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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추천 수필- 밝고 넓은 시공에서의 자유/유설자
밝고 넓은 시공에서의 자유
유 설 자
오래전 부터 부모님의 산소 이장에 대하여 많은 의견이 오가던 중 부모님의
산소 관리에 정성을 드리던 오빠가 불행하게도 세상을 떠난지 5년이 지났다.
고국을 떠나 사는 우리형제들은 앞으로 부모님의 산소를 관리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고 또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가 큰 과제로 오빠가 이루지 못한
부모님의 산소이장을 두고 늘 의견이 오가곤 했다.
2년 전(2014년) 10월달은 182년만에 돌아온 윤달이라 예로부터 윤달에는
악귀가 없는 달이라해서 이사, 결혼, 화장을 해도 무방한 달이라 했다. 모두가
신앙을 가졌으면서도 좋은게 좋은것이다란 생각으로 극구 반대하던 형제들과
찬성이 오가던 형제들이 모처럼 마음을 합하여 부모님 묘소 이장을 위하여
서울을 향해 서둘러 비행기를 탔다.
형제자매가 십수년만에 서울에서 다함께 만남이 얼마만인가. 앞으론 다함께
서울에서 만남이란 쉽지 않은 귀한 만남이다. 어머님이 돌아가신지 만 40년,
아버님은 26년만에 합장한 부모님의 묘를 파기하고 산골하기로 마음을
정했지만 막상 멀쩡한 묘를 파기하고 화장을 하고 산골하겠다는 경솔함(?)의
고뇌와 망서림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누가 산소를 영구히 모시지
못할바에야 형제들 생전에 실행 하는것이 옳다는 생각이 우선이라고 마음을
달랬다.
부모님 묘소에 모여선 큰 올케와 네 딸과 막내아들이 산소를 파기하기 전
부모님께 드린 눈물의 기도. 40년 전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던 난,
거무스름한 관뚜껑이 보이자 눈물이 앞을 가린다. 40년, 27년 만에 부모님의
유골을 보는 순간 흘러간 세월속에 어쩌면 이렇게도 덧없이 사그라질수
있을까 만감이 교차한다. 남동생은 준비해온 아버지가 평소에 좋아하는
약주를 유골함 주위에 뿌리며 마음속으로 얼마나 울었을까.
아버지의 바람기로 마음 고생하신 어머니, 가난한 살림 살이에도
자식들에게 온갖 사랑과 정성을 쏟아 부우셨던 어머니! 그런데 어머닌
우리들이 살고 있는 미국땅을 한번도 밟아보지 못하시고 효도한번 제대로
해드리지 못한 안타까움,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 드리지 못한 후회만이
남는다. 부모님은 한줌의 재로 변해 공원묘지 풍광 좋은 곳에 뿌려졌다.
그 누구보다도 애틋한 정이 많으셨던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는 오랜
세월동안 어두운 암흑의 영면에서 이제는 밝고 넓은 시공 속 풍광 좋은
곳에서 자유하며 편히 쉴것이다. 한편 부모님의 묘소를 영구히 보전치 못한
죄책감이 따르고 고국에 가서도 찾아갈 묘소가 없다고 생각하면 가슴에
진한 슬픔이 있다.
그러나 부모님은 틀림없이 바람결을 따라 우리곁에도 와 계실것이며 우리의
삶이 다 하는 날까지 맑은 영혼과 건강한 몸으로 잘 살수있게 지켜주시고
도와 주실것을 믿는다. 부모님은 세상은 평범하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이며 우리들의 인생마감도 깊이 생각하며 살아가기를 바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