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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시문학회원 작품

Author
문학
Date
2014-03-24 21:14
Views
4011

발레리


 


권귀순


 


바람이 불었다


그는 달빛을 밀며 사뿐 솟아올랐다


구를 때


허벅지에 힘살이 불끈 돋았다


그의 몸이 날아오르자 허공이 물러나고


휘어지는 곳에서는 달빛이 부서졌다


몸짓응 따라 팔과 가슴근육이 꿈틀댓다


그의 춤사위는


쾌활하나 부드럽고, 역동적이나 섬세해서


영혼을 심는 듯도 하였다


시린 달빛이 푸르게도 쌓여


벗은 몸은 빛의 옷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허공으로 솟았던 그의 몸이 다시


사뿐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 부드러운 착지


 


꽃이며 잎이며 열매를


다 보내고 난 후 적요를 안고서야


겨울 나무는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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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인식


 


산모퉁이에 가려진 동그란 역을


동그랗게 안아주다 시간의 켜를 품은 완행열차


누렇게 익어가는 나락을 세어도 보고


포기 앉은 배춧잎도 묶어주고


뽀옥 기적 소리에


붉어진 사과를 냉큼 품어도 본다


 


자인 가는 길목, 경산역쯤에선


배틀한 팥밥이 고봉으로 구수하고


고모님 대문 밖을 서성이실 즈음


대추 털던 장대가 가운데 벌렁 누워


저린 팔다리 쉬고 있을 테지


 


굴속 지날


철없이 사랑을 앓을 마냥 먹먹하고


창에 비친 얼굴 맥없이 또렷해 져서


다랑논 두렁 같은 눈가 주름이


거둘 되는 가난한 농부처럼 메마른데


 


사는 동안,


그리움만 섞어 위안 삼더라고


가로로 퍼붓는 장대비같이


KTX 얼른 일러주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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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음 默音


 


 


박양자


 


 


손이 건반 위를 달린다


눈 쌓인 외길 오르내리듯 손끝에 냉기가 스민다


 


몇 개의 음을 한 번에 누른다


손가락 파동에서 돋아난 푸른 이끼


먼 숲에서 인


둥글게 말린 바람 소리


 


소리 하나 찢긴 우산처럼 구겨진다


 


벽 모서리에 옹송그려 기다리다 잠이 든 여자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가 흩어진 생의 음계를 더듬는다


한때는 모차르트, 슈베르트, 쇼팽을 품고


엘비스, 비틀스가 햇살과 그늘에 흐느적거리던 


탱탱한 시절 다 지나간 폐경기 여자


더는 조율 안 되는 몸


 


어제와 오늘의 큰 오차 


(언젠가, 모른 척 눈 감아버린 적 있는)


 


씀바귀처럼 쌉싸름한 얼음비 내리는 오후


창가에 떠돌던 묵음을 건져 씻는다


이제 겨우 익숙한 손이 아리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저 깊은 곳


여자의 해묵은 울음이 말갛게 덩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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