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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밭에서 온 불빛

Author
mimi
Date
2014-04-16 08:51
Views
12290

사과꽃.jpg 



사과밭에서 온 불빛  /신현림



 

사람을 만나서 밥과 술을 마셔도 

결국은 지는 사과꽃처럼 흩어지고 헤어진다

매일 죽어가는 건 아이들도 알까

 

매일 다시 태어나도

고요한 자기안의 길을 못 찾으면

풀죽은 와이셔츠만 걸어 다니고

까만 구두들만 돌아다니네

 

텅 빈 굴다리를 홀로 건너듯 쓸쓸히 

마흔이 되면 나는

죽을 생각을 한 적이 있었지

 

두 손과 두 어깨는 기댈 곳이 없었고

하늘에 구멍은 자꾸 커졌지

태양보다 한숨이 오가는 구멍을 보면서

그저 한심하게 행주처럼 울음을 끌어안고 

슬픔을 멈추는 스위치도 없을 때

 

사과밭에서 온 불빛들이 나를 흔들어 깨웠어

월말, 연말, 종말이 온다는 한계도 생각 못할 때

여기에 내가 있기에 저기는 갈 수 없고

불빛 하나둘을 가지면 다른 불빛을 포기해야함을 알았네

애를 가졌고 혼자 키워야 했기에

포기한 일과 만남들이 늘어남을 받아들였어

묻지는 마, 다 말하면 가뭇없이 사라지니까

이제 상복을 입은 나날을 애도하고

시커먼 눈발이 쏟아지도록 아픈 시간에 묵념할 수 있네

 

나는 천천히 흘러가겠네

괴로워야 할 시간은 충분하고

아파야 할 시간이 허다하고

사랑해야 할 시간이 아직도 많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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