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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중앙시조 백일장

Author
혜강
Date
2009-04-07 19:40
Views
13369

2009년 2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빈문서 1

 

     박은선

 

    전원을 누르자 낮과 밤이 밀려나온다

    신품종 노을이 그 사이로 파고들고
    누군가 일시정지시킨 화면으로 접속한다

    낮과 밤이 늘어졌다 줄어들기를 반복하고
    갈기갈기 찢어진 해와 달이 모자이크된다

    수많은 낮과 밤으로 빈 문서가 작성될 때,

    바람에 뜯겨 나간 문자들이 입력되고
    골목의 그림자들이 줄지어 세워진다

    접속된 플러그들이 하나 둘씩 뽑힌다

 

 

 

   [차상]


 

    섬진강 봄


      서문기


      은어떼 줄지어서 벚꽃놀이 다 나왔네

      산수유 가지들은 어서어서 야단이고

      봄 넘세 앞서거니 뒤서거니 홍매화는 벙글다


      귀 시린 삭풍에도 묵묵히 견디었네

      물줄기 마디마다 졸졸졸 움이 트고

      햇귀에 섬진강 굽는 봄빛 소리 아뢰다

 

      강돌도 삼월에는 물들어 파어나네

      물살에 용택이 성 노래가 여울지고

      송아지 파릇한 쫑귀 범나비 앉을까 말까

 



   [차하]

 

   밭두렁 태반

 

     엄미영

 

     어머니는 긴 세월을 진흙으로 사셨다

     엄동바람 얼얼해진 배를 다독이시며

     둑방길 무너진 강을

     씨 품고 건너셨다

 

     은밀하게 손톱 세운 꽃샘바람 밀어내고

     탯줄 감친 그 둘레 민들레 피어났다

     연노랑 짙은 옹알이

     보다듬는 어느 봄날

 

     풋남새 키운 얼굴을 카메라에 캐어 담다

     노을 젖은 밭두렁의 태반을 건드려본다

     그 떨림 꽃잎에 실려

     온 누리가 폭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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