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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워싱턴문학상 수필부문 장려상

Author
mimi
Date
2013-03-11 10:10
Views
10177
          * 제18회 워싱턴문학상 수필부문 장려상 *



  우리 금동이 / 이춘옥



해가 뉘엿뉘엿 때쯤 동네를 바퀴 돌다 보면 개와 함께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여기 저기 눈에 띈다.  어쩌다 개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마음을 졸이면서 피하기 바빠서 밧줄을 단단히 잡고 긴장하고 있는 주인과는   인사 조차 나눌 수가 없다.
덩치 녀석들은 넘쳐 나는 때문에 씩씩거리며 자랑을 해서 옆을 살금살금 지나치자면 오금을 저리게 하고 인형처럼 작고 앙증맞게 생긴 녀석들은 뭐가 그렇게 마땅한지 앙앙거리기 시작하면 그칠 줄을 모른다.
가까이 있으면 너무 시끄럽고 머리까지 지근지근 아파 개인적으로 제일 귀찮고 피하고 싶은 친구들이다.  언젠가 피부관리 받으러 다닌 집에 꼬맹이 친구가 있었는데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정신을 놔서 집에 드나드는 포기한 적이 있었다.
그래도 다리 짧고 생긴 녀석들이 순하고 조용하긴 개를 기르지 않고도 공짜로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에게 그나마 폐는 끼치지 않아 좋은데 너무 생겨 옆에 두고 자신은 없다.

지금까지 대충 덩치 녀석, 인형처럼 생긴 녀석, 생긴 녀석이라고 감히 지칭 밖에 없는 , 개와 십사 년을 함께 경험이 있다고 말할 없을 정도로 개에 대해선 문외한이다 보니 주위에서 흔하게 있는 여러 견공들 가지도 제대로 이름을 아는 없어서다. 워낙 관심이 없는 데다가 시간 외곬 사랑을 쏟아 부은 녀석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애들이 어렸을 진돗개를 키우고 싶다는 아들 성화에 낳은 주일 밖에 되지 않아

안에 들어 귀엽고 털이 보송보송한 세끼를 순종이라는 족보와 함께 주에서

들고 왔는데 너무 어려서 밤마다 어미 찾느라 칭얼대는 바람에 초등학생이었던 딸이 며칠

밤을 무릎에서 안고 재우느라  진땀을 때가 있었다.
목욕을 시켜 닦아 놓으면 주먹만 하고 얼떨떨한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엉킨 털이 마르

기도 전에 애들은 사진 찍느라 바빴다.
가끔 개나 고양이 사진을 지갑 속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무슨 독특한 감성의 소유자들처럼 여겼던 내가 젖은 털을 하고 사진 속에 엉거주춤 앉아 있는 녀석의 모습이나 세모

꼴로 구겨져 있는 눈을 보면 하도 귀여워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사진만 들여다 보면 웃음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그렇게 시간이 가면서 녀석의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갔고 우리 가족은 갈수록 매끈

하고 생긴 얼굴에 신사다운 의젓함까지 갖춘 녀석에게 도저히 다른 쪽으론 눈길조차 없을 만큼의 아낌없는 사랑을 부었다.
심하게 빠진 때문에 안에서 계속 지낼 없고 식구 생일이나 명절 또는 크리스마스 같은

어김없이 목욕제계하고 모처럼 집안에서 며칠씩 놀다 나가곤 했는데 워낙 밖을 좋아한 녀석이지만 식구들하고 집안에서 빈둥거리는 못지 않게 좋아해서 다시 들어 오고 싶어 기웃거리는 달래 놓고 문을 닫을 때면 너무 불쌍해 안에서 같이 지낸 며칠을 후회하기도 하고 털갈이 자주하는 안타까워하곤 했다.


    사냥에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녀석은, 눈에 보이지도 않은 파리부터 날아 가는 , 몸집이 상당히 너구리까지 걸렸다 하면 주질 않아 녀석이 울타리 안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도시에서 산다는 딱하기도 했다.

