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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워싱턴문학 신인문학상 수필부문 - 우주영

Author
문학
Date
2017-07-10 21:12
Views
5705


                                                 
모자란 어금니




                                                                                                              우주영




   늦은 가을이지만 한낮의 햇살은 따갑게만 느껴졌다. 치과병원의 건물을 나와 주차장으로 발길을 바쁘게 옮기기 시작했지만 내가 주차한 차가 어디에 있는지 잠시 멍하니 생각해야만 했다. 어깨에 메고 있는 가방 안에 손을 집어넣어 무언가 뭉클한 인형과 함께 딸려 나온 열쇠꾸러미 속에서 열쇠 버튼을 마구 누르기 시작했다. 소리와 깜박이는 라이트 덕분에 금방 그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할 있었다. 행여 누가 볼까 하는 두려움에 입안에 가득 고인 침과 어금니에 끼어놓은 묻은 솜뭉치를 깨물며 서둘러 시동을 걸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와 고인 침을 뱉고 한시간가량 있다가 묻은 솜뭉치를 드디어 빼내고 찬물로 계속 입안을 헹구기 시작했다. 아직도 마취가 풀려 얼떨떨한 나의 혀로 오른쪽 윗어금니 쪽을 또다시 확인해 봤다. 구멍엔 젤리처럼 아직 피가 굳지 않아 물렁물렁한 상태인 자리엔 불과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나와 거의 40 년을 함께 지내온 오른쪽 윗어금니가 있었다. 처음부터 윗어금니가 기울어져 나더니만 아랫어금니와 함께 기울어진 옆면으로 그런대로 호흡을 맞추며 지내왔었다. 제일 안쪽이라 보이지도 않고 기울어진 탓에 관심도 사랑도 제대로 받지 못해 아파하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심한 고통 속에 치과를 찾았을 때는 이미 늦어버려 신경까지 썩어들어 가 전체를 뽑아야 하는 상황까지 되어버렸다. 치과 의사는 이를 뽑은 나에게 한가지 일어날 상황을 말해 주었다. 그동안 호흡을 같이했던 오른쪽 아랫어금니도 위에서 눌러주는 어금니가 없어졌으므로 인해 서서히 올라와서 이년이 지나면 자연히 빠질 있다는 설명이었다. 기분이 언짢았다. 뿌리까지 썩어들어가 길게 뽑힌 하얀 거즈 위에 놓인 윗어금니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동안 보이지도 않는 입안에서 고생했다고 수고했다고 소홀하게 다루고 보살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눈으로나마 대신 전했다. 뽑힌 윗어금니를 집에 가져오고 싶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가져갈 없다는 간호사의 대답을 듣고 그동안 나와 동고동락했던 윗어금니를 쓸쓸히 남겨 치과병원을 홀로 나와야 했다.




     입안에 윗니와 아랫니만 있는 아니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 집에도 윗니와 아랫니가 있었다. 아랫니가 윗니 보고 못난이라고 모자란다며 놀리며 40 평생 살아온 것이 모자란 윗니 덕분에 역할을 하며 살아온 것임을 오늘에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부부관계도 한평생 어느 한쪽이 나보다 못났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툴툴거리며 억지로 불협화음을 이루며 살아오지만 결국 나머지 한쪽을 잃게 된다면 아무리 났어도 자신을 지탱해주는 힘이 없어 없다는 것을 …… 있을 감싸주지 못하고 이해해 주지 못하고 결국 못난 어금니가 없어졌을 때야 비로소 빈자리의 구멍을 습관적으로 찾아 자꾸 확인하는 혀처럼 말이다.




   사람 ()자는 결국 사람이 지탱해주고 있을 때만 비로소 사람다운 사람의 의미를 하게 된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를 식탁에 마주 앉아 먹으면서 반찬이 싱겁거나 짜다고 티격태격하며 이번 수입으론 생활비가 모자라네 하며 남편의 무능력함을 논하면서 서로의 못난 부분들을 곱씹으며 흰밥과 불평의 반찬들을 수저로 삼키는 것이 우리의 삶이었다. 오늘 저녁 나는 분명 윗어금니를 향해 말할 것이다. 텔레비전 보다가 소파에서 잠들지 말고 제발 침대에서 자라고, 소파 옆에 양말을 벗어 던지지 말고 제발 양말을 빨래통에 넣으라고 ……나를 힘들게 하는 윗어금니를 향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며 나는 박자를 맞춰 나의 불평들을 씹어야 함을 이제는 감사하게 생각한다. 모자란 윗어금니 덕분에 내가 존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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