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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추천 수필- 아들을 위한 기도/우주영
아들을 위한
기도
우주영
"아들! 저지 (jersey) 챙겼어? 물병은? 빨리 장비 점검하고 차고로 내려와라. 엄마가
차 시동 걸고 있을게." 아들이 아이스하키 경기가 있는 일요일 아침이면 7시부터 우리 집은 이렇듯 분주하다. 토스터에서 이미 구워 딱딱해진 베이글을 입에 물고 아들은
허둥지둥 자기 몸체만 한 하키가방을 메고 계단을 내려오기 바쁘다. 하키맘으로서 어느덧 8년의 세월이 흘렀다. 우리 가족에게 주말은 빙상경기장 안의 선수들 땀 냄새가 범벅된 쾌쾌한
공기 속에서 보내는 것이 다반사다. 이제 그만둬야지 하면서도 끊지 못하는 마약과 같은 아이스 위의 스피드마력에서
아들을 도무지 빼내 올 수가 없었다. 비록 하키맘이 힘들지만, 이곳
미국에서는 공부와 함께 운동도 열심히 해야 친구들을 폭넓게 사귈 수 있다. 특히 남자아이들에게는 청소년기에
나쁜 곳에 빠지지 않고 건전한 운동에 몰두하게 하려는 부모들의 전략으로 운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운동은 이민자인 아들이 이곳 현지 아이들과 빠르게 친구가 될 수 있는 좋은 방법의 하나며 또한, 남자들은
운동을 통하여 사회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덩치가 큰
백인 아이들에 비해 몸짓이 작은 아들은 다른 인종이라는 이유로 상대 팀에게 보디체크(body check)를
많이 당한다. 경기 중에 서로 몸싸움이 붙을 때면 상대 팀에서 아시안을 비하하는 말까지 나올 때가 많아 관중석에서
바라보는 엄마로서 3판 경기 내내 마음을 한시도 놓을 수가 없다. 아들은
몸집은 작지만, 다행히 날쌔서 빠른 스피드로 골로 이어지는 때가 많다. 아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득점은 커녕 실수가 많은 날이면 미안한 마음에 같은 팀 부모들과 인사도 못 하고 죄지은 사람처럼 먼저 경기장을
나와 버리고 만다.
토너먼트 때나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면 나는 경기장 안에서 조용히 그러나 간절히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린다. 이민자로서 이곳에
이방인인 우리 아들이 팀을 위해 열심히 최선을 다하게 힘을 주시고 골 넣는 기회가 오면 실수 없이 득점하게 해주셔서 코치와 팀에게 기쁨을 주는
선수가 되게 해달라고...... 그래서 한국인을 얕잡아 보지 않게 이방인의 얼굴 좀 살려달라고 가슴을 졸이며
하나님에게 어린아이같이 매달린다. 나의 이민 1세대는 이럭저럭 끝날지라도
1.5세대와 2세대 우리 아이들은 이곳에서 잘 버티어 협력하여 이곳 아이들과 잘
살아나가야 한다. 득점기회가 있어도 내 욕심을 채우지 말고 내가 스타가 되려 하지 말고 동료 선수에게 먼저
기회를 줘서 그 동료가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사람도 되어야 한다고 아들에게 누누이 말하곤 한다. 지금 고등학교 12학년인 아들이 마지막까지 아이스하키팀에서 최선을 다해 한국인의 좋은 이미지를
빙상에서 아름답게 장식해 주길 이곳 미국땅에서 한국인인 엄마로서 오늘도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