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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운 시력

Author
mimi
Date
2013-05-02 09:12
Views
15497

 

       si.jpg






참다운 시력  / 황원교

 

 

갈수록 시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안경을 새로 바꿨더니
일순간에 어스름이 걷히고꽃들이 제 빛깔을 내며 내게로
걸어온다

 

이상하다, 점점 심각해지는 노안인데
안경 하나로
어둠 속의 것들이 되레 또렷이 보이기 시작하다니이제야 개안(開眼)이
되는 것일까

 

창밖은 이미 캄캄한데
갑자기 먼지 낀 책상 위가 환해지며
꼭꼭 닫혀 있던 책들의 문이 열리고
경전 속 활자들이 횃불처럼
빛나는 시간,

나이 든다는 게 허무한 일만은 아닌가 보다
언뜻 한 점의 먼지가 된 내가 보이고
별들이 서로에 대한 그리움으로
반짝이는 밤,

캄캄한 허공을 뚫고나온 흰 팔 하나
지나가는 구름을 부지런히 걷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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