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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추천 수필 - 동백꽃과 지심도(只心島)/이경주
한밀 이경주
지심도는 행정구역상 경상남도
거제군 일운면 옥림리에 소재한다. 거제도의 지세포(知世浦)에서 약6.5키로 떨어져 있으며 339m2도 채 못 되는 아주 작은 돌섬이다.
옛날에는 일본군 해군의 요새로 일반인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으며 또 교통수단도 없는, 절연된 섬이며 8.15해방 후에도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방부에 속해 있다가 올해
8월에 경상남도로 이관 되었다. 내가 처음 이 섬을 찾았을 때 15가구에 주민90여명이 거주하며 문명의 혜택을 보지 못한 낙후된 섬이었다. 이 섬을 지삼도(只森島)또는 동백섬이라고도 한다.
나는 아직도 지심도 동백꽃에
특별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 지심도에는 수령이 100년 넘은 알음들이 동백나무가 섬 전체를 덮고 있다. 곱게 핀 빨간 동백꽃과 섬을 두른 푸른 바다색과 섬으로 밀려오는 하얀 파도의 삼색이 아우르는 삼합색(三合色)의 운치 또한 흔히 불 수 없는 아름다운 경관이다. 그뿐 아니다. 곱게 핀 동백꽃 사이로 부서지는 하얀 햇살에 봄을 부르는 꾀꼬리의 맑은 울음소리,
어떻게 형용할 수 없는 신비의 조화, 신의 창조를 직접 보는 것 같은 황홀함에 빠지고
만다.
지심도 동백꽃은 섬이 해풍에
얼어붙어 재색으로 죽어 갈 즘에 하얀 눈을 헤집고 생기를 들어내며 산 전체를 빨간 정열로 물을 들인다.
동백꽃은 애절한 꽃이라
하겠다. 긴 겨울 칼바람을
꿋꿋이 견뎌냈음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찾아온 화창한 봄을 다 누리지 못하고 몸채로 툭툭 모질고 슬프게 떨군다.
떨어지는 낙화를 보며 낙화암을 뛰어내린 삼천궁녀와, 촉석루 푸른 강물에 왜장을 안고
뛰어 든 의기 논개처럼, 지 한 몸을 의롭게 던짐을 주저하지 않는 충절을 생각게 하여, 봄을 피워낸 의무를 다하고는 미련 없이 자신을 버리는 동백꽃을 의화(義花)라고 하겠다.
누구나 마음대로 가 볼
수 없는 동백섬 지심도를 나는 여러 번 가 볼 수 있는 행운이 있었다. 그것은 내가 일운중학교에 재직할 당시, 일운초등학교
교사로 있던 나와 동향 친구 이송연 선생의 덕분이었다. 다른 교사들이 가기를 꺼려하는, 유배지 같은 지심도분교로 자원해 감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말이 분교이지 분교생 남녀
7명이 전부이고 1학년에서 6학년까지 한 방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으며 옛 일본해군이 쓰던 낡은 관사 한 채를 교사로 쓰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작고 열약한
환경의 섬 분교였다. 내 친구는 지심도에서 신혼을 로맨틱하게 보냈다. 성실한 친구는 갖 결혼한 아내를 무급 보조교사로 교무를 분담하고, 섬사람들을 계몽하며 이발사,
약사, 행전관 등, 교사본연의 일 외의 일에도
진실하게 헌신 봉사함으로 섬사람들의 절대 신뢰를 받게 되었으며, 뒤진 섬 생활문화를 현대화 하는 선구자적
역할에도 정성을 쏟았다. 그는 섬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섬의 토주가 되다 시피 했다. 그가 나를 섬으로 초청하는 일은 여러 가지로 번거로웠다. 당시는 일반전화도 귀할 때라,
서로 소재지 우편국의 호출전화로 겨우겨우 약속 날자가 정하여지면 나는 며칠 전 섬에서 볼일 보려 나왔던 사람들 따라 약
1시간 반 정도 팥죽 땀을 등줄기에 흘리며 산을 타고 지심도와 가장 가까운 옥림리 미조라 산꼭대기에서 검불을 긁어모아
봉화 같이 연기를 피워 올리면 건너편 지심도 선착장에서 답신으로 연기를 피워 올린다. 그러면 우리는 몸을
살이며 슬금슬금 길이 아닌 길을 내려가서 해변 자갈밭에서 작은 전마선에 몸을 싣고 또 20분 넘게 사나운
파도와 역겨운 배 멀리로 승강이를 해야 동백섬에 닫는다. 꼭 옛날 의병들의 군호하듯이 때늦은 방법이었으나
지금 생각하니 멋진 낭만의 시기라고도 하겠다. 내가 지심도에 들어 갈 때면 언제나 귀빈대우를 받는다.
그것은 친구 이송연 선생에 대한 섬사람들의 지극한 존경심 때문이다. 누에가 뽕잎을
갈아 먹듯이 땅거미가 떨어진 동백꽃을 잠식 할 때면, 여자들은 찐 강냉이, 고구마, 소라, 전복, 홍합 등, 섬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들로 만든 섬 특식을 만들어 오고, 곧 이어 섬유지 분들이 모여오면 섬의 내력이 시작되며 내 친구에 대한 칭찬에도 침이 마르지 않는다. 친구 이송연 선생은 이것만으로도 인생을 성공했다고 하겠다. 동백꽃하면 동백섬 지심도가 생각나지만
거기에 친구 이송연 선생도 함께 생각나게 하는 곳이다. 또 가보고 싶은 지심도의 동백꽃, 시나브로 지금부터 60 여 년 전의 동백꽃과의 인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