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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핵맛있다’

Author
문학
Date
2016-10-18 18:00
Views
10433
얼마 전 TV를 보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핵맛있다”는 말 때문이었다. 한국인도 아니고 외국인 여성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한국말을 제법 하는 외국인 여성이 한국 음식점을 찾아가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집 음식을 맛보더니 첫마디가 “핵맛있다”였다. 아마도 한국에서 젊은이들과 어울리면서 이 말을 배운 것 같았다.

이처럼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많이 쓰이는 말이 ‘핵’이 들어간 단어다. ‘핵재밌다’ ‘핵좋다’ ‘핵졸리다’ ‘핵짜증’ 등이 있다. ‘정말’ ‘진짜’ 등 강조하는 말 대신 ‘핵’이란 접두사를 사용한다.

몇 달 전 이 난(欄)에서 ‘개좋다’는 제목으로 ‘개-’에 대해 다룬 적이다. 이제 ‘개-’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핵-’이다. 엄청 매운 짬뽕은 ‘핵짬뽕’이라 부른다. 인터넷에는 어디어디 ‘핵짬뽕’ 도전기라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핵라면’도 있다.

‘핵-’이란 말이 유행하다 보니 ‘노답’ ‘개노답’(정말 답이 없다)에 이어 ‘핵노답’이란 말이 생겼다. ‘꿀잼’(정말 재미있다)은 ‘핵꿀잼’이 됐다. 더욱 강력하게 다가온다. 물론 ‘졸라 맛있다’ ‘개맛있다’보다는 ‘핵맛있다’가 욕 같은 느낌이 덜해 낫다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핵’이 주는 무시무시함이 연상돼 이전보다 더욱 거칠고 자극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J 레이는 “말은 마음의 초상”이라고 했다. 청소년들의 말이 더욱 거칠고 자극적으로 변한다면 혹여나 그들의 정서나 정신마저 그렇게 돼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말 맛있다’ ‘진짜 맛있다’ 등 정상적으로 표현해도 맛의 정도를 충분히 나타낼 수 있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우리말 바루기] ‘핵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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