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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의 등

Author
문학
Date
2019-10-03 18:43
Views
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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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의 등

 

-전순선



 

들소의 등인 줄만 알았다

 

코스모스 꽃잎 박제된 창호지문에

달빛은 어스름히 스며들고

스무 살로 뒤척이던

그 밤, 깊은 숨소리로 흔들리는 왜소한 잔등을 보았다

뭉친 어깨 힘겹게 떠받고 있는

스러질 듯한, 그 등

 

그 등에 살며시 맞대고 누워

숨결의 등 타고, 엄마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본다

물컹, 헐거워진 노독들이 손에 닿는다

 

절망을 헤쳐내고

억척같은 삶을 살아냈던 당신

밤이면 등 휘는 소리에도

고단함 쓸쓸함 시린 맘은 등뼈 속에 감추고

실낱같은 근육들 벌겋게 깎이어도

당당한 앞모습만 보이어

언제나 나의 지붕이 되고 우산이 될 줄 알았다

 

너무나 큰 착각이었다

골 깊은 황량함 속에, 노을이 새기는

등뼈의 문장을 제대로 보지 못한 오독誤讀이었다

 

한철 들풀처럼 말라가던

엄마의 등은 풀잎의 여린 풀등이었음을

 

왜 몰랐을까






 

시집『풀잎의 등』2019. 도서출판 책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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