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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시문학회 추천시- 백일홍/손지아

Author
mimi
Date
2016-12-03 14:13
Views
1293


        백일홍

손지아



 

 


칠이 벗겨진 공중전화부스 안

왼쪽은 닳고, 오른쪽은 구겨져 접힌 구두 한 켤레가

bubugao*라는 글자가 세로로 띠를 두르며 새겨진

녹색 여행용 가방 위에 가지런히 올려져 있다

 

속을 보이고도 입을 다무는

구두와 여행 가방

 

자신의 그림자를 담아 놓고 떠난 사람을

공중전화 신호음이 애타게 부르고 있다

 

“절대 수화기를 들지 마,

당신은 새 구두를 신었으니 이 땅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거야.”

망가진 반쪽을 흔들며 걸어가는 남자에게 녹음이 속삭인다

 

신호음은 멈추고,

공중전화부스는 자신의 길어진 그림자를 담기 위해

구두와 여행 가방을 밀어내고 있다

 

언젠가 공항에서

bubugao bubugao 알 수 없는 발음을 흘리며

여행 가방에 이름표를 묶어 주던 한 사람

밀려나고 있다

 

 

 

 

*bubugao: 중국산 여행 가방의 상표이름, 백일홍, 사다리라는 뜻을 가진 步步高[bùbùgāo]의 중국식 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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