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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잘 못하는’과 ‘잘못하는’의 차이

Author
문학
Date
2016-11-29 22:10
Views
11639
“술을 잘 못하는 것도 죄가 되나요? 대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네요.”

회식 자리에서 술 마시길 강요당한 신입 사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의 일부다.

여기에는 ‘잘 못하는’과 ‘잘못했는지’가 나온다. 둘은 비슷하지만 띄어쓰기가 다르고 의미에도 차이가 있다. 우선 ‘잘못하다’는 한 단어로, 틀리거나 그릇되게 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셈을 잘못해 손해를 보다”와 같은 경우다. “보관을 잘못해 생선이 상했다”에서처럼 적당하지 않게 하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주로 ‘잘못하면’ 형태로 쓰여 “까딱 잘못하면 누명을 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으니 조심해라”에서처럼 일이 어그러지다, 올바르게 행동하지 못하고 어물어물하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잘못해서 밀물 때라도 만나면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에서와 같이 불행하거나 재수가 좋지 않게 하다는 의미로 쓸 수도 있다.

‘잘 못하다’는 ‘잘하다’와 ‘못하다’ 두 단어로 이루어진 표현이다. 즉 ‘잘하지 못하다’의 ‘잘하지’에서 ‘-하지’가 생략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잘 못하다’는 하긴 하는데 잘하지는 못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다면 위 글의 “술을 잘 못하는 것도 죄가 되나요?”는 바르게 쓴 표현일까. ‘술을 잘하지 못하는’의 의미이므로 ‘잘 못하는’과 같이 띄어 쓰는 게 맞다. 또 “대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네요”의 경우 ‘뭘 틀리게 했는지 모르겠다’는 뜻이므로 ‘잘못했는지’와 같이 붙여 쓰는 게 바르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우리말 바루기] ‘잘 못하는’과 ‘잘못하는’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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