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문학자료실

워싱턴 문학

오늘의 시

평론과 해설

문학 강좌

세계의 명시

우리말 바루지기

워싱턴 문학 신인문학상 당선작

2009년 1월 중앙시조당선작

Author
혜강
Date
2009-04-07 19:32
Views
11633

2009년 1월 중앙시조 당선작

 

 (장원)


   양파를 까면서

                       

                                        유선철


    안으로 내려가면 또 다른 문이 있다

    내 속에 있으면서 겹겹이 저를 숨긴

    눈처럼 하얀 깃털의 새 한 마리 울고 있다


    시간의 빈틈으로 사각사각 여문 꿈을

    보드라운 속살 사이 책갈피로 접어두면

    어느새 바람이 일어 발목을 휘감는데


    사는 건 매운 거다 눈시울 붉혀가며

    허접스런 욕망들을 한두 겹 벗겨내면

    말갛게 동심원 그리며 섬 하나가 떠오른다




   (차상)


   천마도 장니(天馬圖 障泥)*


                                            배종도


    저 말 아직 살아있다. 깊은 잠 깨어났다.

    장승이 된 천관녀의 붉은 사랑 접지 못해

    엎어져 피를 뿜었던 백마 아직 살아있다.


    흰털 곱게 벗겨내듯 머리맡에 빛 들던 날

    자작나무 장니 속에 숨어 지낸 시간들을

    부르르 앙다문 입이 자꾸자꾸 토해낸다.


    갈기를 휘날리며 구름 감은 그 발짓도

    천년을 하루같이 발싸심 하던 것이

    저렇게 진저리치고 성큼 뛰어 나온다.

 

    꼭 한번 달렸어야 할 황산벌이 보이는가.

    노을 타고 날아가다 주춤하고 숨 고르고

    기어이 참았던 울음 터뜨리고 있는가.


   *천마도 장니: 국보 제 207호. 천마가 그려져 있으며 5~6세기경에 재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천마총에서 출토됐다. 장니는 말 탄 사람 옷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양 끝에 늘어뜨리는 기구를 말한다.



   (차하)


   겨울 소래포구


                                           정영화


    소금기로 몸을 굽힌 소래항은 거기 있다

    비릿한 정액냄새 겨울을 삽질하는

    포구의 해넘이 풍경은 그립거나 설움이다

    떠나본 사람은 안다 산다는 건 가슴에

    이별의 흉터를 별처럼 흩어놓고

    조금씩 꺼내어보며 상해가는 길이란 걸

    바람도 가슴을 지나 먼 바다를 만들고

    시린 손 꺼내들고 감싸 안는 삶의 길에

    아닌 듯 뒤돌아보는 못 보낸 애린(愛隣) 넋

    얼마를 그리워하면 비울 것 채울 것을

    저 바다 젖 몽우리 혼불 속에 묻어두고

    나 절로 그 길을 알아 홀연히 걸어갈까



-심사평-


양파의 속성 꿰뚫은 감각적 시선


새해 첫 장원은 유선철씨가 차지했다 ‘양파를 까면서’는 양파의 속성을 묘파하는 시선에 조형능력도 탁월하다. ‘안으로 내려가면 또 다른 문이 있다’ ‘사는 건 매운 거다 눈시울 붉혀가며’ 같은 성찰이나  ‘하얀 깃털의 새’를 읽어내는 감각도 참신하다. 제목을 다르게 하면 작품이 더 돋보일 듯.


‘차상’에는 배종도씨를 뽑는다. ‘천마도 장니’는 활달한 시상 전개와 그에 부합하는 율격이 인상적이다. 첫 수의 동적이고 신선한 인식이 조금씩 중복되면서 평이해지는 게 아쉽다. 그렇지만 역사적 상상력과 어우러지는 역동성은 기대할 만한 개성이다.


‘차하’는 정영화씨에게 돌아갔다. ‘겨울 소래포구’는 곡진한 깨달음의 형상화가 돋보인다. 둘째 수 같은 대목은 호소력이 높은데, 나머지 수나 다른 작품은 간간이 이미지의 혼선을 보인다. 대상의 중심 이미지와 긴밀하지 않은 것은 쳐내는 게 효과적이다. 이외 고지연.노업.윤드레.장은수씨 등이 겨뤘음을 밝히며, 분발을 당부한다  <심사위원 정수자.강현덕>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