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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구두 / 2010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Author
mimi
Date
2010-02-17 18:56
Views
12750

 



Big Game Hunting by w8ter_m.




검은 구두 / 김성태



그에게는 계급이 없습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좁은 동굴이며

구름의 속도로 먼 길을 걸어온 수행자입니다

궤도를 이탈한 적 없는 그가 걷는 길은

가파른 계단이거나 어긋난 교차로입니다

지하철에서부터 먼 풍경을 지나

검은 양복 즐비한 장례식장까지

그는 나를 짐승처럼 끌고 왔습니다

오늘 나는 기울기가 삐딱한 그를 데리고

수선가게에 갔다가 그의 습성을 알았습니다

그는 상처의 흔적을 숨기기 좋아하고

내가 그의 몸을 닳게 해도 불평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와 정면으로 마주한 적은 없지만

가끔 그는 코를 치켜들기 좋아합니다

하마의 입으로 습기 찬 발을 물고 있던 그가

문상을 하러 와서야 나를 풀어줍니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마음으로 그를 만져보니

새의 날개 안쪽처럼 바닥이 움푹 파였습니다

두 발의 무게만큼 포물선이 깊어졌습니다

그의 입에 잎사귀를 담을 만큼

소주 넉 잔에 몸이 가벼워진 시간

대열에서 이탈한 코끼리처럼

이곳까지 몰려온 그들이 서로 코를 어루만지며

막역 없이 어깨를 부둥켜안고 있습니다

취한 그들이 영정사진처럼 계급이 없어 보입니다

그가 그에게 정중한 인사도 없이

주인이 바뀐 지도 모르고

구불구불 길을 내며 집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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