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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회 워싱턴 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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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작 ◆
물방울 수채화
-김철
보슬비 내리는 오후 초록 풀잎 위 물방울이 서로 만나는 것을 본다 영롱하게 여문 사랑의 씨를 안고 마음 따라 물방울 하나 조심조심 궁굴려 가면 저만치서 마중 나오는 또 하나의 물방울 떨며 다가와 와락 하나 되는 것을 본다 온몸으로 서로를 안아 들인다 어디부터 너이고 어디까지 나라고 나눌 수 없는 순전한 하나 마침내 만남의 무게로 뚝 떨어져 서로 껴안은 더 커진 물방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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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려상 ◆
삼월의 포슬눈
-허옥신
불혹을 훌쩍 넘긴 어미가 걱정 속에서 늦둥이를 순산하는 것처럼 늦 삼월 포슬눈이 갓 깨어난 만물 위로 내려앉습니다
창밖으로 하얗게 펼쳐진 저녁풍경이 함박눈 내린 어린 시절 겨울 같아 마냥 좋아하던 그 시간으로 잠시 돌아가는데 어쩌다 찔레꽃잎을 닮은 눈발 하나 내 마음을 콕 찔렀습니다
오빠들과 처음 하는 눈싸움에 춥고 배고픈 줄 모르는데 행여 밥이 식을까 아랫목 이불 속에 묻어놓고 얼른 밥 먹어라 동네어귀 까지 찾아 나선 어머니 꽁꽁 언 손을 호호 불어주시던 울컥,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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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려상 ◆
전자우편
-윌리엄 박
전자우편함 열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몇 십 년 못 만난 초등학교 동창 다시 불러보고 싶은 친구들 코 흘리며 찍은 사진 받아보는 마음 어느새 옛날로 돌아간다
새겨들어야 할 명언들, 좋은 말 혼자 읽기 아쉬워 전달, 또 전달 손가락 몇 개 움직이면 그리운 사람에게 즉시 내 마음 줄 수 있는 전자편지
웬 일일까 편지통이 열리지 않는다 온갖 열쇠 다 꽂아 봐도 끄떡 않는다 내 첫사랑, 문득 그리워 엽신 하나 보냈을까? 먼 곳에서 막내딸이 기다리던 승진소식 보내왔을까?
아무에게도 내 마음 전할 수 없는 쓸모없는 전자우편함 고칠 때 까지 하얀 백지 위에 촘촘히 써내려간 손때 묻은 편지 한 장 받고 싶다 가장 사랑하는 친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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