 15일이었다. 지난 두 해 동안 나는 세금납부가 별도로 이루어지지 않고 개인소득세에 합산됨으로
으레 개인소득세 신고일과 같다고 생각해 벌어진 일이었다
. 벌금액수는 각 공동사업자에게 지연된 신고 달수 당
$195씩으로, 남편과 나에게 한 달씩 두 해의 벌금이 부과되어 총
$780에 달했다.



편지에 이의나 선처를 제기하고 싶으면 연락할 수 있는 전화번호가 있었지만, 꼼꼼히 챙기지 못하고 덜렁거리는 내 탓에 벌어진 일이니 선처를 구하는 것도 구차해 보여 그냥 수표를 써서 보냈다. 그리고 몇 주 후에 또다시 국세청에서 편지가 날아왔다. 이번 편지엔 아무런 설명도 없이 $783 (원금 $780과 이자 $3)을 당장
보내지 않으면 자산을 압수하겠다고 했다
. 몇 주 전에 벌금을 얼마를 보냈는지도 까마득히 잊어먹고는,
뭔가 또 내가 모르는 실수를 했나 싶어 잔뜩 겁을 먹었다.



다음 날 아침 국세청에 전화해, 편지의 연유를 물었다. 남부억양이 섞인 남자 직원이 몇몇 질문을 던진 후 관련 자료를 찾았다고
하더니
, 이 벌금액은 내가 벌써 지불했으니 새로 받은 편지는 무시해도 된다고 했다. 그때서야 나는 이 편지가 전에 받은 편지와 같은 불성실 보고에 관한 것이라는 걸 깨닫고는, “, 그게 제가 1065 양식의 마감일도 개인소득세 마감일과
같다고 잘못 알고 벌어진 일입니다
.”하고 그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는
그동안 항상 성실 보고를 해 오셔서 첫 번 과오에 대해 선처를 요구하면 벌금액이 취소되는데,
원하시면 제가 선처 요청을 입력해 납부하신 벌금액을 돌려 드릴 수 있습니다.” 하는
게 아닌가
.



그는 내게 원하십니까?”하고 재차 물었다. “그럼요. 원하다마다요.”
뭔가 또 잘못을 저질렀으면 어쩌나 하고 전화를 했는데, 이게 웬 횡재인가.
이 전화 한 통화는 내게 많은 교훈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첫째, 상대에 대한 배려: 상대에게 득이 되는 일이라도 강제하지 않고 당신이 원하시면….” 하고 물러보는 배려, 둘째,
자료의 중요성: 내가 그동안 성실히 보고를 해왔는지 등이 자료가 되어 선처를 베풀
수 있는지와 같은 의사결정에 쓰일 수 있다는 것
, 셋째, 첫 번 과오에
대해 너그러운 사회
: 첫 실패나 과오에 관용
寬容을 베풀 때 서로에게 너그러운 살기 좋은 세상이 된다는 것, 넷째, 소통의 중요성: 국세청에 전화해 소통하지 않았다면
어쩔 뻔했는가
.



연인과의 통화도 아닌, 미국 국세청과 전화 한 통화로 이렇게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할 줄 누가 짐작했을까.



2017.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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