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문학 신인문학상 당선작
문학자료실
워싱턴 문학
오늘의 시
평론과 해설
문학 강좌
세계의 명시
우리말 바루지기
워싱턴 문학 신인문학상 당선작
제21회 워싱턴문학 신인문학상 소설부문 장려상
그(녀)를 만난 날
박선비
새벽 두 시반,
집으로 돌아 올 때이었다. 눈이 내리어서 들판을 하얗게 덮은 밤이었다.
세찬 바람이 불어서 밖에 있는 것들은 추워 떨고 있었다. 그 날도 밤이면 청소를 하러 나갔고 여섯 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 오고 있었다. 끌고
다닌 지 오래되어서 속력이 빠르지 않은 중고 차는
55 마일 지역을
45 마일로 겨우 달렸다. 한 낯이었으면,
보통 65 마일로 빠르게 옆을 지나치는 다른 운전자들의 눈 흘김을 받는 길이었다. 그 시간에는 아무도 그를 방해하지 않았고, 간혹 스쳐 지나가는 차들도 그를 개의하지 않았다. 네 시간 동안에 청소를 마치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온 세상이 하얀 들판을 달리어도 길 거리는 소금을 뿌리어서 녹았고, 제설차는 밤새 돌아 다녔기에 운전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창가를 스치는 차가운 바람은 차 안으로 밀고 들어 왔지만,
다행히 아직도 작동하고 있는 히터(heater)
덕분에 차 안은 따뜻한 기운을 유지한 채 운전하는 두 손을 녹여 주었다. 여름보다 겨울이 훨씬 좋았다. 겨울은, 일하면서 땀을 흘리지 않아서 즐거웠고,
오고 가는 차 안에서 에어컨이 잘 작동하지 않아 지루하게 보내야 하는 때가 아니었다. 겨울은 누구에게나 똑 같은 시간으로 흘러 갔다. 지나간 가을이 생각났다. 무더웠고 지루했던 한 여름이 지나 갔고, 가을 바람이 불어 오자 그는 즐거웠다. 이제 길거리와 들판에 나뭇잎들이 갈색과 자주색 그리고 노랑 색으로 물감을 뒤 집어 쓰고 변할 것이다. 그 신비한 색깔은 매일마다 다르게 느껴지고, 보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솟아 났다.
누구와도 이 기분을 나눌 수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혼자 느끼는 것도 좋았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산과 들의 풍경이 어떻게 변하든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사람들과 어울리는 재미와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는 재미로 사는 사람들에게는 무엇이 더 필요할까? 그는 자신도 언제인가는 그러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지금은 깊어가는 가을을 쳐다보아도 좋았다. 높은 나무 가지에서 떨어지는 낙엽이 공중을 날며 흩날리다가 바람 결에 잠시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신기하게 느껴지었다. 저 나뭇잎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