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뼈 서랍                                                              

이선희

  

전신 통증을 호소하던 어머니 CT에는

열두 칸 등뼈가 쪼로록 어긋나 있다

부서진 서랍처럼 비뚤어졌다

어머니의 한 생이 담긴 듯한 서랍 열두 칸

 

사람 구실 못하지 싶은 비실비실한 큰딸도

저 서랍 곳곳에

꽁꽁 압착 되어 있다가

어느 틈엔가 풀어진 것이다

 

벽에도 열두 칸 서랍이 걸려 있다

눈에 잘 띄는 곳에 걸어 놓고

수시로 사소한 것까지 집어넣는다

어설프게 걸려 있는 달력, CT 사진 속 등뼈 같다

 

불안과 억지가 아슬아슬 맞물려

뒤죽박죽 협착되었을 등뼈 서랍

어쩌다 한 칸이라도 삐딱하면

우수수 틀어질 것 같은 저 정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