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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추천 수필- 울새둥지/문영애

Author
문학
Date
2016-07-28 19:36
Views
1656


                                                                              울새 둥지



                                                                                                                                
                            
문영애



 



 지난 달만해도 초목을 시작으로 세상이 온통 여린 연둣빛이더니
어느덧 푸른 이파리에서 청춘의 활력이 그대로 전해진다
. 봄은 화사한 꽃과 함께 오기도 하지만 매일 푸르러지는 수목의 색과 새들의 노랫소리와
함께 온다
.



 집 뒤 텃밭을 다녀온 남편의 푸념과 함께 우리 집에도 봄이
왔다
.



 아무리 새대가리라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곳에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냐고.



, 긴 호미, 땅을 뒤집는 농기구, 낙엽 긁는 갈퀴 등을 집 뒷벽에
거꾸로 세워 두었는데 그 위에 울새가 집을 지었다는 얘기였다
. 한 동안 남편은 그의 농사연장을 쓸 수 없게 되었다.



궁금해서 살살 까치발을 하고 뒤뜰로
나가보았다
. 어미 새는 알을 품고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휙 달아나버렸다. 둥지를 올려다보니 세 개의 파란 알이 놓여있다. 정말 연장들의 뾰죽 뾰죽한 끝에
위태롭게 둥지가 걸려있다
.



 새라고 생각이 없었겠는가? 햇빛, 바람,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 차양이
달려있고
, 벌레를 쉽게 찾을 수 있는 텃밭 옆이니 제격이 아닌가. 또 작은 연못이 현관 앞에 있으니 물도 멀지않고, 나름대로 최상의 자리였다. 그렇지만 둥지를 높이가 제 각각인
위험한 연장 위에 짓다니
. 둥지는 약간 앞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불안했다. 제발 별일 없이 안전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



 이곳 미동부에 흔한 아메리칸 울새(American Robin)는 워싱턴 지역의 봄 전령사이다. 붉은 색이 도는 오렌지 빛깔의 가슴과 노란 부리에 잿빛 날개를 가진 새이다. 새는 보통 계절을 따라 매해 똑같은
경로로 이동하지만
, 울새는 기후보다는 먹이를 따라 이동한다. 초가을이면 열매나 과일이 풍성한 곳으로 떠났다가, 눈이 녹아 땅속에 있던 지렁이들이
고개를 내미는 초봄에 이곳으로 돌아온다
. 수놈이 먼저 와서 장소를 물색해 영역을 정하고 짝을 찾기 위해 부르는 노래이니 그들의 가장 매력적인
목소리 일게다
. 그 소리가 우리에겐 봄의 소리이다. 그들은 4월이 가장 바쁘다. 알을 깔 둥지를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우리 집 앞에는 남편이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지구본처럼 멋지게
손질된 장미나무가 있다
. 작년 봄에는 새가 장미나무 안에 둥지를 만들어 예쁜 알을 네 개나 낳았다. 얼마나 안성맞춤의 자리인가. 두주 후에 아직 눈도 못 뜬 네
마리의 새끼들이 태어났다
. 자기 몸보다 더 크게 입을 벌리고 침입자인 내가 부모인 줄 알고 밥 달라고 요동치는 모습이, 마치 네 개의 노란 튤립이 활짝
피어나 바구니에 담겨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
삼사일 동안 어미 애비는 해가 떠서 질 때가지 벌레를 잡아와 먹였다. 둥지에 하루 종일 100번 이상 들락날락 해야만 하는 즐겁지만
고된 노동
. 그 덕분에 남편의 장미는 시들시들 몸살을 앓았다.



 애기울새는 점차 어미가 갖다 주는 벌레도 통째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 태어난 지 두주쯤 되었을까? 둥지에서 땅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날갯짓을 시작하고 나르는 연습이 시작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푸드득 푸드득 날개에
힘이 붙어 둥지를 떠났다
. 나중에 알았지만 둥지는 떠났어도 나뭇가지에서 며칠 동안 부모 새로 부터 보호를 받다가 완전히
독립한다고 한다
. 어미 새는 또 새로운 둥지를 만들고, 알을 품고, 새끼 키우기를 한 계절에 두세 번 반복한다.



 우리도 미국 이주 43년 동안 밀워키 위스콘신(Milwakee, Wisconsin)을 시작으로 많은 둥지를 만들고 옮겨 다녔다. 가장 오래 살았던 곳은 13년 동안 살며 세 아이들을 다 키워
내보내고 우리 내외만 남았던 멕클린 버지니아
(McLean,
Virginia)
의 여덟 번째 집이었다. 어른이 된 아이들이 우리를 방문하면 함께 찾아가 추억을 떠올려보는 그리움의 둥지. 울새가 새끼들을 혼자 날을 수 있도록
키워 날려 보냈듯이 우리도 아이들을 키워 독립 시켰던 곳이다
.



 아이들이 나무라면 연한 잎사귀는 많이 푸르렀으나 녹색으로 완전히
변하지 않았고 아직 더 자라야만 하는 나무들이었다
. 나는 세 아이를 걸스카웃, 보이스카웃, 축구, 레스링, 테니스 게임, 바이올린, 피아노, 발레, 아트레슨을 시키느라 울새처럼 하루 종일 수도 없이 집을 들락거렸다. 남편은 남편대로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게 행복해서 열심히 일을 했다
.



 몸통은 어른 비슷하게 커졌으나 스스로도 헷갈리는 나이 16. 그들은 조금씩 나르는 연습을 해야
했다
. 자유를 갖기 위한 통과의례가 운전이다.
우리가 시키는 운전 연습에 감질난 아이들은 우리 차를 밤에 슬쩍 타고나가 박아오기도하고, 전봇대를 들이받아 완전히 너덜너덜해져서
폐차시키기도 했다
. 한 놈은 길옆 개천으로 빠트려서 견인차를 불러 끄집어 내기도했다.



 그들의 수많은 날갯짓이 시작되었다. 세상이 뭐 별것이냐고 더 멀리 떠나겠다며
큰소리를 쳤다
. 하루빨리 부모에게 묶인 끈을 풀고 싶어 안달이 난 나이였다. 푸드득 푸드득, 하나 둘 우리의 둥지를 떠났다. 18살이었다. 울새가 나뭇가지에서 연습을 하듯 아이들도 대학에서 혼자 살며 직접 세상을 접하고 친구와 함께
좀 더 높이 나르는 연습을 하며 차차 우리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였다
. 이젠 각자 자신의 둥지를 만들어 살고 있다.



 



 작년에 할 일을 끝낸 장미나무 안의 빈 둥지는 둥그러니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다
. 우리의 열한 번째 둥지도 둘이만 덩그러니 남았다. 아이들은 미국인으로 키워놓고 아직도
한국 엄마 아빠인 우리는 멀리 날아간 자식들을 가끔 기웃거리고 있다
.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새대가리라고 흉본 울새에게 물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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