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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추천 수필 - 나의 과일나무/송윤정

Author
문학
Date
2017-10-04 20:57
Views
1392


나의 과일나무 / 송윤정



뒷마당에서 복숭아나무, 사과나무, 나무에 열매가 달린 것을 보았다. 이 나무들은 6년 전 봄, 이 집에 이사 온 후 가을에 심었으니 5
만에 처음 열매를 맺은 것이다
. 당시 나무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던 나는 과일나무를 심고 싶은 마음에
광고를 보고 온라인으로 덜컥 주문을 했다
. 몇 주가 지나 배달된 것은 꼬챙이 같은 나무토막들이었다.
나무라면 뿌리가 있고 뿌리는 흙으로 싸여 있어야 할 터인데, 좁다란 상자 안에 뿌리도
없는 꼬챙이들이 신문지에 싸여 왔다
. 나무의 유통과정을 쉽게 하기 위해 자기들이 개발한 신기술로 이런 형태로
나무를 보내니 땅에 심으면 과일수가 된다는 쪽지와 함께
.



남편은 내게 사기당했다고 내다 버리라고 했지만, 나는 뒷마당 한쪽 구석, 햇빛 잘 드는 곳에 거름까지 주며 심었다. 이듬해 봄 그 꼬챙이들에서 파릇파릇한 새잎이 돋아났고,
신기하게도 해마다 키가 부쩍부쩍 컸다. 세 해전부턴 봄이면 꽃도 예쁘게 피었다.
꽃이 처음 핀 해에 꽃이 피니 열매도 열리려나?’ 하고 기대했지만, 열매는 기색도 없었다. 그 이듬해도
꽃만 피고 진 후 열매는 없자
, 남편은 나무도 암수가 있는데 한 그루씩만 심어서 그렇다고 하고 방문하신 부모님들은
나무에 거름을 안 줘서 그렇다고 했다
. 나는 거름을 주는 일은 할 수 있지만, 나무에 정말 암수가 있으면 지금 심어진 나무들의 암수를 어떻게 파악해서 짝을 맞출 수 있을지 난감했다.



이런 나무들에게서 마침내 열매가 달린 것을 보니 감개무량感慨無量하다는 말과 함께, 새벽 배에서 룻기 1묵상하면스친 생각이 떠올랐다. 남편과 아들 잃은 여인 나오미 Naomi, 이 여인이 평탄한 인생을 누렸다면 성경에서 짧지만 중요한 한 대목지할 있었을까? 나오미의 이야기는 인으로 등단하게 기를 떠올리게도 . 아프리카의 한 자그마한 나라, 리소토 Lesotho장을 36시간이 넘게 걸려, 그것도 가방까지 잃어버린 생이 2014년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
수감사절에 즈음하여'라는 소재었고 그 글이 워싱턴문인회 공모전에 당선되면서였으니까.



2014년 말에 워싱턴문인회 수필 부문 신인상을 받고 2015년부터 매월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글을 썼다
. 그 이듬해부터는 문인회의 재정까지 맡아, 직장일, 가사, 엄마로서의 직분 등등으로 지칠 땐 내가 무엇하러 이렇게 글을 쓴다고 애를 쓰나?’ 싶을 때도 있었다. 그렇게 버둥거리며 버티어 온 지 어느덧 삼 년 차다. 2017 6월에 올 출간될 책에 실을 작품들도 모두 보냈으니, 문인회 연간 출판을 위해 글을 다듬는 작업도
세 번을 마쳤다
. 이런 출판을 통해, 작년에 출판된 책을 다 읽은 후
새 책이 언제 나오느냐?”고 물으시는 내 아버지를 팬으로 얻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평범치 않은 내
과실수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 해가 내가 문인회 모임을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 비록 눈에 보이는 열매들을
맺지 못한 순간들에도 그 과실수들은 햇살과 빗물을 받으며 성장을 멈추지 않았으리라
. 그러하기에 꽃을 피우기
시작한 지 삼 년 만에 맺힌 그 열매들이 더더욱 감사하다
. 그 열매들은 아직 탐스러울 만큼 크고 알차 보이진
않는다
. 비록 지금은 보잘것 없어 보여도 매달린 그 열매들은 날마다 색을 더하고 더욱 풍성하여 지리라는 것을
믿는다
. 때때로 하잘것없어 보이는 내 글쓰기도 부단히 노력하면 풍성한 열매로 자라게 될 것이라고 속삭여주듯
나의 나무들의 초록 잎이 햇살에 반짝인다
.     



2017.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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