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낡은 소파가 하나 있다. 언제부턴가 그 소파에는 늘 아버지가 앉아계신다. 그래서 나는 그 소파를 그냥 아버지소파라
부른다. 3인용 그 소파에 오늘은 어머니와 어머니를 뵈러온 형, 그리고 형수가 앉아있다. 아버지는 소파이기에 따로 앉을 자리가
필요 없다. 살아생전 묵묵히 자리를 지키셨으므로 지금도 그 모습 그대로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신다. 어머니와 6살 차이가 나던
아버지는 이제 4살 차이가 되셨다. 점점 젊어지는 아버지가 어머니는 더 의지가 되는지 못난 자식들은 영 뒷전이시다. 그래도 그런
어머니가 더 사랑스러운 날이면 나는 아버지소파에 아버지와 나란히 앉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 기도를 드린다. 어머니께 생기를
가득 불어넣어 주시기를.
아버지소파는 복막투석을 하며 날 꾸짖는다. 시詩도 좋지만 집안일도 좀 도우라고. 나는 그 듣기 싫기만 하던 꾸지람이 이제는
싫지만은 않다. 나는 아버지소파가 있는 거실부터 청소기를 돌린다. 어머니방도 돌리고 옷방도 돌리고 주방도 돌린다. 나는 날이
지날수록 하루하루 젊어지시는 아버지가 더 정답게 느껴진다. 나는 그 정다움에 하루하루 더 고분고분해진다. 그래서 세탁기도 돌리고
식기세척기도 돌린다. 일이 많아 피곤한 날이면 나는 아버지소파에 기대어 잠시 눈을 감는다. 혹시 선잠에라도 드는 날이면 어머니보다
더 어려보이는 아버지가 어김없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신다. 덜컥, 눈을 뜨면 점점 새것으로 변해가는 아버지소파에 기대어 묵묵히
내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