    이런 뛰어난 사냥 재주를 조금이나마 보고 싶은 아들이 야산 같이 공원에 녀석을 데리고 나갔다가 신천지를 만난 듯이 다람쥐를 쫓아 뛰는 바람에 시간을 찾아 헤매다가 집으로 데리고 돌아 적도 있었다. 날마다 집안에만 갇혀 있으려니 몸이 근질거려 오랫만에 풀기를 하다 모양이다.

  어느 날인가는 자다가 심상치 않은 소리에 나가 보니 공포에 질린 너구리가

어둠속에서 꼼짝을 못하고 괴성만 질러대고 있는데 칠흑 같은 밤에 상대의 움직임을 본능적으로 감지해야 하는 녀석은 동네가 온통 싶은 너구리의 괴성에 불안한 남편이 아무리 말려 봐도 이런 상황에서의   녀석 귀는 도통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너구리는 높직한 울타리 위에 앉아 희멀건 하늘과 맞닿아 있고 녀석은 아래서 노려 보고 있는 걸로 보아 인간의 판단으로는 도망을 가고도 남겠는데 그렇게 꼼짝을 못하고 얼어붙어 있는지 인간들의 말이나 행동으로 하는 기선 제압 정도는 녀석 앞에선 명함도 내밀 판국

이다.  물론 동네가 같은 고약한 괴성도 순전히 너구리 혼자의 몫이라는 안다.
    밝을 살펴 보면 한두 군데 생채기가 있지만 그런 막중한 업무를 수행하는 중에 신음소리는 커녕 숨소리도 크게 내지 않을 녀석이기 때문이다. 결국엔 날이 밝자 마자 이런 일로 가끔 열리게 애꿎은 쓰레기통 뚜껑이 열려야만 했었다.

    워낙 사냥 솜씨가 뛰어난 녀석이 어울리지 않게 뉴욕 한복판에서 살다 보니 웃지 못할 곤란한 일들이 종종 있어서 녀석하고 즐겁게 긴장하며 살았던 지난 세월을 돌아 보니까 힘들었던 일까지도 좋은 추억 거리로 떠올라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눈을 크게 떠야 겨우 있는 작은 파리 마리도 자랑삼아 전시해 두는 녀석인지라 동네로 이사간 직후에 있었던  고양이 사건은 너무 놀라서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고양이와 인간들의 관계를 짐작할 없는 녀석이 결국 일을 저질러 놓고 전리품인 으시대며 자랑스러워 했던 때문에 식구가 며칠을 조마조마하게 마음 졸이며 십년 감수를 후엔 주위에 고양이를 기른 이웃들이 많은 동네에서 친절한 이웃들과 혹시라도 불미스런 일이 생길까 한동안 불안하게 지낸 기억이 있다.



    언제나 굵고 우렁차게 번을 짖어 낯선 사람이 집에 접근하는 알리고 나면 이상 시끄럽게 굴거나 소란을 피우지 않아 대견하게 여겼던 일이나 차로 외출이라도 기회가 생기면 연신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려 빠르게 스치는 풍경에 열중하던 모습, 야단 맞을 때면 동그랗고 예쁜 눈을 세모꼴로 만들어 눈꼬리를 늘어 뜨리고 도움을 청하 제일 만만한 옆으로 슬금슬금 붙어 서서 눈치 보던 모습, 텔레비젼 화면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식구들과 자리 차지하고 도도하게 앉아 있던 모습, 가슴까지 묻히는 눈이 신기해 비틀거리며 앞을 뛰어다니던 모습 들이 눈에 선하다.

    보송보송한 황금색 털을 두르고 허연 가슴을 당당하게 육군 사관생도처럼 의젓하게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녀석의 모습이 떠오를 때면 우리 아이들과 녀석과의 추억이 서린 뒷뜰, 목욕통, 잔디, , 때가 너무 그리워 가끔 다시 돌아가고 싶은 충동에 가슴이 아린다. 일생에 겪어보지 못할 아름답던 시절이다.

가족 모두에게,  기억하고 싶은 때를 남겨 녀석, 우리 금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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