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문학자료실
워싱턴 문학
오늘의 시
평론과 해설
문학 강좌
세계의 명시
우리말 바루지기
워싱턴 문학 신인문학상 당선작
의자
Author
문학
Date
2020-02-01 20:40
Views
3239
의자
-홍 철 기
한때는 이 의자도 빛나는 각을 가졌다
중심이 흔들릴 때마다 사각사각
시간은 각진 사연을 둥글게 깎아 냈다
한순간의 선택이 기울어진 길에 놓여 졌고
나는 그 마음을 모른 척 등진 채 살았다
조금 더 깎아내면 마음에 닿을지도 몰라
제각각 다른 길 걸어와도 아픈 발처럼
모르는 내일이라도 성큼성큼 떠나봤으면
가늘어지는 머리칼이 빠질 때 마다
묵주를 색칠하며 떠나는 밤의 시간은 깊어졌다
수시로 저만큼 떨어진 탱자나무에서 바람이 불었고
의자는 가시에 찔린 듯 묵묵히 웅크렸다
더 이상 각을 세우지도 않았고
이제는 내가 다가가 괴어놓은 시간이 늘어갔다
흔들릴 때마다 흔들린 자리에 더 마음 가는 일
눈앞에서 가늠할 수 없는 햇빛의 각도 뒤로
문을 닫고 떠나는 것들이 많아졌다
이제,
빈 의자에 내가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