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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진다는 것

Author
janeyoon61
Date
2010-09-25 23:02
Views
1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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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진다는 것


 

그가 또 내 방을 다녀갔다

 

새벽녘, 누군가 나를 덮친듯한 서늘한 기운에

잠시 뒤척였던 기억이 흐릿하다

지난밤 창문 활짝 열어놓고 늑골 밑 신음 소리

늦도록 듣다 잠이 든듯한데

내 몸속 어딘가 흐르다 갇힌 물길 있어

밤이면 순한 물짐승 같은 사내 끌어들여

한바탕 같이 흐르는 것인지

서로를 열고 밤새 출렁이는 것인지

일어나 보니 몸은 늘어지고 이불이 축축하다

 

그는 예전에도 여러 번 나를 다녀간 적 있지만

나는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다만 내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저수지

어디쯤에 사는 안개족 사내일 거라는 짐작만 할 뿐,

어느 날 그를 찾아 나선 적 있지만

물 속 깊이 몸 숨기고 모습 드러내지 않았다

밤이면 도둑처럼 스며들어 나를 한껏 적셔놓고 가버리는

이 불투명한 배후에 대해 더 이상 궁금해 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어느새 그에게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가 다녀간 이튿날이면  눅눅한 이불을 내다 말리며

나도 햇솜처럼 부풀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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