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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학회 3월의 추천시

Author
mimi
Date
2017-04-04 03:10
Views
1360
<3월의 추천시>


귀가 어두워지다


박앤


청력이 약해지면
사람들은 귀가 어두워졌다고 한다
은연중에 내비치는 말일까
전구를 갈아 끼워 어둠을 밝히듯
귀도 밝힐 수 있다는 것인지

소리 서서히 멀어지고
문득 절벽 같은 어둠이 앞을 막아선 세상
잡다한 소음들이 사라진
공기 없는 우주의 한 별
그 별에 내쳐진 아득함을 아시는가

'테스팅, 테스팅 아_ 아_ 들립니까, 들립니까......'

아침마다 어두운 귓속에 보청기를 밀어 넣고
호소하듯 혼잣말로 소리를 조절하는
저 간절한 기도

귓속의 혼을 깨우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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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장수진



함성이 얼음가시 되어
서로를 찔렀다

물개가 유영하듯
링크 위를 돌고도는 아이들
바람을 가르고
날카로운 쇳소리에 몸을 부딪고
빙판 위로 뿌려지는 진홍 선혈
세계를 제패했던 코치의 황금빛 영광도
이 한 판의 승리만이 그 명예를 지켜줄 뿐
거기에,
출발에 선 어린 딸아이가
희번덕이는 칼날을 발에 채우고
쿵쿵대는 심장을 얼음장 위에 꽂고
서 있었다
죽여야 사는 곳은 전장
패배자들에게 줄 위로란
한 여름 뙤약볕에녹아나는 솜사탕이지

그래도 미련이 남아 있다면
가시 돋친 얼음판을 안아야겠다
타인의 손톱 밑까지 파고들어도
얽히고 설킨 가시의 끝에 깊숙이 닿아도
아프지 않게 그렇게, 있어야 한다
그렇게 공기가 되어서라도 꽉 안아야 한다

차가운 링크 위로 따뜻한 숨을 내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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