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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꽃을 지우기 위해
Author
mimi
Date
2011-02-25 22:14
Views
12294
너라는 꽃을 지우기 위해 /배영옥 언젠가 목구멍 저 깊은 곳에 숨어있는 성대를 내시경 화면으로 본 적이 있다 어두컴컴한 목구멍 안쪽에서 소리가 되어 나오려고 파르르 떨고 있는 성대는 아주 작고 연약한 꽃잎이었다
내 손으로 눈 닫아걸고 귀 닫아걸고 입 닫아걸고 십년이 지났지만 너는 아직 내 안에 있었다 질문 없는 대답처럼 너는 꽃이 되어 있었다
너라는 꽃을 지우기 위해 나는 얼마나 긴 침묵과 싸워야했던가 스스로 씹어 삼킨 가시는 또 얼마나 깊이 폐부를 찔러댔던가
고통의 축제는 끝이 없고 나는 얼마나 더 붉은 입술을 깨물어야하는지 또 얼마나 오래 숨죽여야하는지
목구멍에 핀 저 꽃에게 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