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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우표
Author
mimi
Date
2011-03-11 09:12
Views
11319
옛날 우표 / 이대흠
혀가 풀이었던 시절이 있었지 먼 데 있는 그대에게 나를 태워 보낼 때 우표를 혀끝으로 붙이면 내 마음도 찰싹 붙어서 그대를 내 쪽으로 끌어당길 수 있었지 혀가 풀이 되어 그대와 나를 이었던 옛날 우표
그건 다만 추억 속에서나 있었을 뿐이지 어떤 본드나 풀보다도 서로를 단단히 묶을 수 있었던 시절 그대가 아무리 먼 곳에 있더라도 우리는 떨어질 수 없었지
혀가 풀이었던 시절이 있었지 사람의 말이 푸르게 돋아 순이 되고 싹이 되고 이파리가 되어 펄럭이다가 마침내 꽃으로 달아올랐던 시절
그대의 손끝에서 만져질 때마다 내 혀는 얼마나 달아올랐을까 그대 혀가 내게로 올 때마다 나는 얼마나 뜨거운 꿈을 꾸었던가
그대의 말과 나의 꿈이 초원을 이루고 이따금은 배부른 말 떼가 언덕을 오르곤 하였지 세상에서 가장 맑은 바람이 혀로 들고 세상에서 가장 순한 귀들이 풀로 듣던 시절
그런 옛날이 내게도 있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