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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수필문학회 추천 수필 - 삶의 가지치기/김레지나

Author
문학
Date
2015-02-11 09:36
Views
2373

삶의 가지치기/김레지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뒷뜰 언덕받이에 50여 년의 세월을 짊어지고 서 있는 플라타너스(sycamore
tree)
에 눈길을 보낸다. 플라타너스는 어린 시절 기억 속의 학교나 공원엔 어김없이
한두 그루가 터줏대감인 양 자리 잡고 있었고
, 또한 가지가 잘 다듬어진 한국의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넓은
잎이 주는 여름의 그늘과 가을의 낙엽이 주는 낭만으로 많은 시와 노래 속에서 사랑을 많이 받은 나무이다
. 이 집에 이사 올 결정을 한 요인 중의 하나가 어릴 적 추억 속의 나무가 뒤뜰에 있어서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가로수처럼 가지를 잘 다듬어 주지 않은 나무는 이제 그 가지가 문어발처럼 벌어져 우리 집
지붕은 물론 옆집의 지붕으로 뻗어 가는 통에 비바람이 심하게 치는 날엔 행여 가지가 부러져 지붕을 뚫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 밤잠을 설치게 되었다
. 아쉽긴 하지만 결국 나무를 잘라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고 크리스마스 휴가 때 집에 와서 한 번 더 보고 난 후 자르라는 아이들의
요청에 따라 새해를 넘긴 후로 날짜를 잡았다
. 워낙 큰 나무인지라 하루에 일을 끝내지는 못하고 여러 날이
걸려야 하는 모양인데 먼저 작은 가지들을 하나씩 잘라내면서 일을 시작하였으나 일정치 못한 겨울 날씨 관계로 지금 며칠째 많은 가지들을 잃고 몸채만
덜렁 서 있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


  작은 가지를 하나씩 쳐 나가는 모습을 보며 내 삶의 가지도 쳐 내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이 되어 요사인
아침마다 앙상해 보이나 동시에 당당하고 겸허해 보이는 플라타너스를 바라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면서 나의 가지들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고 언제쯤
나의 가지를 털어내야 하나 하는 마음의 갈등을 느낀다
.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아 모였던 아이들을 돌려보내면서 서운한 마음에 가슴앓는  심정으로 도려낸 플라타너스 나무의 가지를 바라본다.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옷가지, 집가지, 차가지 등 물질적인
가지야 아무 때나 날 잡아 털어낼 수 있겠지만 이제까지 삶의 중심이었던 자식가지는 과연 어떻게 잘라낼 수 있을까
?


이제는 명실상부 사회인이 된 아이들의 삶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서야 될 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바짝 뒤쫓고 있는 나의 모습에 당혹스런 헛웃음도 지어보지만 밤이 되면 행여하는 마음으로 전화 소리에 귀가 꽂힌다
. 마음의 포근한 디딤돌인 아이들이긴 하지만 내 어릴적에 갈구했던 모든 규제로부터의 해방감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너무 매어놓지 말고 풀어주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며칠간의 무소식엔 심사가 뒤틀리고 노심초사하며 병을 키운다
.


  이제는 아이들보다 부부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걸 알기에 때론 아이들에 대한 대화는 안 하기로 약속도
해 보지만 몇 분 후엔 다시 아이들의 이름이 입에 달려있고
아이들이 떠난 둥지가 텅비어 어찌보면 실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기대고 있었음을 느끼게 해준다
.

이제 따뜻한 겨울날이 오는 때 우리 집 플라타너스의 흔적은 기억 속으로 스며들겠지만 나의 가지는 언제
어떻게 쳐내야 할지의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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