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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유명숙

Author
문학
Date
2015-08-01 08:40
Views
2270

캠핑


                                                                                       


 


커다란 플라스틱 상자에 물건을 마구 던져 넣는다. 칫솔, 비누, 샴푸, 모기약, 손전등, 긴 소매 옷 등등. 며칠 후 있을 캠핑을 위한 준비물이다. 초기에는 종이에 빼곡히 적어 몇 번을 읽고 점검해도,
가서는 정작 꼭 필요한 한두 가지가 빠져 당황하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리스트가 없어도
이렇게 며칠 동안 오가며 생각나는 것들을 상자에 던져놨다가 훅 떠나도
, 빠진 것 하나 없는 완벽한 짐 싸기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 10년 동안 쌓은 내공이다.




    친하게 지내는
선배 언니 부부가 캠핑을 가자고 처음 제안했을 때
, 게으르고 편한 것 좋아하는 나와 깔끔하고 간단한 걸 좋아하는
남편은 시큰둥했었다
. 게다가 우린 둘 다 보이스카웃, 걸스카웃 여름방학
행사였던 ‘야영’에서 경험한 여러 가지 고달픔과 힘겨움으로
캠핑은 고생하러 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3살 난 아들과 5살 난 딸을 데려가자니 준비물부터가 엄두가 나지 않아 거절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텐트도
여분이 있으니 가져가 미리 쳐놓고
, 침낭도 빌려주고, 음식도 모두 준비할
테니 개인용품만 가지고 간단하게 오라는 선배 언니 남편 분의 친절한 배려와
, 같이 가면
너무 재미있겠다며 한껏 부풀어 있는 선배 언니를 실망시킬 수 없어 마지 못해 가겠노라 해버리고 말았다
. 떠나면서도
우리는
2 3일 일정을, 아이들
핑계 대고 하룻밤만 자고 오자고 작당을 했다
.



     딥 크릭 , 산도 깊고 계곡도 깊었던 그곳에서의 첫 캠프. 90도를 넘나드는 폭염의 밖과는
달리 숲 속은 온통 짙은 초록 그늘이었다
. 촉촉함이 묻어있는 흙 냄새와 싱그러운 풀 내음, 수많은 새의 지저귐과 졸졸거리며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 미리 도착한 일행들은 벌써 불을 지피고
오손도손 불가에 앉아있었다
.  삼겹살을
굽겠다고 어디선가 납작한 돌을 찾아 와 불 위에 올려놓고
, 돌판에 구운 고기의 맛이 얼마나 좋은지 보여주겠다며
베테랑 캠핑 선배
, 고 선생님이 열심히 돌을 닦고 있었다. 여자들은
야외에서는 남자들이 요리 하는 거라며 팔짱을 끼고 앉아 호호거렸고
, 남자들은 고기며 채소며 쌈장 등을 나르면서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  고만고만한
아이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다가 나뭇가지 하나씩을 주워 와서는 땅도 파고 불도 쑤셔대더니
, 어느새 돌멩이를
주워 탑 쌓기를 하고 있었다
. 한참을 놀던 아이들은 저녁식사 때가 돼서야  “애들아! 밥 먹어라!” 하는 고함소리에 “와~!” 하고 몰려들었다.
기름이 쏙 빠진 돌불판 삼겹살과 참치 넣은 김치찌개의 궁합이 얼마나 절묘했는지 냄비 밥의 누룽지까지 박박 긁어 남김없이
먹고 난 후
, 아내들은 남편들이 음식을 더 잘한다며 매일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고,
남편들은 안 해서 그렇지 하면 일류요리사라며 으스댔었다. 

  칭찬에 의기양양해진 아빠들이 신속하고 깨끗하게 설거지를 끝냈을
무렵엔 불 속에 묻었던 감자
, 고구마, 옥수수 익는 냄새가 구수하게
퍼졌다
.  아이들은 마시메로를 막대에
끼워 불 속에 넣어 돌리며
, 잠시 후에 맛 볼 달콤함에 대한 기대로 신이
나고 있었다
. “하늘에 별이 참 많네요.” 라는 누군가의 소리에 올려다보니
빈틈없이 빼곡히 들어찬 별들이 서로 다른 빛깔로 반짝이고 있었다
. 우리 모두는 불가에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앉아 학창시절 했던 게임을 하며 벌칙을 받는 사람에게 “두 분은 어떻게 만나셨어요
? 첫 키스는 언제 하셨나요?
다음에 태어나도 지금 남편과 결혼하실 거예요?”라며 짓궂은 질문을 해댔고,
대답 못하고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는 모습에 손뼉을 치고 웃었다. 선배언니 남편
분이 연주하기 시작한 기타소리에 모두가 흐릿한 기억의 가사들을 애써 떠올려 어설프게 노래하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냈다
. 



   우리 가족은 2 3일 줄 곧 그곳에서 잘 먹고, 많이
웃고
, 열심히 놀다가 돌아올 때는 누구보다 제일 아쉬워했었다. 전기도
없고
, 전화도 터지지 않고, 물도 아껴 써야 했지만, 자연 속에서 자연에 안겨 간단하고 단순하게 살아보는 것, 그것이 참 휴식의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 우리 부부는 돌아와 최신용 캠핑 장비를 사 모으기 시작했고, 주위 분들에게 경험을 나누며 ‘같이 가자!’ 고 설득했다. 그렇게 모인 여러 가족과 10년 가까이 여름 연중행사로 캠핑을 간다. 그리고는 비록 며칠의 짧은 시간이지만, 그곳에서 일 년을 살 수 있는 에너지를 얻어 돌아온다.
올 해도 그리하여 우리는 쉐난도우로 캠핑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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