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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빙선
Author
mimi
Date
2009-11-23 14:43
Views
11484
쇄빙선
하체를 땅에 묻고 사는 사내가 있다
마치 북극바다의 얼음을 가르면서 앞으로 나가는 쇄빙선 같다
왜 아랫도리를 보여주지 않을까, 궁금하였으나 한번도 땅에서 몸을 빼내 보여준 적 없다
허리 밑 전체가 땅에 꽂혀 있는 그를 물푸레나무라고 불러야 할까
독야청청 걸어가는 그의 가지 끝에 고무줄구름 이쑤시개구름 머리핀구름이 흔들린다 할까
그는 땅을 양쪽으로 가르며 시장바닥을 헤쳐가고 있다
두 팔을 휘두르며 물속에 잠긴 몸을 움직이는 것처럼 장거리 수영선수처럼
비천한 세상을 천천히 끌고 다니는 사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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