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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추천 수필- 봄의소리/유설자
봄의 소리
유설자
살을 에듯 불어대던 칼바람도 어느 덧 자취를 감추고 이젠 제법 부드럽고 따스한 바람이
분다.
봄이 오고 있음이다. 계절이 돌아 오듯 세상의 만물은 그 어느 것 하나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없다. 이렇게 세월이
가고 인생도 가고 산천도 변해간다.
포근한 햇볕을 따라 남편과 함께 오랜만에 산책길에 나섰다. 촉촉이 젖은 흙에서 노랗게 피어난 민들레꽃이 방긋방긋 웃고, 곳곳에는 이름모를 식물들이 저마다
파릇한 새순들로 뾰족히 땅을가르며 봄을 맞이 한다. 가끔씩 불어오는 미풍에 새순들이 흔들리는데 마치 싱싱함을 자랑하는듯 하다. 칙칙하고 암갈색이던
나무가지에도 껍질을 뚫고 끝마다 망울을 달고 있고, 새 잎을 틔운 가지들의 연록색의 아련한 모습은 참으로 경이롭다.
시들한 내 마음에까지 들어와서 반짝여 주는 햇살 아래서 남편과 함께 발맞춰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이렇게 맘 속의 얘기를 펼치는 남편과의 긴 대화가
푸근함을 준다. 운동을 겸한 산책길에서
그 푸근함과 함께 평정함을 가질려 노력한다.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가능한 한 웃으며 평정할 수 있는
정신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을 부지런히 갈고 닦아 늘 보름달 아래 연못같이 평정한 마음을 유지한다면 살아가면서 겪어야 할 역경이나 시련을 이겨내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 화내고, 울고, 웃어도
인생의 시계는 흘러간다. 흘러가고 지나가는
게 인생이라면 좀 더 웃고 사는 게 낫지 않을까. 나도 나약한 인간이니 사사로운 일에 마음이 요동 칠 때가
많다. 허지만 그럴 때마다 죽음과 직면한 이의 시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다스리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삶의 기쁨을 느낀다. 물론 수반하는 고통도 있다. 실제로 무언가를 만들어보면 실감할테지만 그것이 크든 작든 자신의 창작물을 만드는 행위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나도 어설프게나마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다양한 글감(소재)과 화젯거리를 뽑아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매번 통감한다. 하지만 힘이 들더라도 자신이 살아온
흔적을 남기는 일은 스스로 자신을 격려하고 토닥여 주는 일이라 생각하며 호젓한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의 활자를 두들기고 지우고 또 쓰곤한다.
기쁘고 즐거운 일이다.
‘생각하는 일’
은 삶에 깊이를 더해주는 일이다 . 사람들은 자신이 죽는다는 만고의 진리를 잊고
산다. 삶의 마지막 순간, 그 땐 그랬으면 좋았을 껄…하며 후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건강할 때 내일 죽을 것처럼 열심히
살아가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부쩍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있다면 아마도 스트레스일 것이다.
스트레스는 일종의 걱정이 만들어낸 부산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살아간다. ‘걱정도 팔자다’ 란 속담이 있듯이 우리는 날마다 걱정이란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근심이란 멍에를 지고 살아간다. 쓸데없는 걱정으로 기쁨도, 웃음도, 마음의 평화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봄볕이 화사한 날 남편과의 산책에서 얻는 이런 생각들이 소중하고, 이 소중함을 누릴수 있어 감사하다. 따사로운 햇볕아래 구별할 수 없는 무수한 소리가 들린다. 폭죽을 터뜨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웅웅거리는 소리같기도 하다. 뒤돌아
보니 주위는 고요하다. 봄이 오는
소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