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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시문학회 추천시
Author
문학
Date
2017-03-04 08:55
Views
1404
떡갈나무 곁을 지나다
김행자
가을 끝자락 상강霜降지나
오랜만에 산에 들어
벼랑길 떡갈나무 곁을 지나다
한 생生이 지는 소리 홀연히 들었습니다
간밤에 강물이 훑어간 파탑스코 계곡은
헐거워진 숲에서 어미 손을 놓친 가랑잎들이
허공에서 헛발 딛다 어미뿌리 쪽으로
머리 두른 채
서로 엉켜 지층을 덮고 있었습니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떡갈나무 우듬지에
매달려
파르르 떨던 마지막 잎새 하나가
너울너울 날아갈 때마다
나비 날개 깃 터는 소리 들려왔지요
그것이 이승에서의 마지막 춤사위인 줄
알아챘는지
자꾸만 자꾸만 뒤돌아보며 갑니다
숲속에서 잉잉대며 웅성거리던 고 어린
것들
지금쯤 어디서 추위를 피해 그 작은
몸들 숨겼을까
제 몸 물기 다 뽑아 흰 뿌리로 보내고
거북이 등짝처럼 거칠어진 두 손 모아
가벼워진 푸른 등뼈 곧추세우고
지그시 눈감고, 그가
견고한 고요에 드셨습니다
첫사랑
박경주
밤새 꿈길에선 동백꽃이 뚝뚝 떨어지고
눈빛과 숨결로만 기억되는 시절
눈물 강 같은 은하수를
함께 헤아리던
그대가
흩어진다
바람으로 꽃잎으로 눈부심으로
아득한 서성임으로 가라앉는다
오래도록 묶어두었던 그리움들이
내게서 흘러만 가는데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그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