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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중앙시조당선작
2009년 1월 중앙시조 당선작
(장원) 양파를 까면서
유선철 안으로 내려가면 또 다른 문이 있다 내 속에 있으면서 겹겹이 저를 숨긴 눈처럼 하얀 깃털의 새 한 마리 울고 있다 시간의 빈틈으로 사각사각 여문 꿈을 보드라운 속살 사이 책갈피로 접어두면 어느새 바람이 일어 발목을 휘감는데 사는 건 매운 거다 눈시울 붉혀가며 허접스런 욕망들을 한두 겹 벗겨내면 말갛게 동심원 그리며 섬 하나가 떠오른다 (차상) 천마도 장니(天馬圖 障泥)* 배종도 저 말 아직 살아있다. 깊은 잠 깨어났다. 장승이 된 천관녀의 붉은 사랑 접지 못해 엎어져 피를 뿜었던 백마 아직 살아있다. 흰털 곱게 벗겨내듯 머리맡에 빛 들던 날 자작나무 장니 속에 숨어 지낸 시간들을 부르르 앙다문 입이 자꾸자꾸 토해낸다. 갈기를 휘날리며 구름 감은 그 발짓도 천년을 하루같이 발싸심 하던 것이 저렇게 진저리치고 성큼 뛰어 나온다.
꼭 한번 달렸어야 할 황산벌이 보이는가. 노을 타고 날아가다 주춤하고 숨 고르고 기어이 참았던 울음 터뜨리고 있는가. *천마도 장니: 국보 제 207호. 천마가 그려져 있으며 5~6세기경에 재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천마총에서 출토됐다. 장니는 말 탄 사람 옷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양 끝에 늘어뜨리는 기구를 말한다. (차하) 겨울 소래포구 정영화 소금기로 몸을 굽힌 소래항은 거기 있다 비릿한 정액냄새 겨울을 삽질하는 포구의 해넘이 풍경은 그립거나 설움이다 떠나본 사람은 안다 산다는 건 가슴에 이별의 흉터를 별처럼 흩어놓고 조금씩 꺼내어보며 상해가는 길이란 걸 바람도 가슴을 지나 먼 바다를 만들고 시린 손 꺼내들고 감싸 안는 삶의 길에 아닌 듯 뒤돌아보는 못 보낸 애린(愛隣) 넋 얼마를 그리워하면 비울 것 채울 것을 저 바다 젖 몽우리 혼불 속에 묻어두고 나 절로 그 길을 알아 홀연히 걸어갈까 |
-심사평-
양파의 속성 꿰뚫은 감각적 시선
새해 첫 장원은 유선철씨가 차지했다 ‘양파를 까면서’는 양파의 속성을 묘파하는 시선에 조형능력도 탁월하다. ‘안으로 내려가면 또 다른 문이 있다’ ‘사는 건 매운 거다 눈시울 붉혀가며’ 같은 성찰이나 ‘하얀 깃털의 새’를 읽어내는 감각도 참신하다. 제목을 다르게 하면 작품이 더 돋보일 듯.
‘차상’에는 배종도씨를 뽑는다. ‘천마도 장니’는 활달한 시상 전개와 그에 부합하는 율격이 인상적이다. 첫 수의 동적이고 신선한 인식이 조금씩 중복되면서 평이해지는 게 아쉽다. 그렇지만 역사적 상상력과 어우러지는 역동성은 기대할 만한 개성이다.
‘차하’는 정영화씨에게 돌아갔다. ‘겨울 소래포구’는 곡진한 깨달음의 형상화가 돋보인다. 둘째 수 같은 대목은 호소력이 높은데, 나머지 수나 다른 작품은 간간이 이미지의 혼선을 보인다. 대상의 중심 이미지와 긴밀하지 않은 것은 쳐내는 게 효과적이다. 이외 고지연.노업.윤드레.장은수씨 등이 겨뤘음을 밝히며, 분발을 당부한다 <심사위원 정수자.강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